뮤지컬 <심야식당>에서 코스즈 역할을 맡은 배우 김늘메

뮤지컬 <심야식당>에서 코스즈 역할을 맡은 배우 김늘메 ⓒ (주) 적도


일본에서만 110만부, 한국에선 30만부가 팔린 만화 <심야식당>. 밤 12시만 되면 문을 여는 이 식당에는 각자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찾아오고, 얼굴에 커다란 흉터를 지닌 '마스터'는 그들의 사연에 맞추어 메뉴에도 없는 음식을 솜씨 있게 만들어 준다. 만화는 이 과정을 단순하고도 담백하게 되풀이하고 있지만, 독자들은 만화 속 인물처럼 위로를 얻었다.

그 <심야식당>이 뮤지컬로도 관객을 찾아왔다. 원작 만화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을 십분 활용해 소소하고도 따뜻한 원작의 정취를 전하겠다는 각오다. 이중 눈에 띄는 '배우'가 하나 있다. 몇 년 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활약했던 '개그맨' 김늘메다. 그가 맡은 역할은 호스트바를 운영하는 50대 게이 마담 '코스즈'.

"공교롭게도 두 작품째 게이 역할을 맡았네요. (웃음) 코스즈는 단순히 성 소수자라기 보단 외로움의 대명사에요. 우리 시대의 티는 나지 않지만 외롭고 소외된 계층이죠. 하지만 심야식당에 와서 '음식'이라는 작은 것 하나에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해요. (사람들이)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지만, 더불어서 생활한다면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나날도 많다는 걸 보여주는 '힐링 뮤지컬'이 <심야식당>이에요."

"<심야식당> 코스즈, 외로움의 대명사 같은 사람"

인터뷰 중 김늘메는 코스즈의 노래 한 구절을 들려주기도 했다. '홀로 걷는 인생의 밤거리 / 외로운 걸음마다 뒤돌아보면 / 내 그림자만이 내 친구였네'. 평생을 외롭게 살았던 코스즈의 심정이 물씬 담긴 노랫말이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지만, <심야식당>은 가사와 극본을 새롭게 쓴 창작 뮤지컬이다. 김늘메는 "가사 속에 코스즈의 모습이 다 들어있다"며 "가창력의 문제가 아니라 작사가의 의도와 인물의 감성을 살리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심야식당>에는 잘난 사람이 없어요. 뭔가 다들 바닥을 기고 있는 듯 하죠. 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사람들이에요. 그게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여러 가지 이름 모를 외로움들이 모여 있는 거죠.

그 중에서 코스즈는 사랑의 외로움에 방점이 찍혀 있고요. (웃음) 코스즈가 이 노래를 부르고 마스터에게 '이제 이 거리를 떠날 때가 된 것 같아,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면 사랑도 미움이 되니까'라고 말하는 부분이 기억나네요."

 뮤지컬 <심야식당>에서 코스즈 역할을 맡은 배우 김늘메

뮤지컬 <심야식당>에서 코스즈 역할을 맡은 배우 김늘메 ⓒ (주) 적도


앞서 김늘메가 말한 것처럼 '힐링'은 <심야식당>의 맥을 관통하는 단어와도 같다. 극 속에서 다양한 이유로 실의에 빠지거나 외로워하는 사람들을 보듬는 것과 더불어, 이를 지켜본 관객들에게도 힐링의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것. 김늘메는 "뮤지컬이 어떤 결말을 보여주느냐와는 관계없이,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자리를 뜨며 '힐링됐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인생에는 '희'가 다가 아니잖아요"

개그맨으로서 숱한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인기를 누리던 김늘메는 투니버스 <에일리언 샘>(2006)을 시작으로, SBS <시티홀>(2009)에서는 신미래(김선아 분)의 곁을 지키는 의리 있는 친구로 20부 내내 얼굴을 비추며 서서히 배우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학(서울예대 연극학)에서 공부했던 게 있으니 '갑자기'는 아닌 셈이지만, 이유를 물으니 "더 늦게 전에 하고 싶었던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인생에는 '희'만 있는 게 아니지 않냐"는 답이 돌아온다.

"그동안 웃음을 많이 드렸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좀 더 인간적인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웃음 대신) 눈물을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저도 여러 가지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무대에서 느껴보고 싶었고요. 그렇게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영화나 드라마든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저와 관객들이 함께 찾아가고 있는 과정을 겪는 거죠. 아주 늦게 입문한 초년생의 입장이지만요."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관객을 웃'겨야 했던 공개 코미디와는 달리, 연기는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 작품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 작업이라고. 그만큼 섬세함도 필요하고, 개그맨으로서 해왔던 고민과는 다른 방향에서의 치열한 고민도 필요한 때란다. 다행히 유독 사람을 좋아하는 그는 <웨딩 스캔들> <5월엔 결혼할거야> 등을 거치며 대학로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작품을 하면서 함께 했던 모두를 사랑했어요. 지금도 다 같이 연락하면서 지내요. (웃음) 연극이나 뮤지컬은 혼자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작업한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아요. 일종의 '사람장사'인 거죠. (웃음) 우리가 보여주고 추구해야 하는 것이 모두 '사람'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에 사람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고, 또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뮤지컬 <심야식당>에서 코스즈 역할을 맡은 배우 김늘메

뮤지컬 <심야식당>에서 코스즈 역할을 맡은 배우 김늘메 ⓒ (주) 적도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그걸 찾는 중이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잘 하는 이들도 많고 뜻이 있는 후배들이 많아 "이제 공개 코미디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김늘메. 그만큼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고 싶은 욕심도 생겼고, 자신의 대학로 생활을 글로 전달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했다. (기자 주- 그래서, 잘 하면 김늘메의 글을 실제로 <오마이스타>에서 볼 수 있을 수도 있다!)

"동방박사가 별을 따라 아기예수를 찾았듯, 배우들도 암전된 상태에서 형광 테이프를 보고 동선을 찾는다"며 '대학로에는 별이 뜬다'는 가제까지 정했다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김늘메는 정말 연기에 푹 빠진 듯했다. 그런 욕심 많은 '배우' 김늘메의 목표는 "궁금한 배우"다. 자신의 다음 행보가 무엇일지, 그리고 새로운 작품에선 어떻게 연기해낼 지 궁금함을 자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 또 이를 위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김늘메였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 그걸 찾는 중이에요. 이 길(연기)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죽는 순간까지 '내가 드라마를 300편 했고, 유투브 조회 수가 얼마였어!'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쫓는다면 행복할까요? 가끔 <심야식당> 마지막 노래를 하면서 눈물이 날 때가 있는데, 그런 감정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 거지만 참 값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그런 감정을 찾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을 잘 나누면서 살아가는 것도 행복할 것 같아요. 사실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삶을 살면서 각박함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우리가 이렇게 서로 나누면서 예쁘게 보듬어 주고 배려해주고, 그 안에서 행복해지는 걸 찾고, 그런 걸로 삶이 채워진다면…얼마나 좋을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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