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12월 11일 KBO 이사회에서 제10구단 창단이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그동안 줄곧 반대 입장을 보이던 삼성과 롯데가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이뤄진 결과이다.

10구단 창단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여론조성에 나선 선수협은 연내 승인불가 시 골든글러브 시상식 불참, 내년 WBC 불참 등을 내걸어서 벼랑 끝 통첩안을 내세웠고, 한편으로는 대선 유력 후보들에게 10구단 창단에 관련하여 의견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는 스마트한 전략으로 여론 조성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KBO의 수장인 구본능 총재는 막후에서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구단들의 고위층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수완을 보이면서 가장 큰 과제를 완수하였다.

'실리'의 수원 '명분'의 전북... 예측 어려운 경쟁

이제 본격적인 10구단 창단 경쟁이 점화되었다. 경기도 수원지역을 연고지로 내세운 KT와 전북지역을 연고지로 내세운 부영의 맞대결이다. 각 기업과 지자체가 내세우는 프레임은 바로 '실리'와 '명분'이다. 수도권 위성도시로서 흥행성을 살릴 수 있는 연고지의 요건 및 통신대기업 KT가 참여하면서 기존의 SK, LG 등과 통신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흥행성 등이 수원시와 KT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반면에 전북지역의 야구팀 창단 준비에 나서는 부영은 아직까지 일반 대중들에게 생소한 기업이다. 1989년 전북지역에 창단한 쌍방울과 달리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서 생소할 수 있다. 이번 10구단 창단 과정에서 가장 많은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부영은 이미 짭짤한 간접홍보 효과를 얻게 되었다.

전북과 부영이 내세우는 주장은 수원지역에 10구단이 창단될 경우 기존의 서울 3구단(두산, LG, 넥센)과 인천 1구단(SK) 등과 더불어 수도권 지역에 5개 구단이 몰리게 되는 쏠림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전북지역에 새로운 구단이 창단되어야 지역 균형 구도를 맞추고 모든 지역의 국민들이 고르게 프로야구 열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2015년에 당장 프로무대에 진입하기 유리한 인프라는 수원 지역이 다소 유리한 상황이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이미 기존의 수원구장을 2만5000석으로 리모델링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와 더불어 구장 신축도 추진하는 중이다. 하지만 전북지역의 대표적인 야구장들은 전주와 군산 두 군데라 할 수 있는데, 두 개 구장 모두 수용인원 1만 석 정도의 초미니 구장이다.

그러나 전북지역이 주장하는 '명분론'이 힘을 얻게 된다면 결과는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삼성전자 본사가 들어서 있는 수원지역에 다른 기업(KT)이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큰 시장인 프로야구단을 세우려는 것이 못내 탐탁치 않은 삼성이 전북지역을 지지할 경우 그 영향력의 파급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쌍방울'의 아픈 기억 잊었나... 최우선 조건은 '신뢰'

하지만 지역 안배라는 역학적인 관계와 이면에 숨어 있는 정치공학, 그리고 인지도 등을 떠나서 KBO가 10구단 선택 시 고려해야 될 최우선의 조건은 바로 '신뢰'이다. 지자체와 참여기업이 얼마나 실천 가능하고, 얼마나 투자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1989년 쌍방울이 창단할 당시 보도에 의하면, '쌍방울 구단이 선수 선발 작업이 끝나는 대로 곧바로 전용구장 부지 확보에 들어가 새로운 야구장과 함께 전북도민을 위한 종합레저타운을 건설하여, 창단 3년 만에 우승, 창단 5년만에 흑자경영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실제로 쌍방울이 지은 것은 IMF 구제금융 사태와 더불어 쌍방울의 존립을 휘청거리게 만든 무주리조트였다.

야구장은 줄기차게 시설이 열악한 1만 석 규모의 전주구장을 사용해왔다. 그리고 창단 3년 만에 우승하겠다는 의욕적인 청사진은 이미 알다시피 전혀 실현되지 못하였다. 창단 6년째 되던 1996시즌 승부사 김성근 감독을 영입한 이후에 비로소 쌍방울은 '가을잔치'에 나설 수 있었다.

우승 목표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프라 구상은 영화 <도둑들>을 연상케 하는 사기극에 가까운 공수표였다. 물론 당시와 지금은 야구 열기, 행정, 여론 조성 수단 등 모든 것이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KBO는 이미 리그에 참여한 9구단 NC와 새로 참여하게 될 10구단의 실천 의지와 결과물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하고 실현하지 못할 경우 별도의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무엇을 하든 새롭게 시작할 때는 각종 장미빛 미래와 청사진이 난무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와 신뢰성이다. 향후 리그의 질적 수준과 인프라 발전, 그리고 야구열기 조성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자체와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이기심에 눈이 먼 선택은 프로야구 참여자 모두와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돼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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