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레어윗치>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여의도 텔레토비'의 '또'

영화 <블레어윗치>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여의도 텔레토비'의 '또' ⓒ tvN


"구라돌이가 그렇게 무서운 애인지 몰랐어요. 그냥 '듣보잡'인줄 알았어요. 지금도 구라돌이가 옆에서 튀어나올 거 같아요. 꺅!"

지난주 '문제니'는 '안쳤어'를 애타게 기다리며 설원 앞에서 "오겡끼 데스까"를 외쳤더랬다. 일본영화 <러브레터> 속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명대사 "잘 지내고 있나요"의 절묘한 패러디. 이에 앞서 '안쳤어'와 '문제니'의 단일화 갈등을 <사랑과 전쟁>의 이혼에 비유하기도 했던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 아니었던가.

그랬던 '여의도 텔레토비'가 이번엔 공포물 <블레어위치>의 한 장면을 가져와 '구라돌이'를 두려워하는 '또'의 공포를 극대화했다. 이게 다 'TV토론'의 위력 때문이다. '다카키 마사오'와 '6억'이란 화제의 검색어를 낳았던 대선 2주 전 풍경을 9일 방송된 <SNL 코리아>는 어떻게 스케치했을까?

 대선토론을 패러디한 <SNL 코리아>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

대선토론을 패러디한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 ⓒ tvN


"구라돌이가 카이제 소제였어!" 

'아름다운 단일화'가 이뤄지고, 이정희 후보를 주목하게 한 '3자 토론'이 화제가 됐던 12월 둘째 주, '여의도 텔레토비'는 과연 이 이슈들을 어떻게 간결하면서도 감칠맛 나게 패러디할 것인가.

많은 시청자들이 오매불망 '여의도 텔레토비'을 기다려왔던 이유는 매우 급하게 돌아가는 대선정국에서 유일한 정치 풍자극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 패러디물의 '촌철살인'이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출연자인 장진 감독은 "(TV토론)방송 보는데 SNL이 뭘 어떻게 해도 저거보단 재미있지 못할 텐데라고 걱정이 됐다"란 대사를 내뱉기까지 했을까.

그래서 선택한 것은 <러브레터>에 이은 영화와의 접목이었다. <블레어위치>로 시작해 반전영화의 '레전드'로 꼽히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캐릭터 '카이저소제'로 갈무리한 유려한 기승전결의 반전극. 그 주인공은 이정희 후보를 패러디한 '구라돌이'요, 공포에 치를 떤 인물은 박근혜 후보를 패러디한 '또'였다.

눈밭에서 다리를 저는 보라색의 두 다리. 그리고 이어지는 '또'가 '보라돌이'를 구박했던 과거 장면들. "어차피 안 될 거 왜 나왔냐고요? 모두가 방심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란 '보라돌이'의 회고와 함께 현재의 학급반장 토론이 전개된다.

"구라돌이 너는 '듣보잡'인데 이렇게 토론에 나오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너 떨어뜨리려고 나왔다, 이 XXX야. 뿌리는 속일 수 없습니다. 항상 꼬리 자르기 하시잖아요."

현실 속에서 '통합진보당' 폭력사태로 처절하게 비판을 받은 채, 겨우 어부지리로 3자 토론 무대에 오른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스나이퍼'로 주목받았던 현실은 '반전'이란 키워드를 통해 '또' 박근혜 후보의 공포로 치환됐다. "2번 더 남았다"는 이 섬뜩하고도 현실을 반영한 대사와 함께.

"구라돌이가 카이제소제였어. 악."
"이게 끝인 거 같지? 토론 두 번 더 남았다."

 TV토론을 패러디한 <SNL 코리아>의 크루 김슬기

TV토론을 패러디한 의 크루 김슬기 ⓒ tvN


'박근혜 VS 이정희'의 토론 대결의 지상 패러디 중계

그러나 'SNL 코리아' 제작진이 이걸로 끝나리라 예상했던 시청자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여의도 텔레토비'에 이은 '베이비시터 면접2' 콩트 역시 TV토론에 대한 대중들의 감상평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데 성공한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 가사 중 일부다. SNS 상에서 TV 토론에서 이정희·박근혜·문재인 후보의 '토론에 임하는 자세'를 빗대며 크게 화제가 됐던 패러디물을 SNL 제작진이 놓칠 리 없었다.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면접 자리에 3명의 후보를 등장시킨 것이다.  

토론 후 많이 이야기된 박근혜 후보의 "지금은 아이가 미래로 나가느냐, 과거로 돌아가느냐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란 정리발언은 물론 이정희 후보의 명대사(?) 역시 "저는 이 자리에 저 여자 떨어뜨리려고 나왔습니다"로 변형돼 등장했다. 그리고는 박 후보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애국가 논란' 공격을 '뽀로로 주제가'로 치환하는 창발적인 센스를 발휘했다.

"이 후보는 공식석상에서 <뽀로로> 주제가를 안 부르기로 했다는데 자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누가 거부한답니까. 사실 후보님이 애초에 <뽀로로> 주제가를 부를 자격이 있는지 의심됩니다. 뿌리는 속일 수 없습니다. 후보님 집안이 대대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유아기를 보냈다는 거,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크레용신짱>, 누군지 아실 겁니다. 한국제목, <짱구는 못말려>. 이런 분이야말로 국산 애니메이션 <뽀로로> 주제가를 당당히 부를 수 없습니다. 그건 중상모략입니다." 

'두 여성 사이에서 잠잠할 수밖에 없었다'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인상평을 그대로 가져온 이 콩트는 비록 세 후보의 몸싸움으로 끝나는 어정쩡한 마무리를 보여줬지만, 그럼에도 현재진행형의 매서운 패러디로서 손색이 없었다.

제작진은 더불어 '여의도 텔레토비'에 '의자 논란'을 불러온 문재인 후보의 TV 광고를 '안쳤어'와 '문제니'를 등장시켜 패러디했다. 이와 동등하게 박근혜 후보가 얼굴의 상처를 부각했던 TV 광고와 이명박 대통령의 저 유명한 '국밥 광고'까지 삽입하는 속전속결의 현실 반영과 놀라운(?) 균형감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생방송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이 정치풍자의 최전선에 이날 호스트였던 '출산드라' 김현숙의 존재감이 가려질 정도였다. 이제 다음 주 마지막 방송을 앞둔 '여의도 텔레토비'가 대선정국을 또 어떻게 반영할지. 현실과 공명하는 이 '19금' 풍자 코미디쇼의 재미가 대선주자들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상황이 자못 흥미롭다.   

 9일 방송된 생방송 <SNL 코리아>의 한 장면

9일 방송된 생방송 의 한 장면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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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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