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시트콤 <엄마가 뭐길래> 포스터

MBC 월화시트콤 <엄마가 뭐길래> 포스터 ⓒ MBC


일일시트콤으로 기획된 MBC <엄마가 뭐길래>는 매일 오후 7시 45분 방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MBC가 오후 9시에 방영하던 <뉴스데스크>를 8시로 옮기면서 이 시트콤은 속수무책으로 월, 화 8시 50분에 방송됐다. 그러던 중, 방영 2개월 만에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폐지를 지시받았다.

사실 요즘에는 시트콤 장르의 인기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전파를 탔던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은 시트콤의 거장 김병욱 PD의 작품임에도 10% 초중반 시청률을 맴돌았다. 전 시리즈의 인기에 못 미쳤지만, 근래 방송된 시트콤 중 인기가 높은 축에 속했다. 이어 KBS도 차인표와 심혜진을 앞세운 <선녀가 필요해>, 컴퓨터 미인 황신혜의 <닥치고 패밀리> 등을 내놨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시트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자리를 잡기 전에 월, 화로 밀려난 <엄마가 뭐길래>가 잘 풀릴 리 없다. 그 시간대는 최소 20% 이상은 확보한다는 KBS 일일연속극이 끝나고 그다음으로 시청률이 높은 <KBS 9시 뉴스>와 맞붙는 때다. 그런데 아직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신생 시트콤을 일일 시청률 1, 2위를 다투는 KBS 1TV <힘내요 미스터 김> <9시 뉴스>와 맞붙게 했으니, 참으로 잔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뉴스데스크>를 살리겠다고, <엄마가 뭐길래>를 정글로 내다 보낸 MBC는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엄마가 뭐길래> 조기 종영을 선언했다. <엄마가 뭐길래>의 조기 종영은 시트콤에 출연하던 연기자에게도 금시초문이었다. 하긴 시청률이 잘 안 나오는 작품이라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니까.

그러나 평균 시청률 25% <9시 뉴스>와 대적해 6.1%(12월 3일, TNmS 기준)을 기록하는 <엄마가 뭐길래>의 시청률은 썩 나쁜 편이 아니다. 과거 오후 8시로 시간대를 옮기기 전 5.8%(11월 2일, TNmS 기준)에 비하면 감지덕지다. 하지만 MBC는 한 달 전 일방적으로 시간대를 옮긴 과거를 생각하지 않고, 한 자리의 낮은 시청률만 못마땅하게 여겼다. 

MBC의 기준은 오직 시청률이다. <엄마가 뭐길래>가 이대로 끝내기 아쉬울 정도로 훌륭한 작품성을 가진 시트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통상 3~4개월은 지속되는 시트콤의 특성상 이렇게 사측의 마음대로 막을 내릴 정도의 졸작은 아닌 것 같다.

시작 한 달 만에 밀려난 <엄마가 뭐길래>는 애초 MBC로부터 버림받은 자식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처음부터 MBC는 <엄마가 뭐길래>로 과거 시트콤 왕국 재건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단기간의 시청률 상승이다.

<뉴스데스크>를 살리겠다고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던 일일시트콤을 월화시트콤으로 만드는 근시안적 마인드로 어떻게 방송 신뢰도, 시청률 등 모든 면에서 추락하는 MBC를 살릴 수 있을까. 정작 중요한 것은 바꾸지 않고, 시간대만 바꾸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마당에 말이다. 사측의 일방적인 지시에 제대로 기도 펴지 못하고 져버린 <엄마가 뭐길래>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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