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크라이 마미> 속 한 장면

영화 <돈 크라이 마미> 속 한 장면 ⓒ (주)씨네마@


늘어가는 청소년 범죄를 다룬 영화 <돈 크라이 마미>와 <범죄소년>이 나란히 개봉했다. <돈 크라이 마미>에서 은아(남보라)를 겁탈한 가해자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소년원에조차 수감되지 않는다. 반면 폭행으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동료 여러 명이 가정집을 절도한 것이 드러나 체포되었던 <범죄소년>의 장지구(서영주)는 소년원에서 1년 정도 지냈다.

<돈 크라이 마미>에서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남기고도, 가해자들이 무죄로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은 성폭행 범죄 수사 중 고질적인 문제인 증거 불충분, 그리고 가해자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다. 실제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줄기차게 일어난 미성년자가 가해자인 성폭행 사건은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이 때문에 피해 여성들은 가해자들로부터 2차 성폭행 위협을 느낀다.

<돈 크라이 마미>가 법적 처벌을 유유히 피하는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다룬다면, <범죄소년>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치고자 한다. 장지구는 사회 안전망에서 비켜난 사각 인권지대에 놓인 청소년이다. 그를 보살필 보호자는 없다. 생모 효승(이정현)을 어렵게 찾았지만 17살 때 지구를 낳고 가출한 효승은 직업도, 사는 곳도 변변치 않다. 엄마와 아들 대를 이어 전과자가 되어버린 <범죄소년>의 딱한 사연은, 빈곤이 범죄를 야기하는 뼈아픈 악순환을 지적한다.

 영화 <범죄소년> 속 한 장면

영화 <범죄소년> 속 한 장면 ⓒ (주) 영화사 남원


<돈 크라이 마미>에서도 직접적이진 않지만, 가해자들이 불량 청소년이 된 현실을 넌지시 보여준다. 하지만 불우한 가정환경을 탓하기엔 은아를 성폭행한 가해자들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신체 나이만 미성년자일 뿐, 그들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구속을 면한 가해자들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한다. 심지어 은아를 겁탈할 당시 찍은 동영상으로 협박, 다시 폭행하기에 이른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돈 크라이 마미>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뜨겁다. 영화를 본 대다수 관객은 단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성폭행이라는 중죄를 저질렀음에도 처벌을 면하는 사법 현실에 분노를 표한다.

<돈 크라이 마미>처럼 가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소년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생각하면,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두 번 상처 입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하지만 무작정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청소년의 악성 범죄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현행법처럼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무작정 용서하자는 말은 아니다.

 영화 <돈 크라이 마미> 속 가해자 3인방

영화 <돈 크라이 마미> 속 가해자 3인방 ⓒ (주)씨네마@


현재 우리나라에서 '범죄소년'으로 불리는 청소년의 대부분은 부모 혹은 사회의 무관심에 방치되는 아이들이다. 말로만 청소년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겠다는 어른들의 실질적인 무방비 속에 벌어지는 무차별적인 끔찍한 범죄. 이제 더 이상 청소년이 저지르는 범죄. 특히 성폭행 같은 중범죄는 미성년자니까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무죄로 풀려나거나 소년원에 가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성폭행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극악무도한 악행이고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경각심을 주고,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불우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더 이상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해야 할 몫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 사회를 위해서 힘들더라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청소년 범죄가 더 이상 학교 내 문제를 벗어나 사회 문제로 대두한 현실에서 각각 다른 시선으로 청소년 범죄의 원인과 심각성을 조명하는 <돈 크라이 마미>와 <범죄 소년>. 비록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내고 있지만, 두 영화가 담아내는 메시지는 같다. 아이들을 극악 범죄로부터 구해내는 것은 애써 외면하고픈 어두운 그림자를 향한 어른들과 사회의 끊임없는 관심과 각성이라는 점이다.

이제 더 이상 청소년 범죄는 남의 일이 아니다. 나에게도 닥쳐올 수 있는 모두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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