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해 가감없는 비판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라마의 제왕>

최근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해 가감없는 비판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라마의 제왕> ⓒ SBS


드라마의 허구적 구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드라마의 제왕>이 보여주는 '리얼리티'는 분명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드라마업계에 대한 날선 비판도 그렇지만, 그동안 <그들이 사는 세상>과 <온에어>같은 드라마가 '사람'에 집중한 것과 달리, <드라마의 제왕>은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드라마의 제왕>을 집필하고 있는 장항준 작가가 드라마'만' 쓰는 게 아니라 드라마'도' 쓰는 영화감독 출신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마치 이 드라마가 업계 종사자의 '자기비판'이자 '내부고발'처럼 느껴져 신선한 재미를 얻는다.

마치 까도 까도 계속 그 모양을 유지하는 양파처럼 이제는 또 어떤 문제가 튀어나올까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드라마의 제왕>. 19일 방영된 5회분에서는 그동안 이 드라마가 지적한 생방송 제작현장, 시청률 지상주의, 과다한 PPL 문제, 쪽대본, 돈 로비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바로 우리가 즐겨보는 드라마가 대체 무엇인지,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에게 있어 드라마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존재론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친 것이다.

'명'도 '암'도 모두 드라마의 한 모습일 뿐

국장 교체와 함께 '경성의 아침'이 편성 불발에 놓이자, 위기를 느낀 앤서니 김(김명민 분)은 다시 한 번 악마 근성을 발휘, 심지어 방송국 사장까지 포섭하며 편성을 약속받는다. 그에게 이번 드라마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꼭 성공시켜야 할 마지막 기회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경성의 아침' 작가인 이고은은 드라마를 성공의 수단으로 여기는 앤서니가 못마땅하다. 심지어 시청률과 PPL을 위해 드라마의 장르를 멜로로 바꾸고, 검수작가까지 고용하는 그의 독단에 이고은 작가는 반기를 들며, "당신, 제정신이 아니야!"라고 외친다.

이고은은 "당신에겐 드라마가 돈으로 보이겠지만, 드라마는 그런게 아니야"라고 호기 넘치기 주장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드라마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만 있을 뿐 자신이 만들고 싶은 드라마가 어떤 환경에서 제작되고, 또 그 결과 어떤 세계가 펼쳐지는지에 대한 현실인식은 매우 부족해보였다.

반면, 앤서니의 주장은 매우 확고해보였다. "드라마는 그런 게 아니"라는 이고은 작가의 주장에 맞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거야, 드라마는! 한해 총 매출 6천800억, 경제 간접 유발 효과 6조원, 고용창출 2만 명, 시청률이 대박나면 유지되고 그렇지 않으면 인생 막장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곳!"

결국 이고은 작가는 앤서니의 주장에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앞으로 그녀가 찾아야 할 것은 바로 돈이 전부가 아닌 드라마의 또 다른 가치, 드라마에 대한 그녀만의 의미가 될 것이다.

 드라마를 바라보는 서로의 관점이 달라 갈등을 빚는 앤서니 킴과 이고은 작가. 19일 방영 <드라마의 제왕> 중 한 장면.

드라마를 바라보는 서로의 관점이 달라 갈등을 빚는 앤서니 킴과 이고은 작가. 19일 방영 <드라마의 제왕> 중 한 장면. ⓒ SBS


그리고 이 지점에서 이 드라마는 브라운관 넘어 시청자에게 "과연 드라마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드라마를 보며 즐겁게 웃고 또 때로는 뭉클한 감동을 받으니, 드라마는 좋은 것일까? 앤서니의 말대로 고용 창출과 경제 간접 유발 효과의 가치로만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쪽방에서 글을 쓰다 한 작가가 죽어 나갔고, 그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제작현장에서 한 보조출연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그렇다면 드라마는 나쁜 것일까?

드라마를 즐겨보는 우리는 과연 드라마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 것일까? 끊임없이 드라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 현실을 낱낱이 보여주는 <드라마의 제왕>. 바로 이 드라마를 지켜보기에 충분한 이유다.

<드라마의 제왕>이 막을 내릴 때 쯤, 시청자인 우리도 드라마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게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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