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의 어린 이수연(김소현 분)과 어린 한정우(여진구 분)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의 어린 이수연(김소현 분)과 어린 한정우(여진구 분) ⓒ MBC


자신을 도와주려다 학생들에게 몰매를 맞은 한정우(여진구 분)에게 이수연(김소현 분)은 학교에서만이라도 자신을 모른 척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한정우는 의기양양하게 그 말을 거스르고 이수연을 불러내 쭈쭈바를 건네며 말했다. "다음에 정말 겁이 나면 도망칠게"라고.

하지만 자신을 구하려다 같이 잡혀와 자신의 눈앞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이수연을 목격한 한정우는 그만 도망을 치고 만다. 그런 정우를 아마도 이수연도, 그리고 시청자들도 용납하기가 어렵다.

이 가을 가슴을 적셔 줄 절절한 멜로드라마로, 풋풋한 여진구와 김소현의 알콩달콩 첫사랑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MBC <보고싶다> 3회는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 내용이 대충 어떤 것이라고 알려진 영화 <도가니>도 사회적 파장이 컸는데, <보고싶다>의 아동 성폭행은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시청자들에게 도망치는 한정우는 열다섯 어린 나이를 감안해도 '나쁜 놈' 같아 보였으리라.

<보고싶다>는 멜로드라마라 내걸고 그 공식을 깨뜨리면서 판을 벌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상황만 다르지 동화 속 주인공들과 다르지 않다. 여주인공은 나이가 많건 적건 저 하늘의 별처럼 영롱한 순수함의 상징이요, 남자 주인공은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비는 정의의 사도이다. 하지만 <보고싶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동화 속 사랑이 현실에선 다를 수 있다며, 환상을 깨뜨리는 돌직구를 날렸다.

이재동-문희정의 드라마, 동화 아닌 현실이었다

되돌아보면, 문희정 작가와 이재동 감독의 작품은 언제나 우리가 걸려 넘어진 현실의 돌부리에서 시작하곤 했다. 

이재동 감독의 대표작이라고 칭해지는 <고맙습니다>에서는 에이즈에 걸린 아이와 치매에 걸린 노인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 민기서(장혁 분)는 바로 여자 주인공 이영신(공효진 분)의 아이 봄이(서신애 분)를 에이즈에 걸리게 만든, 수혈을 한 장본인이었다. 

문희정 작가의 전작 <내 마음이 들리니>의 남자 주인공 차동주(김재원 분)역시 아버지가 장인을 죽이는 범죄를 목격하다 후천성 청각 장애를 얻고 말았다. 또 다른 남자 주인공 봉마루(남궁민 분)의 비극적 가족사에는 동주의 가족이 얽혀있다.

이렇게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현실적 사건으로 인해 적대 관계를 형성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스러워 한다. 하지만 결국은 그 아픔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것이 이재동 감독과 문희정 작가의 전작들이 전하던 메시지였다. 두 작품 모두 15% 정도의 낮지 않은 시청률에 좋은 드라마로 인정을 받았으니, 작가와 감독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들이 그동안은 순탄하게 받아들여져 왔었다고 볼 수 있다.

 <보고싶다>에서 어린 한정우 역을 열연하고 있는 여진구

<보고싶다>에서 어린 한정우 역을 열연하고 있는 여진구 ⓒ MBC


그런데 이번엔 좀 더 세다. 아동 성폭행에, 그걸 보고 도망친 첫사랑이라니! 성폭행 문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하는 걸 무덤덤하게 보아 넘기다가도, 막상 사랑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이 문제로 얽히니 보기 불편한 시청자도 있겠다. 막장이란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용서하기 힘들 거라고 한다.

하지만 <보고싶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정말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것, 우리가 가슴 깊숙이 아파하는 문제를 툭 던지고, 거기에서 부터 다시 '사랑'이란 무기를 들고, 상처 난 주인공들은 물론 그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치유하려고 덤빈다.

무모한 시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제대로 '힐링' 한 번 할 것 같다. 말랑말랑한 듣기 좋은 말로 귓가에 속삭이는 감언이설이 아니라, 진정한 용서와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를 갖게 하는.

충격적인 소재만으로 <보고싶다>를 단정 짓기 어렵다. 이재동 감독과 문희정 작가의 진검 승부는 이제 비로소 시작되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