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is Good! 당신은 행복한가요?

▲ Now is Good! 당신은 행복한가요? ⓒ 오퍼스 픽처스

세상을 볼 수 있는 눈,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코, 들을 수 있는 귀, 먹을 수 있는 입, 머리를 덮고 있는 머리카락,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팔다리, 특별히 이상 없는 몸뚱이, 어디 하나 모자라거나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언제나 그렇듯 가지고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는 것쯤으로 당연시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인공 테사(다코다패닝)은 어린 나이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뾰족하고 긴 주사 바늘이 온몸을 관통하는 것도 모자라, 완치는커녕 일시적인 통증만 완화해주는 임시방편이다.

이제 막 인생의 제1장을 펼칠 꿈 많은 학창시절에,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를 가렸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강한 척하지만 죽음이 두려웠다. 위시리스트라며 온갖 나쁜 짓만 골라 하는 행위는 그녀 나름의 투쟁 방법이다. 미래가 없는 아이가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고, 그렇다고 시름시름 앓는 소리 하며 침대에 누워 있는 것도 시간 낭비일 뿐이다.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무언가 하는 것이 덜 억울하고 덜 슬펐을 것이다.

도둑질, 무면허운전, 마약, 싸움, 섹스 등, 절친 조이와 실행에 옮기느라 하루하루가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나타난 옆집 훈담 아담, 그와 사랑에 빠지고 부모의 사랑과는 또 다른 사랑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를 통해 나는 네 가지 시선을 보았다. 선택의 여지없이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여리고 여린 테사, 딸밖에 모르는 딸바보 아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일만 하는 엄마, 테사를 사랑하는 남자친구 아담.

 엄마 (올리비아 윌리엄스)

엄마 (올리비아 윌리엄스) ⓒ 오퍼스 픽처스

자식으로서 가장 불효는 부모보다 앞서 가는 거라고 한다. 남의 자식도 예뻐 죽겠는데, 제 자식이라면 오죽할까.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 같이 하고 싶은 것도 넘칠 텐데, 자신보다 먼저 간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것이다.

딸의 증상이 말기에 다다를 때까지 엄마(올리비아 윌리엄스)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돌발 상황이 닥쳤을 때 해야 하는 응급조치, 평상시 관리해야 하는 몸 상태, 살펴야 할 것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남편이 없으면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와 같다. 아이와 같이 있는 적도 드물었지만, 아이의 고통을 단 한 번도 제대로 지켜본 적이 없다. 아마도 자신이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엄청난 악몽을 꾸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빠 (패디 콘디사인)

아빠 (패디 콘디사인) ⓒ 오퍼스 픽처스

아빠(패디 콘시다인)도 매한가지다. 하지만 엄마와 달리 딸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딸을 살리기 위한 온갖 방법을 수소문하고 병수발을 한다. 하지만 의사에게 듣는 말이라곤 암세포가 삽시간으로 퍼지고 있다는 천청벽력 같은 말뿐, 호전되고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는 아니다.

당장 살려내라고 멱살이라도 잡고 호통치고 싶지만 딸 보는 앞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테사의 아빠는 속 깊고 지혜로운 분이다. 아담을 테사의 남자친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남은 사람의 고통을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아담이 얼마나 훌륭한 청년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딸을 위한답시고 남의 자식을 잔혹한 고통의 소굴로 처넣을 수 없었던 것이다.

 테사 (다코다패딩)

테사 (다코다패딩) ⓒ 오퍼스 픽처스

그렇담 정작 본인은 어떨까. 그 많은 사람들 중 왜 하필 나일까. 화나고 분통이 터질 것이다. 언제 깨어날지 몰라도 좋으니 제발 악몽이길 간절히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살고 싶은 테사, 살아서 아빠에게 좋은 딸이 되고 싶었다. 이렇게 못 되게 구는 이유도 아빠가 자신을 그리워하며 슬픔의 나날을 보내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해맑게 웃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딸이 지낸 방을 오가며 그 숨결을 느끼고자 매일같이 방 주변을 맴돌까 봐, 그 모습을 차마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담(제레미 어바인)

아담(제레미 어바인) ⓒ 오퍼스 픽처스

남자친구 아담(제레미 어바인), 이미 한 번의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하였다. 그로인해 세상과 단절된 그늘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헌데 또 가슴 아픈 이별이라니. 테사의 철철 흘러넘치는 코피 현장을 목격하고 얼빠질 정도로 정신이 아찔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도 사랑을 가로막진 못했다.

너무 어리기에, 너무 순수하고 맑아서 이 무모한 사랑이 더 빛을 바란다. 아담은 앞으로 어떤 장애가 닥쳐도 전혀 두렵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가장 가슴 아픈 이별을 두 번이나 경험하고 당당하게 이겨낸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니까.

저마다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다. 비록 테사는 죽음을 맞이하고 남은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여야 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얻고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이건 이렇다 정확한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이 복잡 미묘한 감정 안에, 인간의 죽음, 삶, 사랑, 관계,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감정들이 하나의 집합체로 통합된다.

그녀가 남긴 한 마디 "삶은 순간의 연속이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끝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승에서는 눈을 감고 모습은 사라지지만 또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무너져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인 악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지금 마치지 못한 삶을 또 다른 세상에서 새롭게 이어할 수 있다는 재미난 프로젝트로 상상하고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비루하고 지루한 삶이 신선하고 새로울 것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blog.naver.com/lkhsky100424/150151610919
나우이즈굿 다코다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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