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m 시상식대에 이승훈(왼쪽)과 김희수(가운데)이 나란히 서 있다.

1만 m 시상식대에 이승훈(왼쪽)과 김희수(가운데)이 나란히 서 있다.ⓒ 정호영


스피드스케이팅이 7개월 동안의 휴식기를 마치고 지난 10월 29일 1차공인기록회를 시작으로 새 시즌에 돌입했다. 한 식구격인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이 각각 지난 8월과 9월을 시작으로 시즌을 재개한 것에 반해 스피드스케이팅은 지난 4일 열린 '제47회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팬맞이를 준비했다.

주니어 월드컵 파견 선수를 선발하는 대회를 겸한 이번 대회에서는 평창을 이끌 새싹 선수들부터 모태범-이상화-이승훈을 중심으로 한 빙속 스타들과 이규혁·이강석 등 기둥 선수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스피드 잔치'였다. '대한민국 대표'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치열한 질주를 시작한 선수들을 지난 4일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나봤다.

김태윤, 주니어 2관왕 차지

지난 시즌 마지막 대회를 2관왕으로 마감했던 김태윤(의정부고)은 이번 시즌 역시 첫 스타트를 산뜻하게 끊었다. 김태윤은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2관왕에 오르며 주니어스타로 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김태윤은 대회 둘째 날인 지난 5일 남자 주니어 500m 경기에서 36초60을 마크하며 라이벌인 임준홍(36초67·서현고)을 0.07초 차이로 따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김태윤과 임준홍은 지난 시즌에 이어 고등부 최강 라이벌로 등극, 이번 시즌에도 다시 한 번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한편 대회 마지막 날, 김태윤은 1000m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으로 대회를 마감하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도 김태윤은 맞수 임준홍과 다시 한 번 맞붙었다. 전날 김태윤에게 근소한 차이로 금메달을 내준 임준홍(1분14초45)은 1000m에서도 김태윤(1분13초01)에 뒤지며 동메달을 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밖에 여자 주니어에서는 국가대표 김현영(서현고)이 500m 경기에서 40초12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준우승은 곽해리(41초29·양주백석고)에게 돌아갔다. 장거리에서는 남지은(세화여고)이 여자부 3000m 경기에서 4분34초64로 허윤희(4분27초25·배화여고)와 박초원(4분27초62·노원고)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명불허전 이규혁, 500m 우승

 이규혁이 질주하고 있다.

이규혁이 질주하고 있다.ⓒ 정호영


모태범(대한항공)의 젊은 피도 이규혁(서울시청)의 노련미를 따라올 순 없었다. 이규혁은 대회 둘째 날인 5일 열린 남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1초24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0 밴쿠버올림픽 500m 금메달리스트이자 단거리 간판 스타인 모태범은 71초644로 2위를 기록했다. 1차 시기를 이규혁(35초58)에 이어 2위(35초84)로 마감한 모태범은 2차 시기에서는 이강석에게 밀리며 3위로 떨어졌으나 합계에서 0.017초 차이로 이강석을 누르고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남자부 500m에서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규혁·모태범·이강석이 강세를 보이며 단거리 입지를 굳건히 지켰다.

이상화, 우승은 기본... 대회신기록은 서비스?

남자부 단거리가 3파전이었다면 여자부 단거리는 그야말로 이상화(서울시청)의 '독주'였다.

이상화는 대회 첫날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6초60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시즌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이상화는 2위를 차지한 김현영(서현고·79초97)과도 3초37의 차이를 벌리며 독보적인 스피드를 자랑했다.

여유있게 대회 첫 날을 마감한 이상화는 이틀 날 열린 여자부 1000m에서도 1분18초78의 기록으로 대회신기록과 함께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미 전날 500m 2차레이스에서 38초15의 대회신기록을 작성한 이상화는 이번 대회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신기록 수립과 함께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이로써 이상화는 자신이 출전한 종목에서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 출전권을 확보하며 1년 앞으로 다가온 소치올림픽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부진은 잊어라, 이승훈의 귀환

 이승훈이 질주하고 있다.

이승훈이 질주하고 있다.ⓒ 정호영


이상화의 2관왕에 뒤질세라 이승훈 역시 이번대회 2관왕에 오르며 지난 시즌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승훈은 지난 4일 대회 1일차 남자 5000m 경기에서 6분41초58의 기록으로 고병욱(6분43초85)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대회 기록(6분37초99)을 깨는데는 실패했지만, 지난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걱정의 눈초리를 보냈던 팬들의 우려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이승훈은 지난 6일 열린 남자 10,000m 경기에서도 13분54초0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 대회 2관왕에 오르며 '장거리 제왕'다운 면모를 보였다.

한편, 뒤이어 열린 남자 8주 경기에서는 김철민(한국체대)이 4분05초09의 기록으로 이진영(4분06초97·한국체대)과 원동환(4분10초34·한국체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체대 출신, 장거리 싹쓸이

 김보름이 시합 전 스케이팅을 하고 있다.

김보름이 시합 전 스케이팅을 하고 있다.ⓒ 정호영


한체대 출신 선수들이 장거리에서 메달을 휩쓸면서 질주본능을 과시했다. 특히 여자부 장거리 부문에서는 금·은·동메달을 모두 한체대 출신 선수들이 가져가면서 '빙속간판학교'다운 모습을 보였다.

여자부 장거리에서는 한국체육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보름이 두각을 드러냈다.

김보름은 4일 열린 여자부 3000m에서 4분18초60으로 박도영(4분21초18·한국체대)과 임정수(4분25초23·한국체대)를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3000m에 걸린 금·은·동메달을 모두 한체대 선후배가 사이좋게 나눠가졌다.

또 셋째날 1500m 경기에서는 김보름이 2분02초98로 역시 한체대 출신인 노선영(2분05초00·용인시청)과 박도영(2분05초71)을 꺾고 대회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획득했다. 1500m에서도 대회신기록을 세웠던 김보름은 이상화와 함께 출전한 종목 모두에서 대회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가져오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규혁·이상화·이승훈 등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책임졌던 기존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에 반해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선수들, 이른바 '샛별'들의 눈에 띄는 큰 두각은 나타나지 않아 아쉬움을 더했다. 기존 선수들이 기량을 맘껏 뽐내며 소치올림픽을 큰 문제없이 준비할 수 있게 됐지만, 평창동계올림픽과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발전을 위해서 세대교체가 지금부터 천천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출전 선수들이 자기기록을 얼마나 빨리 앞당기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대회가 있겠냐만은 이런 이유에서 다음 주부터 치뤄질 2차 공인기록회는 가까이는 당장의 시즌부터, 멀게는 올림픽까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판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피드스케이팅 2차공인기록회는 오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치러지며 등록을 마친 초·중·고·대·일반 선수가 출전해 자신의 기록 단축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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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아이스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진기자 정호형기자님과 함께 동행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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