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다인에게는 '독립영화계 신성' 혹은 '독립영화계 여신'의 수식어가 붙는다. 그리고 나선 김꽃비, 박희본 등 영화계 신예 여배우를 줄줄이 읊게 된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이런 수식어로 묶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인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아가는 그녀들이니까.

작명소에서 지었다는 '많은 사람을 만나라'는 뜻의 다인. 그 의미를 생각한다면 유다인은 한창 이름대로 사는 현재진행형 인생이다. 하지만 영화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이하 <강철대오>)에서 강대오(김인권)의 짝사랑 예린으로 등장할 때만큼은 한 사람이면 족해보였다. 진정 사랑하는 한 사람 말이다.

<강철대오>, 유다인을 푹 빠지게 한 매력은?

영화 <혜화, 동>에서의 아련한 혜화를 기억한다면 유다인이 올해 영화를 통해 보인 모습은 그와 참 동떨어졌다. 상반기 <시체가 돌아왔다>에서는 열혈 요원으로 온몸 개그를 선보였고, 하반기 <강철대오>에선 괄괄하면서도 청순미를 지닌 운동권 대학생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예린이라는 캐릭터를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예린이가 남자들이 좋아하는 예쁘기만 한 첫사랑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구호를 외치거나 학생들과 운동하는 모습에서 제 몫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촬영 현장은 제가 경험했던 어느 현장보다 재밌었어요.

김인권 선배에게 많이 배웠어요. 연기를 잘하시는 것도 있지만 스태프나 배우에게 참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보통 후배가 대사하는 상황이면 선배는 그냥 맞춰만 주시거나 다른 스태프가 상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배는 '이 상황에선 후배가 돋보여야 한다'면서 자신의 본래 역할보다 더 업시켜서 상대해주셨어요."

김인권과 영화를 끌어간 유다인은 <강철대오>를 두고 "아주 편안하게 와서 기분 좋게 웃고, 감동까지 얻어갈 작품"이라 평했다. 코믹인 줄 알고 오지만 짠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영화의 미덕으로 꼽았다.


신념과 추진력? 연기 고민은 항상 진행 중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꾸진 않았다. 남들처럼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다 우연히 받은 매니지먼트 명함들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연기의 꿈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 때 학교 앞에서 명함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뭘 잘할 수 있을지 모를 때  그 명함이 생각나서 학원에 가서 연기를 배웠죠. 선생님들이 이쪽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조언도 해주셨어요. 연극을 하나씩 해나갔는데 부모님께서 참 좋아하셨죠. 부모님의 그런 모습을 처음 봤고, 그때부터 배우를 꿈꾼 것 같아요." 

2004년 <건빵선생과 별사탕>으로 데뷔한 뒤 꾸준하게 길을 걸어왔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항상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고 위축되기도 했다고. 영화 <혜화,동>, TV 드라마 <보통의 연애>는 유다인에게 배우로서 부족한 부분을 깨닫게 하고 자신감을 얻게 한 작품이었다. 유다인 스스로 터닝 포인트로 꼽는 작품 역시 두 작품이었다.


유다인의 머릿속은?...영화 생각!

유다인은 혼자 영화를 보거나 책 읽는 것을 즐긴단다. 최근 반한 영화는 세스 로건, 미셸 윌리엄스가 등장하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였다.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그 영화를 재미있게 봤어요. 연인이 있고 5년 동안 함께 지낸 남편이 있는 상황을 담은 내용인데 사랑의 다양한 모습이 나오죠. 이것도 사랑이고 저것도 사랑이고 그럴 때 있잖아요. 사람의 여러 마음을 묘사하는데 전 좋았어요."

또 하나의 영화가 있다. 지금 한창 촬영 중인 <용의자>다. 배우 공유와 박희순, 조성하가 등장하는 이번 영화에서 유다인은 다혈질의 기자 차경희 역을 맡았다. 현재 3분의 1 정도 촬영을 마친 상황. 유다인은 하루종일 <용의자> 생각에 푹 빠져 있단다.


여배우 유다인의 서른, 서른에 대한 생각들

누구에게든 나이에 대한 감정은 묵직할 것이다. 특히나 20대에서 30대로 접어들 땐 사춘기만큼이나 복잡한 감정이 드는 시기. 현재 29살인 유다인 역시 서른 이후에 대한 막연한 감정으로 차 있었다.

"두렵진 않아요. 주위에 보면 두려워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언니들도 있었어요. 음, 체력적인 실감은 나던데요? 회복이 느려져요.(웃음) 전엔 밤을 새우고 다음 날 푹 자면 괜찮았는데 요즘엔 3일을 가요.(웃음) 나이를 먹으며 조금은 여유도 생기는 거 같아요. 연기 외에 제 감성을 표현할 다른 것들을 배워보고 싶어요."


감성과 일상의 표현. 그런 의미에서 유다인은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소설과 수필을 좋아하는 그녀 역시 이후 능력이 된다면 글로 자신을 표출하고 싶다고 했다. 이병률 작가의 책, 김인경 작가의 <사람, 풍경>은 유다인이 좋아하는 수필집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종종 이 책을 선물한다고.

유다인은 분명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무로를 끌어갈 차세대 여배우로서 자기만의 위치와 개성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아직까진 남자 배우가 중심인 작품이 많잖아요. 여배우가 보조가 되는 캐릭터가 아닌 그 배우의 장점을 살려주는 작품이 더 많았으면 해요. 그런 의미에서 전 운이 좋은 게 아닐까요? <혜화,동> 같은 작품은 만나기 쉽지 않거든요. <보통의 연애>도 그랬고요.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게 좋고, 그걸 잘 살려나가는 게 제 몫인 거죠.

유다인이란 사람은 잠깐이 아닌 오래 보고 길게 봐야 아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딱 봤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얼굴이 아니어서요. 아직은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디테일 하고 섬세한 부분과 함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에서도 잘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