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창사 51주년 특별기획 <마의> 포스터

MBC 창사 51주년 특별기획 <마의> 포스터 ⓒ MBC


최근 MBC 월화드라마로 방영하고 있는 <마의>의 메가폰을 쥐고 있는 이병훈PD의 히트작을 살펴보면 한 편의 '영웅 서사담'을 보는 기분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던 주인공은 그를 괴롭히는 악역들과 부모 대에서부터 얽힌 악연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고초를 치른다. 하지만 비범한 능력으로 자신을 둘러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주인공은 성공을 향한 힘찬 발걸음은 내딛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주인공을 시기하는 악역들의 모함으로 또 다른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본인이 가진 초인적 능력과 선한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기회로 변모시킨 주인공은 영웅으로 우뚝 서게 된다.

1999년 MBC <허준>을 통해 대한민국 사극의 역사를 새로 쓴 이병훈PD는 이어 동 방송사에서 2003년 연출을 맡은 <대장금>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최고의 사극 연출가로 우뚝 서게 된다. 그 뒤 SBS <서동요>, MBC <이산>, <동이> 등 그의 손길이 닿는 사극은 모조리 높은 시청률을 올린다. 불후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재능이 있고 선한 주인공이 그를 괴롭히는 사람들의 시샘을 극복하고 끝내 승리한다는 내용은 언제나 수많은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고 웃기고 울린다.

하지만 <허준>, <대장금>, <이산>, <동이>에 이어 2012년 <마의>에서도 계속 되풀이되는 이병훈 PD 식 자기 복제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영 예전만 못하다. 애초 이병훈 PD 전작들이 초반이 부진하다가 후반부에 주인공의 성장담과 주변 인물 간의 갈등이 고조될 무렵 크게 꽃을 피워 왔었다. 그러나 이병훈 PD의 그간 작품들을 비추어볼 때 이제는 어떻게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결말까지 훤히 보인다는(?) <마의>의 가장 큰 적이자, 스포일러는 언제나 비슷한 구성과 결말을 보여준 이병훈 PD의 전작들이다.

거기에다가 지난 8일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경기 때문에 평소보다 한 시간 반 늦게 방영하긴 했지만, 이병훈PD가 메가폰을 잡은 이래 역대 최저 시청률로 불릴 정도인 6.6%라는 숫자는 (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 전국기준)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좋은 수치다. 어떤 이는 이병훈PD의 계속 이어진 자기 복제가 식상함을 불러일으켰다고 평했고, 또 다른 이는 타 작품에 비해 미진했던 아역들의 연기를 꼽는다.

다행히 다음날 9일 방영분에서 10% 대의 시청률을 회복하였지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마의>의 초반 부진에 대해서 의견들은 각개 각색이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울 것 없는 '한의사'라는 소재에 엔딩까지 예측 가능한 전개, 지나친 우연 남발은 이병훈 PD의 신작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이병훈PD 특유의 똑같은 레퍼토리에 실망하기 이전에, 아직까지 <마의>는 초반 부진을 딛고 잘 될 가능성도 더러 보인다. 이병훈PD의 새로운 얼굴로 선정된 조승우는 TV 드라마 출연은 <마의>가 처음이지만, 그는 영화, 뮤지컬을 오가며 비교적 젋은 나이에도 불구, 폭넓은 연기 내공을 선사하는 재능 있는 배우다.

또한 초반 강렬한 악역으로 시선 몰이에 성공한 손창민, 김창완뿐만 아니라, 차후 조승우와 함께 등장할 예정인 이요원, 유선, 이상우, 한상진, 이순재, 윤희석 등 탄탄한 라인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이야기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거기에다가 매번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소재이긴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영웅으로 우뚝 서게 되고, 악당의 공세에도 불구 선함이 승리한다는 내용은 팍팍한 현실에서 꿈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준다.

과연 2012년에도 이병훈 PD의 특유의 권선징악 영웅 성장 서사는 통할 수 있을까? 예나 지금이나 불굴의 환경 속에서도 정직하게 정상에 오르는 인물을 기대하는 심리가 큰 만큼, 영웅의 일대기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유효한 매력적인 소재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를 주인공만 바뀌어서 어디서 본 듯한 서사 구조를 반복하는 매너리즘은 이제 좀 지양해야하지 않을까? 결국은 21세기에도 유효한 영웅 성장담을 이병훈PD와 제작진들이 어떻게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전작들과 얼마만큼 차별화하는가에 따라 <마의>의 성공이 달려있다.

마의 조승우 대장금 허준 이병훈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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