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명절이 되면 그리움을 안고 가족들이 만납니다. 누구를 만나든 오랫동안 안부만 알고 지내다 얼굴을 대면할 때 그 반가움. 명절의 유래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한 핏줄 한 형제 혹은 소외된 이웃과 함께 따뜻함을 나누라는 선조의 지혜도 담겨있지 않을까 봐 혼자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한 해 동안 여러 배우와 인터뷰를 합니다. 인연이 된다면야 한 해에 두세 번을 보는 배우도 있지만 정말 간만에 얼굴을 마주하는 배우들도 있습니다. 그때의 반가움과 팬심을 숨기기란 마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봉을 맨발로 등정하라고 할 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영화<시체가 돌아왔다>에서 한동화 역의 배우 김옥빈이 28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시체가 돌아왔다>에서 한동화 역을 맡았던 배우 김옥빈. ⓒ 이정민


① 더 알고 싶었던 여배우, 김옥빈

올해 3월에 만났던 김옥빈 배우는 앞서 언급했던 부류 중 실로 오랜만에 영화에 등장한 사례에 속합니다. <여고괴담4>를 통해 영화계에 데뷔한 이후 발랄함과 신비한 이미지를 동시에 가져가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죠.

올해 <시체가 돌아왔다>를 통해 3년 만에 영화에 복귀한 김옥빈 배우는 가벼운 감기를 앓고 있었습니다(당시 김옥빈 인터뷰: "따뜻한 김옥빈? 아님 말고~"...김옥빈 탐구보고서 Ver.1.0). 홍보일정으로 인터뷰 역시 하루에 8시간씩 3일 이상을 해내고 있었던 터라 피로가 누적됐던 상황. 그럼에도 눈을 마주치며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하는 모습은 그녀다워 보였습니다.

특히 인터뷰를 통해 느꼈던 반전매력이 있었는데 드러내진 않았지만, 사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점이었죠. 수집 욕이 상당했던 자신의 모습을 밝히면서도 김옥빈은 지인들에게 아낌없이 빌려주고 기부했던 과거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정작 지금은 수집 욕마저 사라져버렸다죠.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의 한 장면.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의 한 장면. ⓒ 시네2000


또 하나, 김옥빈은 "지인들 간의 갈등에서 어느샌가 사람에 관한 관심을 크게 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며 무리에서 도태되는 사람, 외로워 보이는 사람을 그냥 두고 못 봐 챙겨주려는 습성(?)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흔히 방송이나 언론 매체에서 보여지는 김옥빈 배우의 자유분방한 모습과는 살짝 대비되는 모습이었죠.

브릿팝, 일렉트로니카 등 음악 방면에도 조예가 있었던 김옥빈 배우와의 인터뷰 시간은 1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만큼 아쉬웠습니다. 이른 오전 시간에 감기까지 겹쳤기에 살짝 엿보였던 경계적인 모습에서 긴장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뢰구축이 한 번에 될까요. 지난 인터뷰를 계기로 차기작 <AM 11:00>에서 만날 때는 보다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영화<나는 공무원이다>에서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7급 공무원 한대희 역의 배우 윤제문이 4일 오후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나는 공무원이다>에서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7급 공무원 한대희 역을 맡았던 배우 윤제문. ⓒ 이정민


② 옆집 아저씨 같다? 하지만 허술하지 않다, 배우 윤제문

올 한해 드라마와 영화계에서 손꼽을 매력을 선보인 배우 윤제문은 인터뷰를 통해 쉽게 만날 수 없는 배우기도 합니다. 지난해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올해 <더 킹 투 하츠>에서 '브루스 윌리스'도 울고 갈 반전 캐릭터를 선보였던 윤제문은 이제 명실상부한 인기 배우 반열에 올랐습니다.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를 통해 윤제문은 친근한 서민으로 돌아왔습니다(당시 윤제문 인터뷰: 윤제문 탐구생활 Ver1.0...당신은 참 '재미없는' 사람!). 그동안 다소 강하고 어두운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죠. 정기준도 김봉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소탈하면서도 수줍은 듯 살짝 미소 짓는 모습에 많은 여성 관객이 환호를 하곤 했다죠. 남성인 저 역시 살짝 두근거리긴 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으로서 배우 윤제문은 다소 어려운 타입이긴 했습니다. 대답 자체가 길지 않았고 다소 조용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죠. 그만큼 인터뷰를 하는 사람 처지에선 공부를 많이 해야 했고, 준비를 해가야 한다는 사실.

짧은 단답형이였지만 그 안엔 깨알 같은 윤제문의 매력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공무원이다>에서 '칼퇴'를 자랑하는 공무원이자 홍대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분했던 그가 실제로 학창시절 기타 좀 쳤다는 사실. 쑥스러워 하면서도 당시 그가 쳤던 곡들은 '알함브라 궁전', 바흐의 '부레'와 같은 클래식이었습니다. 좋아했던 소녀와 사귀기 위한 전략이었음을 밝힌 윤제문에게서 인간적인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었죠.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의 한 장면.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의 한 장면. ⓒ NEW


그간 약역 전문 배우로 고정관념에 잡혀있던 윤제문이었지만 <나는 공무원이다> 이후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이길 기대합니다. 일단 곧 개봉할 영화 <동창생>과 <전설의 주먹>에서 또 다른 윤제문 배우를 만날 수 있게 됐네요. 특히나 <전설의 주먹>을 위해 동네 체육관에서 복싱을 등록했다 하니 '폼 좀 나는' 그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김옥빈·윤제문 배우 모두 올해 상반기 인터뷰했던 배우 중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스타입니다. 어색해서 혹은 준비 미흡으로 기대했던 것만큼의 대화가 오가진 못했지만, 당시의 좋았던 기억을 바탕으로 신뢰는 더 쌓였다고 생각해봅니다.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영화를 위해 그리고 배우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기 위해 하는 인터뷰이니 만큼 준비하는 자 역시 더욱 철저하게 해야겠다는 다짐 또한 되새겨봅니다.

두 배우에게 추석 송편이나 선물 꾸러미는 드리지 못할지언정 진심과 진솔했던 마음을 전합니다. 조만간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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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다시 만나고 싶다①]...'깨알상담' 하정우, '솔직수다' 공효진
[기획-다시 만나고 싶다②]...'소탈' 윤제문, '볼매' 김옥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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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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