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보증 수표'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작가가 10월 JTBC 주말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로 컴백한다. 한 매체가 김 작가의 원고료가 회당 1억 원이라는 보도를 해 화제가 된 가운데 과연 김수현이 종편에서 성공 신화를 이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연 김수현은 궁지에 몰린 종편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무자식이 상팔자> 한 장면.

<무자식이 상팔자> 한 장면. ⓒ JTBC


40년간 실패를 몰랐던 '김수현의 불패신화'

드라마 작가 김수현은 명실공이 드라마 계 최고의 히트메이커다. 출세작인 <새엄마>로 시작해 <강남가족><안녕><수선화><청춘의 덫><사랑과 진실><사랑과 야망><모래성><사랑이 뭐길래><목욕탕집 남자들><불꽃><내사랑 누굴까><완전한 사랑><부모님 전상서><내 남자의 여자><엄마가 뿔났다> 등 그가 집필한 대부분의 작품은 엄청난 흥행 신화를 써내려 왔다.

이 때문에 김수현의 드라마는 언제나 흥행을 보증하는 방송사의 절대반지로 통한다. 내놨다하면 20%는 기본이요, 30%는 일상이라 할 정도로 시청률 면에서는 걱정이 없다. 한국 드라마 50년 역사 중 김수현 드라마는 40년 동안 정상에 머물렀다. 김수현의 이름 앞에 '시청률의 여왕' '드라마 여제' 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절대적인 시청률 수치를 바탕으로 김수현은 당대의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방송사 사장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막강한 문화 권력을 한 손에 움켜쥔 그녀는 80년대에 이미 최고 고료를 받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2010년 회당 5000만원, 2012년 회당 1억 원을 받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몸값을 높여왔다.

시놉시스 없이도 드라마 편성을 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요, 원하는 시간대를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으며 연출자부터 배우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전반을 관장하는 전권을 부여받는 것 역시 김수현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이렇듯 막강한 시청률 파워를 근간으로 김수현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의 기틀을 마련했다. 글자 하나하나에 혼을 실은 듯 튀어나오는 촌철살인의 대사와 마치 옆에 서 있는 듯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은 그대로 한국 드라마의 전형이 됐고, 한국 드라마의 상징이 됐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도, 만들지도 못했던 캐릭터와 스토리가 김수현의 손에서 나오는 순간 폭발적인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을 우리는 이순재와 윤여정과 심은하를 통해 40년간 지켜봤다.

문화평론가 조지영은 "김수현의 드라마엔 당대의 현실적 텐션이, 정중동의 위기에 선 가족관계가, 드라마적 완성도에 대한 완고한 집념이 담겨있다. 꺾인 적이 없었던 그 자존심은 TV의 권력이 되었고 그 권력은 스스로를 무장한 채 누구의 침범도 허락하지 않는 확고한 자기 영역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김수현의 2008년 作 <엄마가 뿔났다>

김수현의 2008년 作 <엄마가 뿔났다> ⓒ KBS


 JTBC 새 주말극 <무자식 상팔자>

JTBC 새 주말극 <무자식 상팔자> ⓒ JTBC


<무자식 상팔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그런 그녀가 최초로 '종편행'을 선택했다. "방송장이 중 한 사람으로서 수많은 방송 종사자들의 일터가 망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종편 행을 선택했다 밝힌 김수현은 "시청률이란 숫자에 오매불망하는 사람도 아니고, '종편에서 볼만한 가족드라마 한편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제 방송가의 관심은 과연 김수현의 시청률 마법이 종편에서도 유효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개국한지 1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종편 4채널의 평균 시청률은 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도의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대부분의 종편 채널이 자체 드라마 제작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JTBC가 김수현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를 방영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 볼 수 있다.

현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김수현의 평생 콤비인 정을영 PD가 연출을 맡았고 이순재, 서우림, 전양자, 송승환, 김해숙, 견미리, 임예진, 유동근, 윤다훈 등 관록의 김수현 사단이 총출동 해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웬만한 공중파 주말드라마와 비견할 수 있을 위용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김수현의 '파워'가 보이는 대목이다.

과거 신생방송사였던 SBS가 드라마 <모래시계> 하나로 높은 채널 인지도를 얻은 것처럼 JTBC 역시 <무자식 상팔자>로 극적인 반전을 노리고 있다. 종편 사상 최고 시청률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만약 김수현 드라마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다면 종편은 말 그대로 '구사일생' 할 수 있다. 종편의 운명이 김수현의 펜 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수현 작가

김수현 작가 ⓒ SBS


그렇다면 과연 김수현은 종편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확률은 반반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김수현이라고 해도 이미 1년 가까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종편 채널을 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주말 저녁 8시 50분대는 공중파 드라마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황금 시간대다.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김수현 드라마의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 역시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인생은 아름다워>(2010)의 시청률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천일의 약속>(2011)의 시청률은 10% 중반대에 머물렀다. 94년 <작별> 이후 18년 만에 김수현 드라마가 시청률 20% 고지를 밟지 못하는 이례적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더 이상 김수현 드라마의 시청률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니만큼 섣부른 기대나 장밋빛 추측은 오히려 드라마에 독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조금씩 균열이 엿보이는 김수현 불패신화가 종편행을 통해 확연한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면 이는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모 아니면 도' 식의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수현은 종편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종편의 희생양이 될 것인가. 70살의 노작가가 2012년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재능과 노력의 황금비율에, 근면함이라는 필살기로 무장하여 대중과의 교감에 실패한 적이 없다는 '시청률의 여제' 김수현이 냉혹한 평가의 무대에 올라서게 됐다.

 JTBC 새 주말극 <무자식 상팔자>

JTBC 새 주말극 <무자식 상팔자>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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