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최종화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서 시원의 남편이 결국 윤제였음이 밝혀졌다.

18일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최종화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서 시원의 남편이 결국 윤제였음이 밝혀졌다. ⓒ CJ E'&M


<응답하라 1997> 마지막 16화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방영된 후, 트위터의 타임라인은 첫사랑으로 물들었다. 저마다 다른 해에 찾아왔던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느라 바빴다.

내내 '시원의 남편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해오던 이 드라마의 최종화 제목이 결국 '낚시질'의 진수였음이 드러났지만, 기꺼이 월척이 되리라. 시원의 남편을 찾는 여정은 우리들 각자의 첫사랑을 찾게 만들었다.

서로에게 친구였고, 첫사랑이었던 윤제(서인국 분)와 시원(정은지 분)은 결혼에 골인했다. 의미심장한 제목에도 이변 없는 결말에 혹시라도 김이 샜을까봐, 2012년 시원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이미' 둘째라는 반전도 곁들였다. 마지막까지 시원을 사이에 두고 벌였던 '형제의 난'에서 물러난 형 태웅(송종호 분)은 서로 '못 볼 꼴' 다 보여준 사이의 의사(이주연 분)와 새로운 연을 맺고 결혼했다.     

시원-윤제 커플만 예외일 뿐,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대개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응답하라 1997>의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유정(신소율 분)은 첫사랑이 아닌 학찬(은지원 분)과 결혼을 앞뒀고, 고등학교 때부터 윤제를 뒤에서만 바라보던 준희(호야 분)도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는 것을 암시했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영악하지 않았던 젊음

감성복고 드라마를 지향했던 <응답하라 1997>이 가장 잘 한 일은 '기억'을 우리가 떠올려도 좋을만한 '추억'으로 바꿔놨다는 것이 아닐까. 기존 드라마 혹은 현실에서 부끄럽게 여겨졌던 인생의 오점들을 꽤 괜찮은 자화상으로 그려냈다.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인 '첫사랑'은 어설프고 창피한 과거가 아닌, 영악한 계산이 없었던 젊음이었다고 위로한다. 열정과 순수만 갖고 덤벼서 이루어지지 않을지언정, '인생에 그같이 극적인 대목 하나쯤 있었음을 기뻐하자'고 등을 두드린다. 무엇보다, 흘러가면 그뿐인 첫사랑 뒤에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수 있으니까.

드라마 사상 아이돌 팬덤에 대한 고찰과 고증이 가장 뛰어났던 만큼, '빠순이'의 명예를 찾아줬다는 것도 중요하다. 대개 "허구한 날 원숭이 새끼 쫓아다닌다"고 한심해하는 시원의 아빠 성동일의 시선으로 비춰지곤 했던 그들을 대표해, 시원은 "빠순이의 기본은 열정!"이라고 일갈했다. 이 대사는 아마도 <응답하라 1997>이라는 케이블TV 드라마로 신드롬을 일으킨 빠순이 출신 작가의 당당한 변이리라.

 최종화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동성인 윤제를 짝사랑했던 준희가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는 것이 암시됐다.

최종화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동성인 윤제를 짝사랑했던 준희가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는 것이 암시됐다. ⓒ CJ E'&M


무엇보다 준희의 사랑이 유별나지 않았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성애자의 관점에서 동성애를 희화 대상이나 금기시되는 죄악으로 배제하지 않고, 그저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다른 사랑을 기다릴 수 있는 같은 마음으로 그려냈다. 윤제-시원 커플을 보내고 혼자 남은 준희를 데리러 온 빨간 스포츠카 속 인물의 성별은 중요치 않다. 준희에게 새로운 사랑이 생겼다는 게 축하할 일이다.

한편, 사투리가 조폭의 아이콘이나 감초 캐릭터 한두 명을 위한 장치로 쓰이지 않았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1990년대 부산서 고등학교를 다닌 여섯 남녀를 추억하는 이 드라마에서 사투리는 이야기 자체의 특권처럼 여겨졌다. 그동안 극 중에서 사투리가 코믹 설정이 아닌, 인물들의 삶으로 여겨진 적이 얼마나 있었나. 경상도 출신으로 꾸려진 배우들의 '연기'하지 않는 사투리가 귀를 편하게 만들고, 리얼리티를 더한 덕이 크다.

2005년, 시원의 집 현관문을 열려던 윤제는 경악했다. 비밀번호가 자신의 생일, 시원의 생일도 아닌 H.O.T 토니의 생일이었던 것. 추억이란 그런 것이다. 빠순이에서 졸업한지 꽤 됐지만 나도 모르게 아이디나 비밀번호 등 이곳저곳에 남아 있는 '오빠'의 흔적처럼, 기억으로 인식하지 못할 만큼 내 삶 깊숙이에 들어앉아 있다.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는 한심해 보일 수 있는 어린 나날도 우습지만은 않은 역사였다.

 tvN <응답하라 1997>은 최고시청률 5%를 돌파하며 8주 연속 케이블TV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화제의 드라마다.

18일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97> 최종화의 시청률은 6.22%(TNmS, 케이블 유가입자 기준)로 자체최고를 기록했다.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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