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의>의 유은수(김희선 분)

SBS <신의>의 유은수(김희선 분) ⓒ 신의문화산업전문회사


'김희선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1998년과 1999년, 2년여에 걸쳐 추석 특집쇼로 방송된 <김희선 쇼>의 제목이다. 그만큼 김희선은 특별했다. 또한 '지독히도' 예뻤다. 예뻐서 모든 걸 인정받았고, 예뻐서 모든 걸 용서받았다. 때론 예의 없는 말괄량이였지만 예쁜 김희선을 거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최고 미녀"라는 앙드레 김의 극찬은 김희선에게 결코 과분하지 않았다.

 김희선이 6년만에 출연 결정한 SBS 월화드라마 <신의>

김희선이 6년만에 출연 결정한 SBS 월화드라마 <신의> ⓒ SBS


90년대 젊음의 상징, 김희선 신드롬

1990년대 김희선은 신세대의 모든 것을 대변하고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사치스럽고 소비지향적이면서도 자기주장 뚜렷하고 주관이 강했던 그녀의 독특한 캐릭터는 90년대 여자 스타의 전형성을 단호히 거부했다. 일종의 '컬쳐 쇼크'였다. 김희선의 '젊음' 은 기성세대에게는 문화적 충격을, 신세대들에게는 젊음에 대한 자부심을 선사했다.

'말괄량이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김희선의 존재는 그렇게 젊음과 패기로 상징됐다. 매력과 개성도 젊음에서 우려 나왔다. 젊음의 열기와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개성이 그 때의 김희선을 창조했고, 지금의 김희선을 만들었다.

김희선은 연기를 제일 잘 하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스타였다. 김희선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김희선이 하는 잦은 실수에도 너그러이 눈을 감아주는 아량을 베풀기도 했다.

<목욕탕집 남자들>(1995)과 <컬러>(1996)에서 시작된 김희선 신드롬은 <미스터 Q>(1998)와 <토마토>(1999)로 절정에 올랐고 <해바라기>(1998)와 <안녕 내사랑>(1999)으로 그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희선이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시청률 30% 이상을 기록했고, 그가 하고 나온 액세서리는 그 다음날이면 대한민국 최고의 유행 아이콘이 됐다. 인터넷과 핸드폰이 아직 생소하던 시절, 사람들은 김희선에게서 최첨단의 유행과 극단의 스타일을 캐치해 냈다.

 90년대 김희선은 흥행불패의 여배우였다

90년대 김희선은 흥행불패의 여배우였다 ⓒ 각 방송사


90년대 김희선은 전설적인 스타

이렇듯 한국 연예계는 김희선의 등장으로 여자 스타가 한국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생산되는지를 누구보다 역동적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최진실조차 '감히' 하지 못했던 문화 전복을 김희선은 5~6년의 짧은 시간동안 모두 이룩해냈다. 기성세대는 김희선의 등장과 함께 신세대의 문화를 경험했고, 김희선의 드라마를 통해 신세대의 스타일을 이해했다.

결국 김희선은 사람들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도저히 거부하려야 거부할 수 없는 90년대 유일한 '신세대 스타'였다. 김희선을 아는 것이 곧 신세대를 아는 것이고, 김희선을 보는 것이 곧 신세대를 보는 것임을 그 당시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 때 김희선이 'Only 김희선' '오직 김희선' 으로 깨끗하게 정리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부족한 연기력조차도 사랑스럽게 만들었던 김희선이라는 이름의 배우는 추석이면 어김없이 <김희선 특집쇼>로 전국의 30%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 모았고, 화장품 광고 하나로 화장품 매출을 3배나 올리는 기적을 행한 그런 배우였다. 90년대 김희선은 가히 '전설의 스타, 전설의 여배우' 라 할 만 했다.

 SBS 월화드라마 <신의>에 출연 중인 배우 김희선.

SBS 월화드라마 <신의>에 출연 중인 배우 김희선. ⓒ SBS


응답하라, 김희선 시대!

그러나 빛이 밝은 만큼 그림자는 짙었다. 2000년대 들어 김희선 시대는 급격히 막을 내렸고, 그녀는 장기간의 침체일로를 걸었다. 야심차게 도전한 영화가 평단과 관객의 외면 속에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고, 흥행불패 신화를 자랑했던 드라마 역시 연달아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설의 스타' 김희선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였다.

그랬던 그녀가 2012년 SBS 월화드라마 <신의>로 야심차게 컴백했다. 이번 컴백은 김희선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결혼 후 첫 드라마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데다가 2000년대 겪은 극심한 부진을 털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희선 시대의 재건을 위해서는 <신의>의 대중적 성공은 필수 조건이다.

여건은 나쁘지 않다. <여명의 눈동자><모래시계><태왕사신기> 신화를 일궈온 김종학-송지나 콤비가 손을 잡은데다가 청춘스타 이민호, 연기파 유오성 등이 합류하면서 동시간대 드라마 중 최고의 위용을 갖추고 있다. 김희선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방송 10회가 넘는 지금까지 10% 초반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는 건 우려스럽다. 경쟁작인 <골든타임>의 종영 후, 얼마만큼 상승세를 기록할 것인지가 <신의> 앞에 놓여진 지상과제다. 타이틀롤 김희선은 "체감시청률은 40%다" 라며 공공연히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희선의 명운은 <신의>의 향후 시청률에 달려 있다봐도 무방하다.

과연 김희선은 <신의>를 통해 90년대 자신이 누렸던 영광의 시간을 다시금 재현할 수 있을까. 당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젊음의 상징이었고, 전무후무한 인기를 누리며 전설적인 스타로 추앙받았던 그녀가 2012년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부디 그녀가 건승하기를, 90년대 '마지막 스타'로서 꼿꼿한 자존심을 지키길 바랄 뿐이다.

김희선 신의 김희선 쇼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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