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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방성재 역의 배우 이시언이 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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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언(31)에게 빚진 것이 있었다. 지난 7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그는 기자들로부터 별다른 질문을 받지 못했다. 다른 아이돌 출연진이나 은지원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회가 방송되고, 회를 거듭할수록 빛을 발하는 방성재 캐릭터를 보며 '아뿔싸' 싶었다. <응답하라 1997> 종영을 눈앞에 두고 만난 이시언은 당시를 회상하며 "질문을 많이 받을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끝나고 가면서 호야(강준희 역)랑 울었다"고 농담을 했다.

결과적으로 <응답하라 1997>은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4%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방성재 캐릭터도 인기를 얻었지만 이시언은 "서인국(윤윤제 역)의 인기와 비교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어떤 분이 트위터에 '오빠, 저희 반 애들은 다 윤윤제 좋아하는데, 저만 방성재 좋아해요'라고 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공부는 못했지만, 귀여움 독차지했던 이시언

<응답하라 1997>에서 5대 5 가르마로 곱게 빗고 다마고치(전자 애완동물 사육기)를 제 새끼처럼 키우는 방성재는 이 드라마가 1990년대를 다루고 있음을 가장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말이 너무 많고 빨라서 출연 분량이 크지 않음에도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이시언은 '처음 보는 사람과의 수다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긍정적인 방성재 캐릭터의 설명에 "내 옷이다" 싶었단다.

이시언은 성재처럼 공부에는 취미가 없지만, 각 반에 한 명쯤 있을 법한 정감 가는 학생이던 걸로 보인다. 이상하게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담임이 류기수 선생님 한 분으로 같았는데, 알고 보니 귀염성 있는 그를 예뻐한 선생님이 자처한 일이었다고.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방성재 역의 배우 이시언. 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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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고등학교 졸업한지 10년이 넘은 이시언은 오디션 때, 힙합바지를 입고 1990년대 후반 '멋의 상징'이었던 스타텍 휴대폰을 들고 갔다. 영화 <크로우즈 제로>(2007)의 오구리 슌이 스타텍을 들고 있는 모습에 반해 샀던 것이 수년 후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그의 스타텍은 <응답하라 1997> 중 서울에서 전학 온 부잣집 아들 학찬이 통화하는 장면에서도 소품으로 활용됐다.  

출연진 대부분이 부산 출신인 이 드라마의 중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는 리얼한 사투리. 이는 부산 사상구 신모라 출신의 이시언에게 역시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그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사투리 때문에 열심히 대사를 외워야했다.

이를테면, 자막까지 등장했던 "내가 백지 이런 날 주번에 걸리가 지금 정신 상가로븐께 홀딱 다 이따 비주께(내가 하필 이런 날 주번에 걸려서 지금 몹시 정신이 혼란스러우니 모든 것들은 나중에 구경시켜줄게)" 같은 것이다. 성재가 사용해 화제가 됐던 '까리뽕쌈('멋있다'는 뜻의 '까리하다'와 '쌈박하다' 등의 합성어로 보임)' 같은 표현도 못 들어봤다고.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방성재 역의 배우 이시언이 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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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없다'며 날아온 숟가락, 몰래 울었다"

부산 출신으로 얻은 기회는 <응답하라 1997> 이전에 데뷔작인 드라마 <친구>(2009, 김중호 역)가 먼저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를 나왔지만, 연기자가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학은 늦게 갔다. 고등학교 때 공부 잘 하는 여자친구가 "대학 안 가면 안 만나겠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서둘러 '들어가기 쉬울 것 같은'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정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이후 아동극 극단에서 잠시 활동하다가 군대에 간 그는 그곳에서 '스승'을 만났다.

"제가 연기를 공부하다가 왔다니까 군대에서도 무대에 몇 번 올려서 연기를 시키더라고요. 고참 중에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이 있었는데, 제가 연기하는 걸 보고 마음에 들었는지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보자'고 했어요. 고참이 준 <배우수업>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책을 보고 연기 연습을 하다가, 제대 후에 서울예대 시험을 봤는데 단번에 붙었죠. 그 스승님이요? 지금 요리사로 초밥계의 1인자가 됐어요."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방성재 역의 배우 이시언이 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오마이뉴스 로고를 가리키며 코믹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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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언은 학교를 졸업할 즈음인 2007년 연극과 친구들과 함께 네 명이서 극단을 만들었다. 세 들어 있던 방의 보증금을 빼서 사당에 연습실도 차렸다. 2008년에는 운영비를 위해 약 두 달간 일산 라페스타에서 옷 장사도 했다.

"진열대에 옷을 늘어놓고, 확성기에 외쳤어요. 영화 <주먹이 운다> 최민식 선배의 대사 있죠. '복싱 은메달리스트 강태식이올시다!' 하면서 '복싱 접고 옷 판다!'고 외쳤어요. 그때 팬도 있었다니까요. 모녀가 와서 '우리 딸이 자네 보러 간다고, 옷 좀 사주라고 해서 왔다'면서요.(웃음) 옷 판 돈으로 극단에 쓰고, 싼 오토바이도 한 대 샀어요. 근데 극단 운영은 결국 다 빚이 더라고요. 대관료만 몇 백만 원이고. 결국 2009년도에 접었죠.

옷 장사 끝나고 돈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로에 갔어요. 한 뮤지컬의 크루로 6개월 동안 200만원을 받고 청소 등을 도맡아 했죠. 어느 날, 한 여배우가 저 끝에 앉아 있던 저한테 '재수없다'고 숟가락을 던지더라고요. 배우가 청소나 하고 있다고요. 뮤지컬계에서는 알 만한 유명한 선배인데, 일대일로 말씀해주셨으면 조언이 됐겠지만 정말 상처받았죠. 몰래 울었어요.

그때 뮤지컬 배우 송용진 형이 되게 많이 챙기고 힘을 줬어요. 그 형은 청소하고 있는 나를 누군가에 소개할 때면, '배우 하는 친구 보연(이시언의 본명)'이라고 소개했죠. 언젠가 크게 될 배우라고요. 그 뮤지컬 크루 끝나자마자, 드라마 <친구>로 데뷔했어요."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방성재 역의 배우 이시언이 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진지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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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후 3년간 <닥터 챔프> <파라다이스 목장> <무사 백동수> <갈수록 기세등등> <더킹 투하츠> 등에 꾸준히 출연해온 이시언은 <응답하라 1997>에 이르러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무대 청소를 하면서, 부산에 계신 부모님에게 편지로 '아들이 잘난 게 없어 이번 어버이날에는 못 내려갑니다. 연말쯤 되면 뭔가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막연한 약속을 했던 게 3년여 전이다. 이제는 부모님이 지인들의 사인 요청에 그의 인기를 체감한단다.

잊을 수 없는 헤어스타일에 코믹한 연기로만 각인이 된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이시언은 "<응답하라 1997> 13화를 눈여겨 봐달라"고 했다. 신원호 감독이 방성재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강원도(극중에서는 부산 기장) 올로케이션으로 미리 촬영해놓은 장면이 나온다고.

방송을 보니 허언은 아니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시골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며, 산 넘고 물 건너 혼자 사는 할머니댁에 전구 갈러 가는 성재의 모습은 왠지 웃기게만 보였던 이시언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 인터뷰 2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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