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에서 인기를 끄는 예능물 <비틀즈코드>는 '평행이론'을 모티브로 한 프로그램이다. 얼핏 보기에 닮은 점이 전혀 없어보이는 가요계 선후배를 짝지워 그들의 노래와 사건들속에서 가려진 공통점을 운명론적으로 분석해 내는 컨셉이다.

스포츠계에도 비틀즈 코드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프로농구의 SK 나이츠다. 각각 야구와 농구로 종목과 모기업도, 시즌이 열리는 시기도 전혀 다른 구단들이지만, 알고보면 스포츠계에서 두 팀을 연결짓는 기묘한 '평행이론'은 벌써 화제가 된 지 오래됐다.

나란히 암흑기에 접어든 두 팀

연관성이 전혀 없이보이는 두 팀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는 가장 큰 공통점은 '잃어버린 10년'이다. LG 야구와 SK 농구는 각각 해당 종목에서 대표적인 만년 중하위권팀으로 꼽힌다. 여기서 단순히 약체팀이라는 이미지와는 좀 다른 의미다.

모두 국내 최고의 대도시인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있으며, 꾸준한 마케팅과 스타선수들을 영입하는 공격적인 투자에도 불구, 매년 중하위권에 맴도는 초라한 성적표로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라는 조롱을 듣고 있는 점이 바로 닮은 꼴이다. 선수들의 개인주의 성향으로 인한 '모래알 조직력', '유명 감독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것도 공통점이다.

알고보면 두 팀이 사실 처음부터 중하위권 단골이었던 것은 아니다. LG는 90년대에만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스타군단을 앞세워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군림했고, SK도 지난 2000년 창단 3시즌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농구계의 신흥명문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두 팀은 지난 10년 사이에 마치 약속이나 한듯 나란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02년은 대다수의 스포츠팬들에게는 십중팔구 월드컵으로 기억되겠지만, LG 야구와 SK 농구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두 팀의 '흑역사' 평행이론이 처음으로 시작된 기념비적인(?) 해다. 그해 LG 야구는 한국시리즈에, SK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창단 이후 마지막으로 진출했고 나란히 명승부 끝에 아까운 준우승에 그쳤다. 이후로 두 팀은 더 이상 챔프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두 팀은 2002년 이후 구단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인물들을 떠나보냈다. LG는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명장 김성근 감독을 석연치않은 이유로 경질했고, SK는 창단 첫 우승과 구단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간판스타 서장훈을 FA로 떠나보내야 했다. 이들이 떠난 후 두 팀은 나란히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LG 야구는 2002년 이후 올해까지 무려 9년 연속 가을잔치 진출에 실패했다. 올시즌도 4강권과 큰 격차를 드러내며 리그 7위에 그치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 유력하다. 프로야구 사상 전례가 없는 기록이다. SK도 최근 9시즌간 무려 8차례나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며 암흑기를 이어나갔다. 그나마 2007-08시즌에 6강 플레이오프를 한 차례 나간 것이 고작이었다. 2002년 이후 최근 10년간 두 팀의 리그 내 최고순위는 똑같이 5위였다.

여기서 '먹튀' 잔혹사는 두 팀의 10년 수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홍현우, 진필중, 박명환 등 LG가 FA로 영입했던 숱한 슈퍼스타들이 입단 이후 연이어 부상과 슬럼프로 먹튀로 전락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LG가 이들을 영입하기 위하여 허공에 날린 돈만 해도 100억에 육박한다. 반면 LG에서는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다른 팀으로 간 후 야구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 김상현, 이용규, 박병호 등의 사례를 가리켜 탈지(탈출 LG)효과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SK 농구는 서장훈 이후 팀의 프랜차이즈스타로 키우려 했던 방성윤이 잦은 부상과 미국 진출 실패로 방황하다가 서른살의 나이에 결국 조기 은퇴하는 비운을 맞이했으며 주희정과 김효범 등 FA로 거액을 들였던 선수들은 모두 SK 입단 이후 평범한 선수들로 전락했다. 유독 다른 팀에서 펄펄 날다가도 전성기가 지나서 SK에 오거나, 입단 이후 부상과 슬럼프에 빠지는(심지어 외국인 선수마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SK의 징크스로 남았다.

LG야구-SK농구 응원하는 '불행한' 팬?

뭐니뭐니해도 두 팀을 연결짓는 평행이론의 노른자위는 역시 DTD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의 영어 약자인 DTD 징크스는 원래 LG에서 시작되었으나 SK에 적용해도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평행이론이다. 개막 전 화려한 라인업으로 인하여 우승후보로 꼽히고 시즌 초반 반짝하다가, 중후반이 되면서 점점 추락하는 끝에 결국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초라하게 마감하는 패턴을 빗댄 말이다.

두 팀은 지난해 나란히 신인 감독들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SK 농구는 현역 시절 최고의 3점슈터로 불리며 SK에서 은퇴했던 문경은 감독에게 새로운 지휘봉을 맡겼고, LG 야구는 역시 프로야구 정상급 타자출신인 김기태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두 사람 모두 현역 시절 인정받는 스타 출신 지도자라는 점. 팀내에서 선수나 코치로 활약했던 인물들의 내부 승격이라는 점이 닮은 꼴이다.

문경은 감독은 부임 첫해 초반 5할 승률로 분전했으나 주전들의 부상으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김기태 감독도 취임과 동시에 일부 주축 선수들의 승부조작 파문과 FA 이적 사태 속에 초반 5할 승률을 유지하며 선전했으나 전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반 이후 추락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문경은 감독과 김기태 감독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에도 불구하고 리더십 면에서는 호평을 받았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이름값에 의존한 선수기용이 줄어들고,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내부 경쟁이 활성화되며 이전과는 다른 리빌딩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평가다.

두 팀 모두 성적에 굶주린 지 오래됐다. LG가 올해도 10년 연속 PS 진출 실패가 유력하고, SK는 올시즌 5년만의 6강 진출에 다시 도전한다. 우승까지 따지면 기간은 더욱 늘어난다. 94년이 마지막 우승인 LG는 올해도 18년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으며, SK도 첫 우승 이후 벌써 12년이 지났다. 두 팀 중 누가 먼저 플레이오프-우승 갈증을 해갈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서울에 살면서 봄-가을에는 LG 야구를 응원하고, 겨울에서 다시 봄까지는 SK 농구를 응원하는 팬들'을 더 이상 불행한 스포츠팬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들 구단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