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면서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아이들 돕고 싶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아이들 돕고 싶어요" ⓒ 솔비


 솔비는 심리치료와 함께 우울증을 그림과 등산, 독서 등을 통해서 치유했다.

솔비는 심리치료와 함께 우울증을 그림과 등산, 독서 등을 통해서 치유했다. ⓒ 솔비


가수 솔비(본명 권지안)는 2010년 자신과 닮은 여성이 등장하는, 일명 '솔비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정신적인 충격을 입었다. 결국 2011년 돈벌이를 목적으로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검거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을 통해서 동영상 속 인물은 솔비가 아니라 닮은 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솔비는 이 사건으로 데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어머니는 물론 언니까지 충격을 받게 됐고 지인들은 "너 아니지?"라고 되물었다. 솔비는 자신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일로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결국 우울증이 찾아왔다. 솔비는 살 방법보다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한다는 그 지독한 병을 1년 반 동안 앓았다. 

"제 동영상도 아닌데 루머가 계속 나와 저와 가족들을 힘들게 했어요. 언니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형부까지 스트레스를 받았죠. 자연스럽게 가족과도 단절됐어요.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죄인이 된 느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느낌이 들더라고요. 

시집을 가고 싶기도 하고 유학을 가려고 했었지만 그것조차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너무 힘들어서 죽을 때까지 술을 마시기도 하고, 나쁜 생각도 많이 했어요. 이렇게 계속 지내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서 결국 정신과에서 심리 치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권지안(솔비)이 '욕망이라는 또 다른 이유'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권지안(솔비)이 '욕망이라는 또 다른 이유'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 솔비


솔비는 심리치료를 받으면서도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자곤 했다. 피폐해진 마음에 자면서도 자살하는 꿈을 꿨다고. 그동안 자살한 연예인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더 많은 영향을 받기도 했다.

솔비는 심리치료와 그림, 등산, 독서를 병행하며 우울증을 치료했다. 특히 그림을 통해서는 오랜 시간 생각하고 조금씩 실천해왔던 '나눔'에도 힘쓰게 됐다. 그 결과, 솔비는 삶의 희망과 보람을 동시에 찾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뭔가를 배우고 싶었거든요. 우연히 그림을 그리게 됐어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캔버스에 그리기 시작했죠. 새해 선물로 지인에게 줬거든요. 제 본명인 '지안'이라는 이름을 써서요.

무엇보다 솔비가 아닌 지안으로, 화려함에 가리지 않은 진짜 나의 모습 그대로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갤러리 카페를 하는 언니가 제 그림을 걸어보라고 제안하셨는데 일이 더 커졌어요. 아예 전시회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솔비는 지난 7월 10일부터 24일까지 2주 동안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 옆 라빌드팡에서 '욕망이라는 또 다른 이유'란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솔비는 그림을 그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감각을 뽐내 호평을 받았다.

"전시회 자체도 좋았지만 제 그림을 보러 와준 분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감사했습니다. 어떤 분은 초췌한 모습으로 오셔서 '솔비씨가 그림을 그려서 우울증을 치료했다고 해서 저도 그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림을 보러 왔어요'라고 하시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힘든 시간을 이겨냈는데 제 그림이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 뿌듯했습니다."

"우간다 나눔 동참한 이유는 '생명의 절박함' 때문"

 권지안은 첫 개인전 수익금 전액을 우간다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데 쓰기로 했다. 사진은 우간다 '윌리엄 차고라니' 목사님.

권지안은 첫 개인전 수익금 전액을 우간다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데 쓰기로 했다. 사진은 우간다 '윌리엄 차고라니' 목사님. ⓒ 권지안


우울증을 그림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솔비는 최근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경매에 부쳐 수익금 전액을 화가 지망생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희망이다.

"사실 그림을 그리면서 가르쳐주신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경매를 통해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었죠. 그림을 배우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는 게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물감이나 스케치북 등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싶어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우간다의 한 목사님을 우연히 만나게 됐어요. 그분은 제게 우간다의 실상을 들려주셨죠. 1000원이면 1주일을 먹고 살 수 있는데 굶어 죽는 아이들이 많다고요. 생명과 연관된, 더욱 절박한 일이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은 솔비는 우간다 아이들을 도왔다. 이들에게 새 생명을 안긴 셈이다. 그동안 화려하게만 보였던 솔비가 사실은 '나눔'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 이색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봉사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계절마다 옷을 보내는 곳도 있고요. 사람들은 제게 화려한 옷이 많은 줄 알지만 사실 제 옷은 별로 없어요. 엄마가 자주 봉사활동을 다니셔서 저도 아직 멀쩡하지만 입지 않는 옷들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보내고 있었어요.

왜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느냐고요? 솔직히 부끄러웠어요. 뭐 대단한 것도 아닌 것 같아서요. 그런데 어떤 분이 '네가 그런 것을 말해줘야 다른 사람들도 봉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슬럼프 동안 혼자 봉사활동을 많이 했는데요. 제가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친구들에게 배우는 게 많았어요, 제가 정신적으로 얻는 것이 많은 것이 바로 봉사인 것 같아요."

20대 막바지에 지독한 성장통을 겪었던 솔비는 1년 반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더욱 성숙해졌다. 이제 내년이면 서른이다.

"연예인이 되고 싶었고, 늘 스포트라이트를 꿈꿨어요. 하지만 막상 연예인이 되고 보니 그 스포트라이트에 갇힌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안을 꿈꿨지만 결국 갇혀서 주위를 보지 못하게 된 것이죠. 혼자 그림을 그리고 서점에 앉아 책을 읽고, 지리산 등반, 전시회,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소한 만남을 시작하면서 그 스포트라이트에서 빠져나간 느낌이 들었어요.

남들보다 화려한 20대를 살았다면, 30대에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싶어요.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낸 자신을 사랑하고, 대견하게 여기면서 30대에는 소소함에서 찾아오는 행복을 지켜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다음은 <오마이스타>의 창간 1주년 특별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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