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으로 방송 잠정 은퇴를 선언한 김구라

막말 논란으로 방송 잠정 은퇴를 선언한 김구라 ⓒ KBS

[기사보강 22일 10시 18분]
과거 인터넷 방송 진행 시절 숱한 연예인 비하 발언과 막말로 유명하던 김구라. 그도 뒤늦게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10년 전 일제강점기 시대 종군 위안부 비하 발언 논란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오래전 사건인데다 의도치 않은 발언이었다고 하나 종군 위안부를 비하하는 것처럼 들리는 표현으로 역사와 대중에게 누를 끼친 그의 한마디는 백번 사과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난 4월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김구라의 막말은 최근 벌어진 사건도 아니고, 무려 강산도 한 번 바뀐다는 10여 년 전 일이다.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 진행 시절 숱하게 쏟아낸 발언은 그가 지상파 방송 진행자로 입지를 굳히는 과정에서 여러 번 공론화 되었다. 이제는 어엿한 인기 방송인으로 정착했지만, 과거 인터넷 방송 진행 시절 막말을 비판하며 여전히 그를 달가워하지 않은 이들도 꽤 될 정도이다.

그럼에도 김구라가 10년 전 한 인터넷 방송에서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위안부를 성 노동자 여성에 비유한 발언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직까지 종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가해자인 일본으로부터 정당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하는, 민감하고도 아픈 사안이다. 의도치는 않았다고 하나 결과적으로는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큰 모욕을 준 발언은 그 어떤 막말도 너그럽게 용서받은 김구라도 단숨에 추락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었다.

김구라의 방송 진행 역사상 최대 실수였던 '위안부 발언 논란'은 그가 지상파에서 활동을 시작한 직후가 아닌, 그가 스타 방송인으로 잘 나가던 시점에 터졌다. 최근 일도 아니고 기억도 가물가물한 오래전 일이었기 때문에 특히나 사건이 터져버린 시기상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음모론도 적잖이 제기된 터라 꼼짝없이 발목 잡혀버린 김구라로서는 꽤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김구라는 과거 위안부 발언 논란이 터지자마자 즉각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 사과하고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그 흔한 변명도 없었다. 오히려 "예전에 했던 생각 없는 말들에 여러 사람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새삼스레 깨달은 직후부터 늘 마음 한구석에 부채의식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운명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미리 스케줄표를 적지 않는 습관을 지녔다고 밝힌 그는 이전부터 자신에게 곧 날아올지도 모르는 부메랑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온 듯했다.

쉽게 용서받기 힘든 사안이었지만, 바로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우호적으로 돌려놨다. 의도적으로 계산한 바는 아니었지만 김구라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질렀어도 버젓이 활동하는 정치인이 즐비한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김구라에 대한 동정 여론을 확산시킨 셈이다.

 방송인 김구라

방송인 김구라 ⓒ MBC


대중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즉각적인 사과와 활동 중단 이후 그가 보여준 행보다. 방송 활동을 중단한 이후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한 김구라는 그 이후에도 틈나는 대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에 찾아가 봉사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방송 중단 이후 대중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6월 6일 경기도 성남에서 열린 위안부를 위한 '나눔의 집 인권 콘서트' 참석이 유일하다.

"곧 재개할 방송 활동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따라붙을 만하다. 하지만 매주 빠짐없이 위안부 할머니를 찾아가 궂은일도 마다치 않는 통에 이제는 '나눔의 집' 식구들에게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는 김구라, 그의 속죄는 진심이었다.

잠정 은퇴 기간 김구라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었음에도 약 3개월가량의 자숙을 끝내고 다시 대중 앞에 서는 것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너무 성급하게 복귀를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비교적 짧게 느껴질 수도 있을 법한 지난 3개월 동안 복귀를 위한 형식적인 반성이 아니라 자신이 지은 죄를 충실한 봉사로 참회했던 그의 행적에 비추어 봤을 때, 잘못을 뉘우치고자 노력한 김구라를 이제는 너그럽게 받아들일 때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시기, 이유가 어찌 되었든 잘못 놀린 혀로 일으킨 실수.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잠시 물러났을 뿐인 김구라를 전적으로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허나 적어도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를 끌어내리려고 혈안이 된 이들보다 염치를 알고 비겁하지 않았던 그의 진심 어린 반성과 자숙의 자세는 충분히 대중 앞에서 진심으로 사과할 기회를 부여받을 만하다.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그의 복귀를 응원한다.

===김구라 방송 복귀 관련 기사====

-①[단독]'잠정은퇴' 김구라, tvN <택시> 단독MC 복귀
-②[MC복귀]김구라만 '잠정은퇴'?...'막말'도 형평성 필요
-③[MC복귀]진심으로 잘못 뉘우친 김구라...이젠 용서합시다
-④[MC복귀]강호동이 돌아온다. 이젠 김구라에게도 기회를...
-⑤[MC복귀]강호동-김구라 그들의 성숙한 귀환

김구라 김구라 잠정은퇴 김구라 복귀 김구라 위안부 김구라 사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