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여름밤. 영화가 있고 음악이 있다. 청풍호반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위로 반딧불이 날아다니며 운치를 더했다. 선선한 강바람은 열대야를 쫓았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 박솔희


한여름 밤의 전설 '레전드 나잇'

지난 8월 9일부터 15일까지 제천시 일원에서 진행된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14일 밤, 제천 청풍호반 무대에서는 전설 같은 밤이 펼쳐졌다. 영화 상영과 음악 공연이 이어지는 '원 썸머 나잇' 프로그램 중 마지막 '레전드 나잇'이 진행된 것.

제천 영화제의 하이라이트 원 썸머 나잇 프로그램은 10일부터 14일까지 매일 밤 '패션 나잇' '힙합 나잇' '스타 나잇' '어쿠스틱 나잇' 등의 타이틀을 달고 특색 있게 꾸며졌다. 그 날 그 날의 주제에 맞는 음악영화 상영 후 그에 어울리는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진 것이다.

 청풍호반 무대의 모습.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는 호숫가에 영화 상영을 위한 대형 스크린과 공연 무대가 설치됐다.

청풍호반 무대의 모습.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는 호숫가에 영화 상영을 위한 대형 스크린과 공연 무대가 설치됐다. ⓒ 박솔희


14일 밤의 원 썸머 나잇이 '레전드 나잇'이라고 이름붙은 것은 주로 퀸 그리고 들국화 때문일 것이다. 이날의 상영 영화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에 대한 다큐멘터리 <퀸: 우리의 나날들>. 퀸은 1973년 데뷔 이후 'We Are The Champions' ' We Will Rock You' 'Don't Stop Me Now' 'Somebody To Love' 등 숱한 히트곡을 쏟아내며 그야말로 전설로 남아 있는 밴드.

영화는 여러 비공개 영상들과 함께 멤버들의 솔직한 심경이 담긴 인터뷰를 포함하고 있다. 퀸의 엄청난 성공과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 좌절, 경이로운 공연 실황 등을 숨김없이 회고한다. 특히 작년에 사망 20주기를 맞은 보컬 故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에 맞서 강인하게 싸우며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에 온 힘을 쏟는 모습은 관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14일 밤 청풍호반에서는 <퀸: 우리의 나날들>이 상영됐다.

14일 밤 청풍호반에서는 <퀸: 우리의 나날들>이 상영됐다. ⓒ JIMFF


돌아온 한국 록의 전설, 들국화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는 영화와 어울리는 록 뮤지션들의 공연으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짙은, 들국화, 톡식, 몽니로 이어지며 새벽 1시 반까지 진행된 공연이었다.

특히 지난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재결성하며 '돌아온 한국 음악의 전설'로 불리고 있는 들국화의 무대는 수많은 관객들이 손꼽아 기다린 것이었다. 보컬 전인권, 베이시스트 최성원, 드러머 주찬권 등 원년멤버들은 한국 록의 선구자다운 강렬함으로 '행진' '사노라면' '제주도 푸른밤' 등의 히트곡을 선사했다. 광복절을 맞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기도 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원 섬머 나잇'. 재결성한 들국화의 무대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원 섬머 나잇'. 재결성한 들국화의 무대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 박솔희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15일 폐막식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4일 밤부터 비소식이 있었으나 다행히 공연에는 지장이 없었다. 15일은 오후부터 쏟아지는 비로 폐막식이 예정됐던 의림지 특설무대에서 제천문화회관으로 옮겨 진행되기도 했다.

'물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물과 바람이 있는 전원도시 제천에서 휴양하듯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영화제였다. 8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제천시의 행정지원으로 운영이 매끄러웠다. 세명대 기숙사와 '짐프캠프'라는 텐트촌을 활용해 늘 모자라던 숙박 시설 문제를 해결한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관람객 만족도가 높아 또 찾게 되는 영화제라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명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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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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