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도국을 배경으로 중립 성향의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앵커가 자신의 변화하는 의견을 뉴스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미국 드라마 <뉴스룸> .

뉴스 보도국을 배경으로 중립 성향의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앵커가 자신의 변화하는 의견을 뉴스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미국 드라마 <뉴스룸> . ⓒ HBO


최근 가장 뜨거운 신작 미국 드라마, 미드 <뉴스룸>이다. 아직 6화까지 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화제몰이 중이다. 배경은 2010년 미국. 2년이나 지난 일들이 에피소드 중심에 등장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뜨겁기 그지없다.

<뉴스룸>의 배경은 2년 전 미국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청률 지상주의자, 비겁한 중립을 지키던 뉴스 앵커 윌 맥어보이가 '진짜 뉴스'를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이 2010년 실제 사건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시청자, 광고주의 눈치를 보던 그에게 '진짜 뉴스'를 하자고 말하는 뉴스 책임프로듀서 맥켄지, 그의 변화를 도와주는 상사 찰리, 그리고 그의 뉴스팀이 있다.

드라마 자막 번역자가 괴로움을 호소할 정도로 넘쳐나는 <뉴스룸>의 유려한 대사 속에서,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들, 우리에게 결핍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2년 전 미국을 다룬 드라마에서 지금 2012년, 우리 한국 사회에게 절실한 것들을 발견한다는 것은 '뉴스'를 가진 모든 국가, 사회가 공통적으로 절실한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1.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뉴스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했으나 실패했음을 인정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발생한 느리고, 반복적이며 알려지지 않은 고칠 수도 없는 이 아수라장의 공범이었음을 인정합니다. 저는 언론 산업의 리더로서 잘못된 선거 결과를 만들고, 테러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며, 논란을 야기하고, 미국 정치 구조의 변형을 보도하지 못한 실수를 범했습니다.

저는 언론계의 리더로서 마술사처럼 현란한 수사로 여러분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잘못 이끌었으며 덕분에 우리의 용감한 젊은 남녀 수천 명이 정확한 검토 없이 전쟁터로 보내졌습니다. 실패하게 된 원인은 신기한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시청률을 중시해서입니다.

뛰어난 지성에 오랜 시간의 경력 그리고 흔들리지 않은 언론에 대한 헌신.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지금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 순간부터 방송되는 내용은 우리가 결정할 것이며 민주주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유권자라는 단순한 사실에 기반하여 방송할 것입니다. 보다 넓은 관점에서 정보를 이해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너희가 뭔데 그런 결정을 하느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뭔데 이런 결정을 하느냐고요? 저희는 언론의 엘리트입니다. (We're the media elite.)" (윌의 대사)

윌이 '진짜 뉴스'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뒤 시청자에게 전한 사과의 말이다. 이 긴긴 대사 속에 드라마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뉴스룸>에서 발견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들 역시 모두 여기에 담겨있다. <뉴스룸>에서 선의 영역에 있는 것은 '진짜 뉴스', 악의 영역에 있는 것은 '진짜 뉴스를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그렇다면 우선 진짜 뉴스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도대체 무엇일까.

2010년 미국에서는 시청률, 광고주, 권력자가 그렇다. 윌이 그동안 비겁한 중립을 지켜온 이유는 뉴스를 상품으로 치환해 온 현실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뉴스, 광고주와 권력자가 불편하지 않은 뉴스를 전해야 뉴스가 '팔린다.'

멕시코만 석유 유출 사고가 일어나도 '기름 뒤집어 쓴 펠리컨 그림'이 확보 되어야 그럴싸한 뉴스 취급을 받으며, 뉴스 가치도 없는 세라 페일린(전 알래스카주 주지사)을 비꼬며 놀려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티파티를 비판하며 동시에 대기업 코크형제까지 비판하자 경영진은 걱정한다. 뉴스 가치를 떠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2012년 우리에게 '진짜 뉴스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순서만 바뀔 뿐, 2010년 미국 뉴스의 장애물과 비슷하다. 권력자, 광고주, 시청률을 두려워한다. 지난 몇 년 간, '정부를 비판하는 뉴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편향적이다', 라며 언론의 위기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공영방송사 두 곳에서 모두 대규모 파업이 있었다. '뉴스의 공정성을 잃었다'는 파업의 목표도 같았다. 지금 파업은 끝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정말 '공정성을 잃었나' 여부를 떠나, 잡음이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 언론에 '장애물'이 등장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과거 시사저널 사태도 있다. 이른바 삼성 기사 삭제 사건인데, 간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언론인으로서, 대기업 비판 기사 대신 대기업 광고를 넣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궁금하다. 이후에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가 대부분 신문사에서 광고를 하지 못했던 사례도 있었다. 자, 2010년 미국의 언론 현실과 2012년 대한민국의 언론 현실이 이렇게 겹쳐진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뉴스는, 아니 그전에, 절실하게 사라져야 할 뉴스는 분명해진다.

우리에게 절실한 뉴스, '진짜 뉴스'는 간단하다고 윌은 말한다. "민주주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유권자라는 단순한 사실에 기반하여 방송할 것입니다."(윌의 대사) 바로 이것, 권력과 광고주와 시청자에게 듣기 불편해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 그것이 <뉴스룸>이 보여주고자 하는 제대로 된 뉴스인 듯하다.

2012년, 우리에게는 두 번의 선거가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과연 우리 언론은 유권자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했을까? 그리고 다가올 대선에서 우리 유권자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아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2.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언론인

그렇다면 진짜 뉴스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전달할지 궁금해진다. "너희가 뭔데 그런 결정을 하느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뭔데 이런 결정을 하느냐고요? 저희는 언론의 엘리트입니다. (We're the media elte.)"(윌의 대사) 바로, '미디어 엘리트'다. 이 표현은 선민의식이나 거만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책임감을 뜻하는 것이다.

윌이 '미디어 엘리트'를 책임감 있는 지식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1화, 대학 강연에서 한 여학생의 질문에 퍼부은 격한 대답에 드러나 있다. 20살 여학생이 "미국이 가장 위대한 국가인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며 애국심 가득한 질문을 하자 윌은 이렇게 대답한다.

"미국은 위대한 나라가 아니에요! 당신들은 지금 최악의 세대에 속한 일원이란 말이야. 그런 당신이 우리나라가 왜 위대하냐고 지금 이유를 묻고 있다니 난 도대체 네가 무슨 개소릴 하는지 모르겠다! 위대했던 적이 있었지. 옳은 것을 위해서 일어났고 도덕을 위해서 투쟁했지. 도덕적인 이유로 법을 만들기도 폐지하기도 했었지. 가난을 물리치려고도 했지만 가난한 사람이랑 싸운 건 아냐. 희생도 하고 이웃을 걱정했지.

우리는 지성을 열망했지 우습게 여기지 않았어. 지난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그런 걸로 자신을 평가하지 않았어. 쉽게 겁을 먹지도 않았고. 우리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에게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야. 위대하고 존경받는 사람들의 지식.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거야. 미국은 더 이상 위대한 국가가 아니다.'" (윌의 대사)

 '왜 미국이 가장 위대한 국가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Can you say why America is the greatest country in the world?)' 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윌은 '미국은 가장 위대한 국가가 아닙니다.(It's not.)'라고 말하라 요구하는 듯한 맥켄지의 환영을 본다.

'왜 미국이 가장 위대한 국가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Can you say why America is the greatest country in the world?)' 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윌은 '미국은 가장 위대한 국가가 아닙니다.(It's not.)'라고 말하라 요구하는 듯한 맥켄지의 환영을 본다. ⓒ HBO


에드워드 머로가 매카시를 비판해 광기의 미국을 바로잡았고, 크론카이터가 베트남전을 끝내는데 일조한 것처럼, 세상을 바꾼 '진짜 뉴스'의 중심에는 '언론인'들이 있다. <뉴스룸>의 표현으로는 '미디어 엘리트'. 둘이 합쳐 경력 50년의 윌과 맥켄지, 그들의 뉴스팀은 분명 미디어 엘리트다. 방송이라는 공공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들의 한마디에 세상이 요동치기도 하고 비밀이 가려지기도 한다. 이는 어마어마한 권력이다.

이 권력을 이용하는 대가는? 책임감. 세상이 아무리 미쳐 돌아가도 이를 바로잡을 의무와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책임감이다. 미디어 엘리트로서, 뉴스의 지향점을 어디로 정해야 할까? 더 나은 사회가 되어야지 나와 내 주변의 이익이 되어서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2010년 (가상의) 미국에서는 윌과 맥켄지, 그들의 뉴스팀이 미디어 엘리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KBS <추적 60분>의 한 장면.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PD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제작과 무관한 곳으로 발령이 났다.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두고 미디어 엘리트들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KBS <추적 60분>의 한 장면.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PD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제작과 무관한 곳으로 발령이 났다.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두고 미디어 엘리트들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 KBS


2012년, 우리를 위해 정보를 제공해 줄 미디어 엘리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PD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제작과 무관한 곳으로 발령이 났다. 그들은 정당한 비판을 했다고 주장하고, 그 반대에 있는 이들은 편향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진짜 뉴스'가 무엇인지를 두고 미디어 엘리트들 간의 갈등이 불거진 것인데, 문제는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부, 경영진, 임원이라는 권력으로 다른 한쪽을 무더기 징계하거나 불법 파업자로 모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3.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시스템

미디어 엘리트, 그들의 책임이 막중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럴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 주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답은 시스템일 것이다. 권력과 반대되는 이야기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뉴스 시간을 내어주는 방송사, 경영진이 바로 그 시스템이다. 윌에게는 그의 보스 '찰리'가 있다. '진짜 뉴스'가 성공할 것인지 혹시 위험한 것이 아닌지 아직 고민하고 있던 윌에게 찰리는 이렇게 말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TV에서 제대로 된 저녁 뉴스가 보고 싶었어." (찰리의 대사)

그는 경영진이지만, 윌에게 시청률을 올리라 강요하지 않고, 광고주를 의식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으며, 선정적인 보도를 하길 원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뉴스 채널의 모회사 사주가 윌의 바른 소리를 경계하고 자제시키려 하자 그를 중간에서 차단해주기까지 한다. 윌에게는 찰리가 곧 '진짜 뉴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2012년, 우리가 가진 주요 지상파 3사 중 2사가 공영방송사다. 공영방송은 말 그대로 시청자만을 위해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사주나 정권의 눈치를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러지 말라고 만든 것이 공영방송이다. 즉, 공영방송은 미디어 엘리트들이 진짜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방송사=경영진이라는 도식에서, 경영진은 공정뉴스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 적이 시청률이든, 정부 권력이든 공영방송사다운 진짜 뉴스를 할 수 있게 시스템을 짜 주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공영방송사 두 곳에서 '공정성 사수'를 내걸고 파업을 벌였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뜻이 아닐까?

KBS 사장 선임 구조, MBC 방문진, 요즘 뉴스에서 자주 듣는 단어다. '시스템' 그 자체인 이들에 대한 잡음이 커지고 있다. 과연 우리의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일까?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물론 주요 내용이 허위 사실로 인정되었지만, 무죄였다. 언론은 의혹이 있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측은 이를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시스템 안에서 보호받으며 자유롭게 비판해야 할 제작진과 시스템을 지켜줘야 할 경영진, 둘의 손발이 맞지 않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4.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우리 자신' - 진짜 뉴스를 환영해 줄 시청자 

 맥켄지가 윌과 함께 좋은 뉴스를 하려고 하는 이유, 다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 그녀는 뉴스를 시작한다.

맥켄지가 윌과 함께 좋은 뉴스를 하려고 하는 이유, 다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 그녀는 뉴스를 시작한다. ⓒ HBO


"난 여기에 진짜 뉴스를 하려고 온 거야. 좋은 뉴스는 인기가 없을 거라고 도대체 누가 그런거야?" (맥켄지의 대사)

좋은 뉴스에 대해 의심하고 시청률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윌에게 맥켄지가 말한다. 이는 맥켄지가 윌에게 하는 질문인 동시에 바로 우리, 시청자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혹시 듣고 싶은 뉴스만 듣던 시청자가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유튜브에나 올라가야 맞을 시시껄렁한 가십만 찾아 읽고 있지는 않았을까? 권력을 비판하는 뉴스는 '소용 없다'고 생각하며 애쓰고 있는 미디어 엘리트들에게 무기력만 안겨준 것은 아닐까? 좋은 뉴스는 인기가 없게 만든 주체는 어쩌면 뉴스도, 언론인도, 시스템도 이전에 시청자일지 모른다.

맥켄지와 윌이 꿈꾸는 좋은 뉴스를 2012년 한국에서도 보고 싶다면, 시청자 우리 자신의 노력도 조금은 필요하다. 그의 말처럼 5%만 뉴스를 본다고 해도 바로 그 5%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테니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티스토리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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