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지 해리슨: 물질 세계에서의 삶> 공식 포스터.

영화 <조지 해리슨: 물질 세계에서의 삶> 공식 포스터. ⓒ 영화사 조제


2012년 7월 21일 토요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조지 해리슨: 물질 세계에서의 삶>을 보고 왔다. 3시간 28분의 영화. 부산에서 한 군데, 서울에선 딱 세 군데에서 상영하는 영화. 롯데시네마와 CGV는 편의점만큼이나 많이 있는데도, 단 한 곳에서도 상영을 안 했다. 갑자기 씁쓸한 기분. 하긴 사업적으로는 전혀 선택하고 싶지 않은 내용과 시간 때문일까?

비틀즈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들의 음악을 즐겨듣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는 결심은 바로 우리 집 아들 때문이다. 아들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일렉기타를 만지기 시작했다.

기타 기술자가 되지 않고, 진정한 음악을 만드려는 사람들에게 비틀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과서 아닌가. 이제 벌써 중학교 3학년. 아들에겐 어쩌면 비틀즈보다는 국내 펑크 밴드인 크라잉넛이 더 가깝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나이지만, 이런 영화를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함께 관람을 했다.

조지 해리슨을 비롯해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에릭 클랩톤, 올리비아 해리슨, 다니 해리슨, 페티 보이드 등 실제 인물 본인들이 출연해 조지 해리슨과의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진정한 다큐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어 잠시 졸긴 했지만, 지루할 틈 없이 세 시간이 넘는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특히 비틀즈의 명곡들과 조지 해리슨의 곡들이  쉴 새 없이 나오는 부분이 아주 좋았다. 부부 스와핑 이야기가 나온다던가, 마약에 탐닉하는 이야기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비틀린 문화지만, 그 당시 문화가 그랬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놀란 것은 그 와중에도 진정한 인간성을 잃지 않고 자기 본성의 외침을 들으면서 제자리로 돌아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17세에 비틀즈 밴드에 합류하여 밴드 해체 후 30년이 넘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세속적인 가치에 기준을 두지 않고, 인간다운 생을 살아간 것이 멋지다. 조지 해리슨의 두 번째 부인 올리비아와의 이야기는 그가 진정한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이라는 점을  알게 해주었다.

조지 해리슨의 첫 번째 부인 패티 보이드가 에릭 클랩튼이 만든 'Layla'라는 노래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듣고  마음을 줬다는 이야기. 여기서 에릭 클랩튼이 해리슨에게 패티를 사랑하게 됐으니 처분을 기다린다는 대목에선 해리슨의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조지 해리슨이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에게 패티가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는 대목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조지 해리슨은 에릭 클랩튼에게 보내는 우정을 거두어들이지 않았다. 참 이해하기 힘든 인간관계다. 보통사람들이 아니기에 가능한 것인가?

비틀즈 초기 시절, 돈이 없어 포르노 상영 극장 뒤 작은 창고에서 이들이 머물던 이야기도 나온다. 기본적인 주거 생활이 불편한 그곳에서 네 사람은 자신들의 꿈을 위해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한다. 스타가 된 이후 그들이 가는 곳마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외출도 할 수 없어 넷이서만 한 방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는 오늘날 아이돌 그룹의 인기를 떠올리게 했다. 원조 팬덤은 아마 비틀즈 때 있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비틀즈 멤버들의 젊은 시절, 그들이 연주하는 모습과 노래하는 모습은 지금 봐도 가슴이 떨린다. 모든 소녀들의 마음을 빼앗고도 남을 만하다. 멋만 부리며 노래하는 밴드들은 반드시 이 영화를 보면서 진짜 노래에 심취해 부르는 게 어떤 모습인지 교과서처럼 배울 일이다.

함께 영화를 본 중학교 1학년인 둘째는 보다가 잠이 들었다. 기타를 친다는 첫째는 졸지 않고 영화를 잘 본듯하다. 남편과 난 열광적으로 영화를 봤다. 다큐지만 지루하지 않게 참 잘 만들었다. 링고 스타가 조지 해리슨의 장례식을 떠올리며 눈시울 적시는 장면에선 그가 사람들을 얼마나 따뜻하게 위해주며 살았는지 새삼 느껴졌다.

세상을 떠날 때 스스로의 의지로 육체를 이탈하고 싶다는 조지 해리슨의 소망을 떠올리며 부인 올리비아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보았어요. 그가 떠나는 모습을. 촬영을 했다면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였어요. 온 방안이 환했으니까요"

마틴 스콜세지 감독 덕분에 더운 여름 날 오후에 내 인생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게 됐다. 이 멋진 다큐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매우 적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비틀즈를 사랑한다면, 그들의 음악을 사랑한다면 놓치지 말고 보라고 권한다. 시간은 넉넉하게 잡고 말이다. 철학자 같은 지적인 모습으로 '조용한 비틀즈'라는 닉네임을 가지기도 했던 조지 해리슨을 느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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