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 걸려 있는 '두 개의 문' 홍보 포스터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 걸려 있는 '두 개의 문' 홍보 포스터ⓒ 성하훈


외형적으로는 110석 극장 하나가 더 늘어났을 뿐인데, 그게 아니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던가?  다시 극장 문을 연지 한 달도 안 돼 또 다시 흥행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290만 관객 신화를 이뤄낸 <워낭소리> 흥행 전설을 점화시켰던 극장은 그동안 참아 왔던 한을 풀어내는 듯했다. 이번에도 그들이 발화시킨 영화는 들불처럼 퍼져갔다. 

덕분에 요즘 극장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 3번까지 관객으로 가득 차 북적인다. 극장만 있을 뿐 사무실 공간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독립영화의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는 극장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지만 관객들이 많이 오니 즐겁다"는 반응이었다.

또 하나의 극장 아닌 독립영화 진지이자 상영·배급 기지

<두 개의 문>이 흥행하면서 광화문 인디스페이스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29일 다시 문을 연 이후 독립영화의 또 다른 흥행신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40개관에서 상영되고 있으나 중심 극장은 누가 뭐래도 '인디스페이스'다. 입구에 걸려 있는 커다란 <두 개의 문> 홍보 포스터는 이를 상징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인디스페이스는 <두 개의 문>에 관객들이 몰리자 상영 횟수를 늘리는 등 순발력 있는 대응을 통해 거점 상영관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워낭소리>를 흥행시켜 본 경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좌석 뒤에 붙어 있는 이름표. 십시일반으로 200만원을 모아 준 좌석기부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좌석 뒤에 붙어 있는 이름표. 십시일반으로 200만원을 모아 준 좌석기부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성하훈


2007년 개관했으나 이명박 정권의 탄압으로 문을 닫았던 인디스페이스는 자체적인 힘으로 오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켰다. 공적자금의 지원 없이 영화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든 것이 이 영화관의 큰 의미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땀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

좌석마다 붙어 있는 이름표는 그간의 노력을 보여 준다. 배우들을 비롯해 감독 제작자 등 영화계 인사들과 관객들이 좌석 하나에 200만원씩을 기부했고, 그들의 이름이 좌석에 새겨졌다.

그저 영화관이 하나 늘어난 게 아니라는 점은 <두 개의 문> 흥행이 뒷받침 한다. 인디스페이스 관계자에 따르면 5만을 향해 치닫고 있는 <두 개의 문> 관객 중 6~7천 명이 인디스페이스를 통해 관람했다. 좌석점유율도 80%대다. 유독 인디스페이스로 관객들이 몰리는 것은 독립영화의 중심공간이라는 상징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디스페이스의 역할과 의미가 커지고 있는 것은 단순한 영화관을 넘어 독립영화 진영의 심정적 아지트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적어도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진영에 있어 '우리 극장'이다. 덕분에 최근 독립영화 시사회나 쇼케이스 행사도 인디스페이스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원승환 전 독립영화배급센터 소장은 "독립영화전용관은 독립영화의 진지로서 상영 배급 기지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극장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적어도 인디스페이스가 이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애 쓰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손학규 박원순 등 영화 관람... 현병철은 쫓겨나

 '두 개의 문' 관람을 위해 인디스페이스를 찾아 용산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

'두 개의 문' 관람을 위해 인디스페이스를 찾아 용산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 임준형


 지난 9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의원 모임 창립식에서 문성근 민주통합당 고문이 인사하고 있다.

지난 9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의원 모임 창립식에서 문성근 민주통합당 고문이 인사하고 있다.ⓒ 최민희 의원실


인디스페이스는 최근 주요 인사들이 영화 관람을 위해 찾는 공간이 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과 함께 <두 개의 문>을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았고, 박원순 시장도 극장에서 용산 참사 유가족을 만나 위로한 후 영화를 함께 관람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영화를 보기 위해 왔다가 상영 직전 관객들에게 쫓겨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15일에는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이 인디스페이스를 찾는 등 유명 인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독립영화는 인디스페이스에서 봐야 한다는 흐름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지난 9일에는 영화를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의원 모임' 창립식도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재개관을 위한 노력 앞장섰던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이날 참석한 의원들에게 "이곳에서 영화를 보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민간독립영화관을 마련했다는 것 자체가 큰 자랑이기 때문이다.

유명세를 타면서 관객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김포에서 <두 개의 문>을 보기 위해 찾았다는 송석호 씨는 "이런 좋은 공간이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안락한 좌석과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접근성이 편리한 부분 등은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인디스페이스 박현지 팀장은 예전과 비교해 "중앙 시네마에 있었을 때는 다른 영화관 안에 있어 관객들이 자연스레 찾아왔다면 지금은 느낌이 다르다. 아무래도 더 적극적으로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독립적 운영 위해 후원회원 계속 모집 중... 공적자금 지원 필요

 민간독립영화전용관으로 재개관한 광화문 '인디스페이스'

민간독립영화전용관으로 재개관한 광화문 '인디스페이스'ⓒ 성하훈


하지만 거대 자본이나 외부 지원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은 인디스페이스의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입장료 수입만으로는 안정적 운영이 어렵다는 점에서 공적자금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인디스페이스는 5월 개관하면서 서울시나 영진위 지원 사업을 신청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인디스페이스는 재개관 이후 소액 후원회원 모집을 통한 독립적 운영 방식을 꾀하고 있다. 공적자금에 전적으로 의지했다 정권 차원의 탄압으로 문을 닫아야했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재개관 이후 후원회원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향후 있을지 모를 정권 차원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인디스페이스 측은 처음 개관할 때는 입장수익보다 후원에 비중을 많이 뒀으나, 현재는 <두 개의 문> 덕에 입장 수익에 지출 경비의 반 정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금액을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인데, 독립영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영공간에 공적자금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영화계의 의견이다.

<두 개의 문>을 연출 김일란 감독은 "<두 개의 문> 흥행이라는 놀라운 일을 함께 만든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에 감사한다"며 "이 과정이 독립영화와 극장이 함께 성장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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