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도둑들> 언론 시사회에서 전지현의 깜짝발언에 김혜수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10일 <도둑들> 언론 시사회에서 전지현의 깜짝발언에 김혜수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도둑들


요즘 충무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하나가 있다. 바로 <도둑들>이다.

<범죄의 재구성><타짜>의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윤석, 김해숙, 이정재, 김혜수, 오달수, 전지현, 김수현 등 최고의 배우들이 총출동 한 이 작품은 벌써부터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 이란 평가를 들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스트 사이즈부터..." 전지현의 깜짝발언

그런데 10일 열린 <도둑들>의 언론 시사회에서 재미있는 일이 하나 발생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물음과 답변이 이어지던 인터뷰 현장에서 전지현의 '폭탄발언'이 김혜수 뿐 아니라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좌중을 '빵' 터지게 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 기자가 전지현에게 "영화 속에서 김혜수, 전지현 씨가 미모 대결을 펼치는 것 같다" 는 질문을 던졌다.

 1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도둑들>시사회에서 예니콜 역의 배우 전지현이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도둑들>시사회에서 예니콜 역의 배우 전지현이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 이정민


이에 김혜수는 "그런 말은 민망하다. 전지현과 미모로 대결할 생각은 없다" 면서 "각자의 색깔대로 최대한의 빛을 발하는 게 영화를 위해서도 자신에게도 바람직하다. 전지현은 그 자체로 사랑스럽고 예쁘다" 며 모범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달변인데다가 베테랑 답게 기자의 짓궂은 질문을 유려하게 넘긴 것이다.

김혜수의 칭찬이 이어지자 전지현 역시 "김혜수 선배님과 저는 게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저는 까마득한 후배고 캐릭터의 색깔도 다르다"고 겸손해 했다. 그러면서 "특히 저는 김혜수 선배님에게 바스트(가슴) 사이즈부터 졌다"고 덧붙였다. 전지현의 폭탄 발언에 김혜수는 물론이거니와 같이 출연한 배우들, 감독, 기자들까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신비주의 버린 전지현, 다음 전략은?

과거 전지현은 인터뷰 때 말 안하기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알려졌다. 인터뷰 하기도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울 뿐 더러 인터뷰를 한다고 해도 정해진 질문과 답변 이외에는 쓸만한 대답을 건지기 힘들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전지현을 인터뷰 했던 많은 기자들은 "너무 틀에 박히고 모범적인 답변만 해 건질 것이 많지 않다"고 투덜거리기까지 했다.

당시 전지현이 구사했던 전략은 '신비주의 컨셉'이었다. 최대한 미디어 노출을 줄이고 말을 아껴 대중에게 신비감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심은하, 이영애 등이 구사했던 전략을 그대로 가져다 썼던 전지현은 철저한 이미지 관리와 마케팅 전략을 통해 해가 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사전에 제거하는데 각별한 신경을 썼다. 그러니 '긁어 부스럼' 만들 수 있는 언론 인터뷰는 안하는게 상책이었다.

 1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도둑들>시사회에서 예니콜 역의 배우 전지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도둑들>시사회에서 예니콜 역의 배우 전지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그랬던 전지현이 '변했다'. 변해도 확실히 변했다.

유부녀가 되면서 이미지 관리에서 다소 자유로워진 측면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 함께했던 싸이더스에서 나오면서 더욱 명랑 쾌활해졌다. 언론을 대하는 자세 역시 배타적이거나 방어적이지 않고 오히려 여러가지 '소스'를 주면서 리드해가는 자세로 바뀌었다. 가슴 사이즈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달라진 전지현의 이미지 전략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전지현의 입에서 가슴 사이즈 운운하는 말이 나온다는 건 예전 싸이더스 시절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전지현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소속사 차원에서 언론사에 부탁해 해당 발언을 삭제하거나 축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전지현은 거침없이, 당당하게 스스로를 모두 오픈하고 있다. 신비주의를 내팽개치고 대중의 곁에 누구보다 가까이 가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기대되는 전지현의 배우 인생 제 2막

최근의 전지현은 "배우 생활하는게 참 재밌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만들어진 마론 인형처럼 살아가던 전지현이 어느새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고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한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여배우로서 제 2막을 시작하면서 전지현은 더 이상 자신을 포장하거나 가꾸는데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것이 '유부녀 전지현'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일 수도 있겠다.

만들어진 위선과 불편한 가식 대신 솔직하고 당당한, 전지현 본연의 모습을 본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모르겠다. 영화 <도둑들>은 아마도 <엽기적인 그녀> 이후에 전지현의 배우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녀는 과연 어떤 여배우로, 어떻게 대중의 품에 안길까.

'유부녀' 전지현의 다음 행보가 그 무엇보다도 궁금해지는 이유다.

전지현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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