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벌진트

버벌진트 ⓒ 브랜뉴뮤직


2001년 EP <Modern Rhymes(모던 라임즈)>를 낸 이후, 올해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 서른 세 살의 MC(Microphone Controller의 약자로 랩퍼를 말한다). 본명은 김진태.

보다 대중의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소개하자면,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자 현재 한양대 로스쿨 재학 중인 '엄친아'이며 광고에서 종종 들리는 세련된 목소리의 성우이기도 하다. 얼마 전 발표한 <10년 동안의 오독>은 MC로서의 10년을 회고하고 기념하는 앨범이다.

버벌진트의 디스코그래피 뿐 아니라, 한국 힙합신에서도 명반으로 불린 <누명> 이후 이번엔 <오독>이라. 뭔가 아직 억울함이 풀리지 않은가 싶었지만, 이번 앨범은 '해명'보다는 보다 배짱 두둑한 '증명'처럼 들린다.

<Go Easy>(고 이지) 못지않게, 힙합 마니아가 아닌 사람들이 다가가기 편한 곡들로 채워진 그의 음악들은 "힙합을 이렇게도 들을 수 있다"는 제안 같다. <굿모닝>에서는 10cm 권정열의 그루브감 충만하고 비음 섞인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궁합을 선보이고, 아이비가 함께 한 <완벽한 날>에서는 소소한 생활을 주제로 한 가사들 안에서 깨알 같은 라임을 찾는 재미를 선사한다. 

"형님 노릇, 거창한 이야기는 못하는 스타일"

- <10년 동안의 오독>은 19트랙이 될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왜 10곡으로 줄은 건지?
"2개의 파트로 나눠낼 생각이다. 이번이 파트1이다. 요새 스케줄이 늘어서 작업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불만이다. 스케줄이 많다고 무조건 감사하다고 할 수 없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새 앨범 홍보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까, 적당선에서 조절하고 가야지."

- <누명>에 이어 <10년 동안의 오독>까지 아직 할 얘기가 남은 느낌이다. 어떤 점이 '오독'이었나?
"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디스곡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로 쭉 앨범을 만들 때, 내가 보여주고 싶은 1부터 10까지 중 딱 한 가지로만 설명되어져 왔던 것에 불만이 많았다. 한국어로 하는 랩 음악 중에서 고해상도로 신선한 주제를 깨알 같이 풀어낼 수도 있다는 게 나의 장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싸움개' 같은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다 보니까, 그런 부분은 거의 무시되더라. '싸우지 않는 곡'들에게 미안하고 억울한 마음이었다.

오히려 힙합 그라운드가 밖으로 나오면서 나에 대한 편견도 줄어드는 것 같다. 예전부터 트랙의 면면이 다양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량이 부족하거나 경험이 없어 지금만큼 표현이 안 됐던 것 같은데 이제 스스로 답답했던 게 해소되고 있다.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음악이 더 예쁘게 나오는지 조금은 더 잘 알게 됐다. 난 내가 만들고 싶은 음악만 만들 거다. 마음 가는 대로."

- 앨범 제목과는 별개로 수록곡들은 말랑말랑하다. 사회비판적인 가사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랩퍼들이 있는 반면, 버벌진트의 가사들은 대부분 자전적이거나 소소한 주제들인데?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역시 내 성향이다. 실제로 난 거창한 이야기를 못 한다. 또는, 음악 하는 동생들에게 '형님 노릇'도 안 한다. 형님의 역할이나 위치를 의식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봤을 때 내가 거북하게 느끼기도 한다."

- 특히 연애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나. 작가들의 전 여자친구들은 썩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재료로 쓰이곤 하지. 그래서 나는 100% 실화를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 사람이 보더라도 '내 얘긴가?'할 정도. 많은 사람을 만나서 그런 건 아니다.(웃음)"

 버벌진트

버벌진트 ⓒ 브랜뉴뮤직


"'충분히 예뻐' 고속도로에서 완성, 즉흥적인 작업 좋아"

- 가사를 쓰고 멜로디가 떠오르는 편인가?
"동시에 멜로디와 가사, 드라마 같은 장면이 영상처럼 떠오른다. 멜로디가 없는 랩 음악일 경우에는 비트를 들으면서 주제가 떠오르는 순서가 있기는 하다. 주로 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조깅을 하면서 생각이 나는데, 그래서 스마트폰에 음성 녹음을 한다. 스마트폰을 사고 나서 메모를 바로 할 수 있으니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 그래서 더 힘들기도 하다. 하루 평균 서너 개를 녹음하는데, 지금 수백 개의 음성 메모가 저장돼 있다.

'충분히 예뻐' 같은 경우, 5월 한 대학에 축제 공연을 하러 가는 고속도로 차 안에서 다 썼다. 스마트폰에 녹음을 하고 피처링을 하기로 했던 팬텀의 산체스에게 보냈다. 거기에 산체스가 작업을 해서 '형, 이거 맞죠?'하고 보내 다시 수정하면서 만든 거다. 그렇게 스파크가 생기는 즉흥적인 작업을 좋아한다."

- 이번에 아이비, 10cm 권정열, 애즈원과도 함께 작업했는데, 곡을 쓰기 전에 피처링할 가수를 미리 염두에 두는 편인지?  
"그렇다. 아, 이번에 <완벽한 날>의 아이비 씨는 회사에서 정한 가수였지만 잘 해줬다. 애즈원이 피처링한 <축하해 생일>은 3년 전에 쓴 멜로디를 애즈원과 잘 어울리는 방향으로 편집한 곡이다. 집에서 피아노를 갖고 놀다가 만든 <굿모닝>은 '이건 권정열 표 멜로디다'라는 생각이 들어 연락한 케이스다. 나도 숫기가 없는 편인데 정열 씨도 그래서 둘 다 쭈뼛쭈뼛하며 작업을 했는데, 지금은 많이 친해진 것 같다.

<굿모닝>은 정열 씨가 안 된다고 하면 내가 부르려고 했다. 작년, 검정치마 조휴일 씨가 피처링을 한 <좋아보여> 역시 안 된다면 내가 부를 생각이었다. 노래에 대한 욕심이라기보다, 내가 쓰는 멜로디는 내가 가장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걸 더 빛내줄 게스트가 있으면 좋지만, 그게 아닐 바에야 내가 하는 게 낫다."

-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과 만족하는 부분은?
"시간이 없어서 트랙을 19곡에서 10곡으로 줄어야했던 것이 아쉬웠다. 이번 앨범 작업 막바지에 Mnet <쇼미더머니>에 출연하게 됐고, 대학교 축제 등 스케줄이 좀 몰렸다. 방송은 즐겁게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수락했다가, 하지 말걸 그랬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된다. 방송 만드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만큼 노출보다는 다작에 욕심이 많다.

지금 내놓은 10곡은 다 만족한다. 만족하지 못하면 내놓지 못한다. 작업은 영감이 떠올라 즉흥적으로 시작한다. 초반 스케치까지가 제일 즐겁고, 마지막 포장하는 후반작업은 고통스럽다. 노래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반 전체를 총괄하기 때문이다. 녹음실 들어가서 랩하고 노래할 때는 풀어져야 하니까 술 먹고도 한다. 그리고 다시 냉정한 상태로 감독으로서 모니터를 한다. 원래 그 과정이 3일 걸리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하루에 다 해야 했다. 너무 여러 가지 활동을 한 번에 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 버벌진트 인터뷰 2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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