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동물, 행복의 조건 1부  농장동물보호소에서 돼지와 교감을 나누는 장면

▲ SBS 스페셜 동물, 행복의 조건 1부 농장동물보호소에서 돼지와 교감을 나누는 장면 ⓒ SBS


지난 10일 방영된 SBS 스페셜 '동물, 행복의 조건 1부-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는 사람과 함께 하는 반려동물이 누릴 수 있는 '동물에 대한 기본권'을 가축에게도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우리의 먹거리 제공을 위하여 도살되는 가축이 공장식 농업 방식에 의해 사육되는데, 이들 가축을 사육함에 있어 동물의 기본권을 적용하면서도 얼마든지 사육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물은 생명이 아니라 상품'이라는 의식

이 날 방영된 다큐멘터리는 '대비'적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하나의 구성은 반대되는 입장의 구성을 따른다.

먼저 공장식 농업이 가축의 입장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윤리적 방식으로는 사육되고 있지 않음을 끔찍한 영상으로 보여준다. 사료 값이 폭등해서 80마리의 소에게 사료를 주지 않고 굶겨 죽이는 우리나라 전북 순창의 농가를, 소의 머리를 주먹으로 두들겨 패거나 어미 소가 방금 낳은 송아지를 부대자루 끌듯 질질 끌고 어미 소와 격리시키는 등 동물이 학대당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미국의 공장식 농업 방식을 통해 보여주었다.

전북 순창의 사례나 미국의 공장식 농업에서 이뤄지는 사육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동물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상품'으로 보는 사고관이 자리한다. 이들에게 가축은 기본적인 동물의 권리를 누릴 하나의 고유한 생명체가 아니다. 하나의 상품이다. 상품에게 동물의 기본권을 누리게 하는 건 '호사'다.

어떻게 하면 살이 더 많이 붙도록 할까, 어떻게 하면 새끼나 알을 하나라도 더 낳게 할까 하는 고민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가축을 생명 없는 재화와 마찬가지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 이상으로는 바라보지 않는 사고관이 자리 잡고 있다.

전북 순창의 농가는 '사료 값이 너무 올라 소에게 먹일 사료를 더 이상 줄 수 없다'고 하고 생으로 소를 굶겨 죽였다. 만일 그 소 주인이 소를 하나의 '유익 창출 수단'이 아닌 '생명'으로만 보았어도 소들을 헐값에 팔고 굶겨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나 그 소주인은 소를 '생명'으로 간주하지 않았기에 소를 굶겨 죽이는 최악의 선택을 한다. 물질주의적 사고관이 동물의 기본권을 질식시키고 소의 먹을 권리조차 빼앗은 것이라고는 볼 수밖에 없는 극적인 사례다.

이날 방영된 동물 학대의 충격적 영상이 다루지 않은 또 다른 동물 학대의 현장은 책 <죽음의 밥상>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다큐멘터리가 다루지 않은 또 다른 동물 학대의 실태, 이를테면 알을 더 낳게 만들기 위해 양계장에 24시간 인공조명을 비추는 실태, 산란용 닭 가운데 수평아리는 알을 낳을 수 없기에 살아 있는 채로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신세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동물에게도 기본적 권리를

SBS 스페셜 동물, 행복의 조건 1부 농장돌물보호소에서 산양과 교감을 나누는 장면

▲ SBS 스페셜 동물, 행복의 조건 1부 농장돌물보호소에서 산양과 교감을 나누는 장면 ⓒ SBS


그렇다면 대안은? 아까 글의 서두에서 이번 다큐멘터리는 '대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동물 학대가 만연하는 공장식 농업 방식에 대한 대안은 동물의 인권을 보장하면서 사육하는 '친환경적 농업'이다. 동물 학대의 사례가 외국의 사례가 많았다면, 친환경적 농업의 사례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사례를 반반씩 고루 안배한다.

경기도 연천의 농가가 송아지에게 이름을 만들어주고 키우는 사례, 경남 하동의 농가가 2만여 마리의 닭을 1만 5천 평의 공간에 방목해서 키우는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친환경적으로 가축을 키우고 싶어 하는 농가가 있음을 보여주는 반가운 사례다. 외국의 사례는 '오버 액션'이다 싶을 정도로 과하다.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은 소의 심리를 최대한 반영하여 공포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도축장'을 디자인할 정도니 말이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공장식 농업의 비윤리적인 사육 방식을 고발하는 충격 르포의 차원을 넘어서서 시청자에게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가축이 식탁에 제공되기 전에 얼마나 비윤리적인 대우를 당하는가를 각성하게 만든다. 가축이 비윤리적인 방식에서 사육되는 건 공장식 농업 방식이다. 대량 생산의 메커니즘이다. 보다 많이 사육하고 보다 많은 우유를 짜기 위해서는 공장식 농업이 제격이다.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지불하고 육식을 즐길 수는 없다.

허나 공장식 농업은 동물의 기본권이 존중되기 힘들다. 동물의 기본권이 존중되지 않는 환경 가운데서 사육된 동물의 고기나 알은 공장식 농업을 통해 받은 스트레스가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지기 쉽다. 저렴한 가격 뒤에 '숨은 피해'는 가축만 입는 게 아니다. 공장식 농업으로 사육된 가축의 고기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피해를 입는 게다.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기는 아밀로이드 섬유는 고온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물질이다.

그렇다면 시청자의 선택은 둘 중 하나로 압축된다. 공장식 농업의 비윤리적인 사육에 반대한다면 채식주의자로 취향 자체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채식주의자로 바뀌면(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지만) 친환경 방식으로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에게까지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간다.

고기맛을 즐길 권리를 놓고 싶지 않다면 육가공품을 구매하되 친환경식품을 구매해야 한다. 경남 하동의 친환경 닭 사육방식처럼 친환경 사육에 드는 비용을 소비자가 지불할 용의만 되어있다면 공장식 농업으로 사육된 육가공품 대신 친환경적 농업으로 사육된 육가공품에 지갑을 열어야 한다.

'동물, 행복의 조건 1부-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는 비윤리적인 사육 방식을 고발하는 르포나 혹은 베건(채식주의자)이 되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촉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지갑을 여는 소비자에게 보다 윤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는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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