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여고에서 교생실습을 한 김연아 선수가 2-11반 학생을 안아주고 있다.

진선여고에서 교생실습을 한 김연아 선수가 2-11반 학생을 안아주고 있다. ⓒ 진선여고 SNS


5월 8일,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는 진선여고에서 4주간의 교생실습을 진행했다. 졸업 필수 과정이었지만, 세계적인 피겨스타의 교생 실습은 이름값만큼 유명세를 치렀다. 교생 실습과정에 대해 '진위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한 라디오 방송(22일)에 출연한 모 대학교수는 '김연아 선수가 교생실습에 성실히 임한 건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김연아 교생실습은 쇼'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법적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그런 불편한 상황 속에 김연아 선수의 교생실습은 6월4일 끝이 났다.

그렇다면 김연아 선수의 교생실습 과정은 어땠을까? 2-11반 반장 윤혜정 양을 전화 인터뷰해 지난 4주간의 풀스토리를 들어봤다. 윤양이 전하는 한 교실의 이야기는, '부정확한일에 침소봉대'하는 우리사회에 작은 교훈이 될 법했다.

무뚝뚝 할 줄 알았던 김연아, 제자들에겐 '연느님'

 교생실습 후, 반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김연아 선수

교생실습 후, 반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김연아 선수 ⓒ 진선여고 SNS


8일, 진선여고는 교내 경시대회 중이었다. 2-11반 반장 윤혜정 양은 교내 경시대회 시험 후,  시간을 내 기자와 전화 인터뷰 했다. 지난 4주 동안의 김연아 선수 '교생 실습'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윤양은 김연아 선수의 첫 만남을 다음과 같이 기억했다. 

"처음 김연아 선생님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김연아 선생님이 왠지 무뚝뚝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교생 실습기간 내내 매일같이 출근해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윤혜정 양은 김연아 선수의 교생실습 첫날 수업에 대해 '70점'이란 비교적 무난한 평가를 했었다. 지금은 어떨까? 학급 반장의 입장에서, 지난 4주간 '김연아 선수의 교생실습'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부탁했다.

 배드민턴 교생실습 중인 김연아 선수

배드민턴 교생실습 중인 김연아 선수 ⓒ 진선여고 SNS


 김연아 선수는, 전날 얼음찜질을 한 상태에서도 학생들과 한명,한명 배드민턴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아 선수는, 전날 얼음찜질을 한 상태에서도 학생들과 한명,한명 배드민턴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 진선여고 SNS

"사실, 첫날 수업 때, 한 기자분이 김연아 선수 수업에 대해 몇 점을 줄 수 있냐고 해 그냥 70점이라고 애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 100점 만점에 200점이에요. 수업도 열심히 준비하시고, 내용이 좋았고,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김연아 선수는 4주간의 교생 실습과정에서 피겨 스케이팅 강의, 배드민턴 수업을 비롯해 일반 이론, 실기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이외의 교내 활동도 했다. 다른 교생들처럼, 교생 실습 교육, 교육실습일지 작성 지도 등을 빼놓지 않고 받았다. 교생실습 마지막 날에는 '평가회'도 거쳤다.

실기 수업때는 학생들을 위해 부상투혼도 마다하지 않았다. 진선여고의 한 교사는 당시의 이야기를 전했다.

"한 한급의 배드민턴 수업 때, 김연아 선생님이 학생들 한명 한명과 돌아가면서 배드민턴을 쳤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김연아 선생님과 함께 배드민턴을 치는 게 큰 즐거움 이었지만, 김연아 교생 선생님에겐 몹시 고단했을 법했다. 하지만 싫은 내색 하나없이 아이들과 즐겁게 배드민턴을 쳤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고, 김연아 선생님이 잠시 어깨를 만진 것이 이상해 이유룰 물었는데, 웃으며 전날 '어깨에 얼음찜질을 하고 왔어요.'라고 했다. 스타라고 내세우지 않고, 아픈 티도 안내고, 그만큼 성실히 했다."

교생 실습 중, 학생들에게 특별한 추억도 남겼다. 체육 대회 때 자리를 같이 했고, 전교 학생회장단, 연화학생회 회장단과 대화의 자리도 가졌다.

체육 수업 준비에서도 소홀함이 없었다. 진선여고의 한 교사는 "실기 체육시간에 (김연아 선수에게)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하는 체조를 학생들에게 알려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는데, 준비해 학생들에게 알려줬다. 일반 체조랑 달라 학생들이 많이 신기해했다"고 했다.

 피겨스케이팅 훈련을 할때 하는 체조 가르쳐주는 김연아 선수

피겨스케이팅 훈련을 할때 하는 체조 가르쳐주는 김연아 선수 ⓒ 진선여고 SNS



김연아 선수는 진선여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특강도 했다. 주제는 '긍정적 사고의 힘'이었다. 학교 측에서는 안전 사고를 우려해, 특강 직전 학생들에게 소식을 알렸지만, 미리 특강 소식을 안 학생들은 즉석 응원 문구를 만들며 열광했다.

그런데 막상 특강이 시작되자, 진선여고 학생들은 정숙하고, 질서정연하게 강연을 경청을 해, 선생님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학생들을 감동시킨 김연아의 강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선여고 전체특강중인 김연아 선수

진선여고 전체특강중인 김연아 선수 ⓒ 진선여고 SNS


"주변에서 나를 '강심장'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 같은 큰 경기를 앞두면 긴장이 되고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항상 긍정의 힘을 믿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다보니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던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중략)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을 비롯해서 여기 계시는 여러분들 모두 지금 힘들고, 고민이 많을 수도 있지만 긍정의 힘을 믿고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연아 선수 진선여고 특강중)

1500명의 학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윤혜정 양은 학생들 사이에 김연아 선수가 '연느님'으로 통했다고 했다. 학생들과 김연아 선수에 대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수업 때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썼지만, 수업 이외에 학생들은 김연아 선수를 '연느님'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교생실습중인 김연아 선수, 전체특강에 앞서 진선여고 학생들이 즉석에서 만든 종이 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교생실습중인 김연아 선수, 전체특강에 앞서 진선여고 학생들이 즉석에서 만든 종이 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 진선여고 SNS


"수업 때는 선생님께, '김연아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저희들끼리 이야기 할 때는 '연느님'으로 불렸죠. (웃음) 다들 그렇게 불렀어요. 물론, 교생실습이 끝난 뒤에는, '연느님'에서 다시 '김연아 선생님'으로 불러드리고 있어요.(웃음)"

'쇼'라고 말하는 교수님....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 들었다

2-11반 반장 윤혜정 양은 김연아 선수 교생 실습 기간 내내 교실에 찾아오는 기자들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는 말을 했다. 잘못된 말이 나가, 속상했다는 말도 했다. 이제 기자들이 학교에 '그만 찾아와주셨으면 한다.'는 간곡한 부탁의 말도 전했다.

"사실, 이번에 놀랐어요. 허위사실이 자꾸 유포되서요. (김연아 선생님이) 매일 나오시는데.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기사도 나가고... 무엇보다 기자 분들한테 놀랐어요. 한번은 물어서 말을 하긴 했는데, 말한 내용과는 다른 '뻥'이 나가더라고요. 당황스러웠죠. 이제 공부도 해야 하고, 학교에 기자 분들이 그만 찾아 오셨으면 좋겠어요."

 진선여고 체육대회에 참여한 김연아 선수

진선여고 체육대회에 참여한 김연아 선수 ⓒ 진선여고 SNS

2-11반 학생들은 최근 논란이 됐던 CBS FM <김미화의여러분>의 황상민 교수의 '(김연아 선수의) 교생실습은 쇼' 발언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상당수 학생들은 해당 방송을 직접 청취했다고 했다. 반장 윤혜정 양도 방송을 들었다.

"저도 방송을 들었어요. 분명, 교수님께서 '쇼'라고 하셨자나요, 방송을 들으면서 저거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 그런데 이후. 교수님께서 '김연아 선생님(선수)한테 한 말이 아니다'라고, 계속 말을 바꾸시더라고요. 그럼 차라리 말을 하지 마시지, 왜 저러셨나 싶더라고요."

2-11반 학생들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실시간 검색어에 '김연아'가 오르는 것을 보고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윤혜정 양은, '그래서 반 학생들이 김연아 선수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는데, '김연아 선생님은 평소처럼 담담히 수업에 임했어요'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반장인 윤혜정 양은 이번 '김연아 논란'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년 뒤면 대학생, 그리고 성인이 되는 진선여고 2-11반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 였다.

"이번 김연아 선생님에 관련한 논란을 보면서 느꼈던 게, 사회는 진짜 무서운 곳이구나를 실감했어요. 선생님은 정말 열심히 하시는데, 진실은 알려지지 않고, 거짓이 부풀려지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사회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과장되게 비난해서 정말 많이 놀랐어요. 사회에 나가면 조심하고 조용히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5월31일 학생들 감동 이벤트...교생 김연아 눈에서 눈물 글썽!

 5월31일, 진선여고 2-11반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은 김연아 선수에게 깜짝 이벤트를 펼쳤다.

5월31일, 진선여고 2-11반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은 김연아 선수에게 깜짝 이벤트를 펼쳤다. ⓒ 진선여고 SNS


'교생실습 쇼' 논란과 법적소송 속, 김연아 선수의 교생실습은 자칫 무거운 분위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5월 31일, 2-11반 41명 학생들은 김연아 선수에게 깜짝 이벤트를 펼쳐, 교실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 윤혜정 양은 당시 상황에 대해 들려줬다.

"김연아 선생님께서 6월 4일 날 교생실습을 마치셨지만, 그즈음에는 교생실습 평가도 있고 해서 반 학생들이 좀 더 일찍 이벤트를 해드야겠다고 계획했어요. 감사패를 전하고, 선생님과 반 학생들이 모두 참여한 6분 가량의 감사 동영상을 제작해 보여드렸어요. 또 케이크도 준비했죠. 왜냐고요? 김연아 선생님께는 일생에 한번 뿐인 교생 실습이자나요."

5월31일, 반 학생들의 깜짝 이벤트에, 김연아 선수는 놀란 표정이었다. 학생들과 담임 선생님이 영상에 등장하자 환한 웃음을 지었다. 41명의 학생들 한명, 한명이 동영상에 등장해, 김연아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스케치북에 정성스럽게 글자를 새겨 넣어 감사를 표했다. 담임 선생님도 영상에 등장해 '김연아 교생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2-11반 학생들이 교생실습중인 김연아 선생님에게 전한 감사패

2-11반 학생들이 교생실습중인 김연아 선생님에게 전한 감사패 ⓒ 진선여고 SNS



 학생 한명,한명의 이름이 적힌 엽서를 나눠주는 김연아 선수

학생 한명,한명의 이름이 적힌 엽서를 나눠주는 김연아 선수 ⓒ 진선여고 SNS


윤혜정양은 '당시 영상을 본 김연아 선생님이 눈물을 글썽거리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 어린 제자들의 대견한 행동에 감동이 북받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김연아 선수도 제자들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엽서에 제자들의 이름을 적어 사인을 전해 준 것이다. 그리고 한명, 한명, 따뜻하게 안아줬다. 담임선생님(김승일)과는 포옹 대신 악수로 이별을 대신했다. 교생 실습 마지막 날인 6월4일 5교시, 김연아의 작별 인사를 마지막으로 4주간의 교생실습은 끝이났다. 

"김연아 선생님께서 한명 한명 포옹해주셔서 기뻤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쑥스러우셨는지, 포옹대신 악수를 하시더라고요. (김연아선생님이) 엽서에 이름을 한명, 한명 적어주신 것도 감동이었고.......6월4일에는 선생님이, '김연아' 케리커쳐 핸드폰 고리와 함께 초콜릿도 선물로 주셔서 감동이었어요."                                                   (윤혜정)

2-11반 반장, 김연아 같은 '선생님'되고 싶다

 시끌벅적한 진선여고 2-11반 풍경

시끌벅적한 진선여고 2-11반 풍경 ⓒ 진선여고 SNS



2-11반 반장 윤혜정 양의 꿈은 교사다. 수학교육과에 입학해 '수학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윤양은 주저없이 '김연아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아 선생님 덕분에 진선여고에 대한 자부심이 더욱 커졌어요. 선생님께 대학교 후배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열심히 준비해서 그렇게 되라고 하셨어요. 선생님께서 전화번호도 알려주시고, 카카오 톡으로 대화도 나누고 있어 정말 좋습니다. 저도 김연아 선생님 처럼, 학생들에게 사랑받고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선생님을 꿈꾸는 윤혜정 양에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스포츠선수의 대학 입학 특혜'에 대해 물었다. 대입과 관련되어 있기에 민감한 질문이기도 했다. 선생님을 꿈꾸는 윤양이 기자에게 반문했다.

"(스포츠선수의 대학 입학 특혜가) 네. 특혜긴 특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김연아 선생님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또 해외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렸잖아요. 그럼 (나쁜 특혜가 아닌) 좋은 특혜 아닌가요?"

윤혜정 양은 김연아 선생님과의 4주간의 만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재치 있게 답했다.

"김연아 선생님이 저희 반 교생 선생님이 됐을 때, 주변에서 '너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라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4주 후에, 교생실습을 끝내고 생각해보니 '정말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것 같아요'. 영광이었어요. 김연아 선생님 감사해요. (웃음)"

김연아 교생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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