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멜랑콜리아> 공식 포스터

영화 <멜랑콜리아> 공식 포스터 ⓒ 팝 엔터테인먼트


그녀에게 얼마나 결혼하기가 싫었던가 차마 묻지 않겠다. 지구가 멸망해 한 줌의 재로 사라질 것 같은 느낌? 결혼 뿐만 아닌 그녀를 둘러싼 환경에서 오는 그 심리적 압박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곤란한 것이니 말이다.

저스틴(커스틴 던스트 분)과 클레어(샤를로뜨 갱스브루 분) 이 두 자매를 바라보는 이야기가 너무 현실적일 수도 있겠다. 영화 <멜랑콜리아>는 표면적으론 판타지 SF 같은 껍데기를 썼으면서도 인간의 심리와 정신에 대한 끈질긴 시선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지구 멸망의 순간을 영화로 본 적이 있었을까. 지구로 돌진하는 행성 멜랑콜리아를 악마의 춤에 비유하는 영화상 설명은 어쩌면 귀여워 보인다. 미미 레더의 <딥 임팩트>라든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 우리는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를 통해 지구 멸망에 대한 간접 체험을 숱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이 영화가 의미 있는 건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기 때문이 아니라 지구 멸망이라는 소재와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인간 심리의 깊은 이면을 효과적으로 '짬뽕'했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한다. 캡사이신을 잔뜩 뿌린 게 아닌 맛있게 매운 짬뽕 말이다. 비 오듯 땀 흘리게 하는 게 아닌 콧등에 땀 몇 방울 맺히게 하는 그 맛.

어느 쪽으로도 신경을 덜 쓴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지구와 멜랑콜리아의 컴퓨터 그래픽 충돌 장면은 느린 박자의 바그너의 음악과 어우러졌다. 또한 감독의 헨즈헬드(손으로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기법)는 등장인물의 불안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심리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영화 <멜랑콜리아>의 한 장면.

영화 <멜랑콜리아>의 한 장면. ⓒ 익스트림필름


지구멸망? 혹은 단순한 병증 환상?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멜랑콜리아>는 멸망이라는 화두를 복잡한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에 교배시켰다. 또한 영화는 도입부의 이미지와 영화 곳곳에서 나오는 크고 작은 소품의 이미지를 끈질기게 마지막까지 이어가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 영화의 매운맛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클레어가 아들을 안고 눈밭을 걷는, 혹은 풀 속을 헤매는 모습이나 저스틴이 신부의 복장으로 물에 뜬 채 흘러 내려가는 장면은 곧 하나의 상징이자 이미지였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심어 놓은 이미지들은 곳 영화 중반에 등장하는 유명 화가의 그림에도 맞닿아 있다. 밀레이의 '오필리어'와 피터 브뤼헐의 '눈 속의 사냥꾼'이 대표적일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소설 <햄릿>에 등장하는 비극의 여인을 다룬 오필리어가 바로 저스틴의 상징이며, 눈 속을 헤매는 사냥꾼의 모습은 클레어와 연결시킬 수 있겠다.

강한 노이로제 증상으로 예민하게 주변에 반응하는 저스틴이 화가 나서 화집을 들추고 바꾸어 놓을 때도 해당 그림들이 등장한다. 결국 끝없는 상징의 반복을 통해 감독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셈이다.

<멜랑콜리아>가 멸망하는 지구에 남겨진 인간들의 비극인지 너무도 세속적인 시댁 식구들을 향한 한 여자의 분열증인지는 애써 판단하지 않아도 되겠다. 영화를 두고 대화하는 몫은 철저하게 관객의 즐거움이니까.

다만,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나 이제 막 행복을 알아가는 신혼부부에게나 서로가 편해질 대로 편해진 기성 부부들에게까지 이 영화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는 잊지 말자. '자신과 맞는 좋은 사람 만납시다!' 이건 철저하게 주관적인 생각이다. 매운 짬뽕을 먹을 시간인 듯하다.    

한 줄 평 : 보고 나서의 여운이 더 좋은 영화. 한 줌의 재가 되고 싶다면...

영화 <멜랑콜리아> 정보

 영화 <멜랑콜리아>의 한 장면.

영화 <멜랑콜리아>의 한 장면. ⓒ 익스트림필름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출연 :  커스틴 던스트, 샤를로뜨 갱스부르, 키퍼 서덜랜드, 샤롯 램플링
장르 : 드라마, SF, 미스터리
러닝타임 : 136분
관람등급 : 15세 관람가
개봉일 : 2012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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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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