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밴드>의 문제는 제작진이 사명감은 가지고 있는데 가진 게 그것밖에 없다는 점이다."

영화감독 조원희(@joydvzon)가 SNS를 통해 밝힌 <탑밴드2>에 대한 글이다. 이에 대해 지난 시즌1 코치를 역임한 남궁연은 이런 댓글을 남겼다.

"시즌2 최대 패착은 밴드를 지도하며 심사위원에 맞섰던 신대철, 김도균 코치를 심사위원에 앉힌 것이죠(조련사를 평가사로 바꾼 게 문제)."

실제로 19일 방송된 KBS 2TV <탑밴드2> 3회는 심사위원의 이견을 주된 갈등의 소재로 삼았다. 특히 지난 2회에서 피아의 탈락 여부를 결말의 '떡밥'으로 삼았던 제작진은 트로트록 사운드 오르부아 미쉘과 인디 1세대 프리다칼로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심사위원의 모습을 결말에 배치했다.

프리다칼로에게 마지막 탑초이스 한 장을 쓰고 싶다는 신대철은 "프리다칼로의 음악과 여러분의 혼이 담긴 그 연주에 굉장히 감명받았습니다"라며 눈물을 머금고 아쉬워했다. 실험 정신이 돋보였던 오르부아 미쉘을 선택하고, 다소 정통적인 록을 구사한 프리다칼로를 떨어트려야 하는 심정을 절절하게 고백한 것이다. 록이나 밴드 음악에 대한 그간의 대중적 소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랄까.

유명 밴드가 총출동하며 우려를 낳았던 <탑밴드2>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비단 2%대의 저조한 시청률이 전부가 아니다. 광고가 완판되며 록과 음악팬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만듦새나 편집에 대한 지적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2, 3회에 출연해 탈락의 긴장감을 형성한 관록의 밴드 피아

2, 3회에 출연해 탈락의 긴장감을 형성한 관록의 밴드 피아 ⓒ KBS




"심사평이 무매력인데 자막도 무매력?"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큽니다. 악마의 편집 따위 버리고 소소하지만 따뜻했던 시즌1의 <탑밴드>로 돌아와 주세요ㅠㅠ 좋은 밴드 데려다 편집 때문에 노래가 들리지도 않아요." (@Ellie3***)

"<탑밴드1> 보면서 발굴되지 않았던 훌륭한 밴드들이 참 많구나 했었는데, <탑밴드2> 보면서는 단지 내가 좋은 밴드들을 몰랐던 것뿐이라는 생각. 정말 무더기로 많은데, 이렇게 시작부터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게임이 돼서야." (@_midnight_ra***)

"<탑밴드 시즌2>는 나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유일한 성과는 수많은 밴드들을 한 군데 불러 모았다는 것인데,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한 분야에 임하고 있던 사람들이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를 생각해보면 일단 씁쓸하다." (@yjh***)

"<탑밴드2>는 심사평이 무매력인데 자막도 무매력.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를 하나도 못 살림." (@witchle***)

19일 방송이 끝난 뒤 쏟아진 감상평이다. 여타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음악애호가들까지 한목소리로 쏟아내는 비판의 화살은 결국 제작진에게 향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의미 있는 프로그램인 건 이해하고 또 밴드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매력이나 기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어찌하여 <탑밴드2>는 방송 3회 만에 이런 시청률은 하락하고, 또 이리도 박한 평가를 받게 됐을까.

 <탑밴드2> 1회에 출연해 화제를 몰고 온 장미여관의 출연 모습

<탑밴드2> 1회에 출연해 화제를 몰고 온 장미여관의 출연 모습 ⓒ KBS


'토요일 귀가시계' <탑밴드2>, 좋은 취지가 전부가 아니다 

사실 피아나 내귀에 도청장치 등 데뷔한 지 10년이 훌쩍 넘는 유명 밴드의 참가 소식이 들려왔을 때부터, 무명이나 신진 밴드가 받을 불리함과 심사의 어려움 등은 예견됐다. 제작진은 그걸 감수하고 고심하는 심사위원의 모습과 그들의 갈등을 고스란히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갈등이었고, 또 제작진은 그것을 시즌2의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마니아나 전문가의 불평은 오히려 다른 쪽에서 나오고 있다. 한정된 방송 시간 때문에 과다한 편집에 걸러진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3회에서 편집의 희생양이 된 내 귀에 도청장치처럼 말이다.

물론 애호가들이나 전문가적인 관점, 무명 밴드, 대중의 관점은 다를 수 있다. 사석에서 만난 3회 출연자는 "<탑밴드> 출연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는 것 이외에도 여러 기회를 줄 수 있기에 의미가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미 음반을 내고 팬을 확보한 밴드와 달리 신인이나 무명 밴드에게 <탑밴드> 출연은 하나의 기회다. 1회 방송 이후 광고 출연 제의까지 받았다는 장미여관이 이를 방증한다.

경연과 경쟁을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인 만큼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기가 어렵다는 점은 십분이해한다. 하지만 트리플 토너먼트의 다소 과한 경쟁이나 음악 자체를 간과하는 맥빠진 편집은 <탑밴드2>의 지지층에게까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시청률 2%에도 <탑밴드2>에 대한 화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큐나 교양, 시사가 아닌 만큼 '좋은 취지'가 전부일 수는 없지 않은가. 생방송이 시작되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방송 시작 이후 혹평을 들은 오디션 프로그램 또한 여럿이란 걸 잊으면 안 된다. <탑밴드2>를 '토요일 귀가 시계'로 여기는 애호가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탑밴드>가 탈락자들이 세상 다 끝난 듯 통곡하는 이들이 없다는 것. '이게 인생이죠. 밴드 그만 하는 거 아니니까요.' 아~ 참가자들 마인드가 이미 프로! 나도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토요일 귀가 시계가 됐을 뿐!" (@pro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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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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