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방영한 KBS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2>에 출연한 피아

지난 19일 방영한 KBS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2>에 출연한 피아 ⓒ KBS


처음에 <밴드 서바이벌 TOP밴드2>(이하 <탑밴드2>)에 트랜스 픽션, 피아, 몽니, 네미시스, 내귀에 도청장치, 와이낫이 도전장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위에 언급된 밴드들은 이미 아마추어를 넘어선 프로다.

지난 시즌1과 달리 밴드의 <나는 가수다>를 지향한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이름들이지만, <탑밴드2>는 이들에 비해 이름이 생소한 밴드부터 직장인 밴드도 참가할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미 평가의 단계를 넘어선 프로들이 아마추어들과 동등한 선상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불공평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오매불망 <탑밴드> 시즌2를 기다렸던 시청자들이 이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규칙을 흔쾌히 받아들인 건, 유명한 밴드, 인디밴드에 상관없이 이번 <탑밴드2>을 계기로 록 음악이 전반적으로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이었다.

만약에 록 마니아들에게 <탑밴드2>가 밴드만을 대상으로 하는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면 한 때 서태지 컴퍼니 산하 '괴수 인디진'에 속해있을 정도로 전설적인 피아가 <탑밴드2>에서 신대철, 김도균, 김경호에게 심사받는 괴이한 풍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몽니의 보컬 김신의는 작년 시즌1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인물 아닌가.

<탑밴드2> 시청자들이 피아, 몽니 같은 프로 밴드에게 바라는 것은, 그들에게는 당연해 보였던 예선 조1위 그 자체가 아니다. 과거 심사위원에서 이왕 <탑밴드2>에 심사받는 처지로 출연한 만큼, 이름을 알린 밴드로서 여전히 록이 생경한 일반 대중들에게 '록'이란 장르가 숨기고 있는 아름다움과 흥을 보여주는 것. 그렇기에 다른 참가 밴드보다 압도적이고, 자칫 아마추어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처럼 보이는 유명 밴드들의 출연을 반겼던 것이다.

 지난 19일 방영한 KBS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2>에서 프리다칼로의 탈락을 안타깝게 보는 모습을 보인 신대철

지난 19일 방영한 KBS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2>에서 프리다칼로의 탈락을 안타깝게 보는 모습을 보인 신대철 ⓒ KBS


조 1위 차지한 피아, 몽니, 네미시스, 내귀에 도청장치...역시 명불허전

역시나 예상대로 피아, 몽니, 네미시스, 내귀에 도청장치는 지난 19일 방영된 <탑밴드>에서 조 1위를 차지하여 명불허전과 동시에 프로의 자존심을 세웠다. 반면 MTV가 선정한 이주의 아티스트 선정은 물론, 아시아 최고의 데뷔앨범으로 꼽힌 칵스는 복병 펠라스에 밀려 신대철의 탑 초이스로 간신히 살아나는 굴욕(?)을 겪었다.

의외의 칵스. 그리고 피아가 심사위원들 간의 치열한 각축 끝에 간신히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결국은 몽니, 내귀에 도청장치, 네미시스가 가뿐히 조 1위로 통과한 것에 딴죽을 걸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오랜만에 네미시스의 '베르사유의 장미'를 TV에서 라이브로 듣게 되어 감격이라고 할까.

기획 단계에서부터 화제성을 고려하여 유명 밴드를 대거 섭외한 <탑밴드2>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치열한 경연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같은 조에서 피아를 만나 탈락의 고배를 겪은 판타스틱 드럼스토어, 넘버원 코리아가 한없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또한, 프리다칼로와 오르부아 미쉘 중에서 누굴 올릴 것인가를 두고 벌인 심사위원들 간의 갈등은 신대철의 지나친 개인적 주관을 지적하기보다, 결국 프리다칼로의 탈락에 눈물을 보이던 신대철의 심경을 이해하게 한다.

출중한 실력이 갖췄음에도 죽음의 조에서 실력이 더 월등한 밴드를 만나 탈락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과 두려움은 오히려 밴드에게 더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일종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지난 19일 KBS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2>에서 탈락에도 웃음을 보인 프리다칼로

지난 19일 KBS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2>에서 탈락에도 웃음을 보인 프리다칼로 ⓒ KBS


표면적인 순위에 상관없이 밴드음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 마련했으면...

"어떻게 실력 있는 가수를 순위를 매겨 탈락시킬 수 있나"는 반감에도 <나는 가수다> 시스템이 보란 듯이 성공한 것처럼 <탑밴드2>도 <나는 가수다>와 비슷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실력은 있으나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었던 중고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주목받은 <보이스 코리아>의 밴드 버전으로 <탑밴드>시즌1 때보다 사랑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아와 몽니 등 프로 밴드의 출연을 강조하여 필요 이상의 치열한 경연과 심사에서 오는 긴장감만 조성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대중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밴드들은 물론, 그들 때문에 아깝게 탈락한 신인 밴드들도 <탑밴드2> 출연을 계기로 덩달아 성장하고 유명세를 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밴드만 본격적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공중파에서는 <탑밴드2>가 유일한 현실에서, 수준 높은 밴드의 공연을 TV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지만 말이다. 또 <탑밴드2>가 없었다면 어디서 로맨틱펀치라는 매력적인 밴드를 알아낼 수 있었을까. 이번 시즌2를 계기로 시청률, 표면적인 순위에 상관없이 밴드 음악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탑밴드2 피아 몽니 프리다칼로 신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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