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지 말아요. 내가 자살했기 때문에 내 동생도 여기 왔어요. 나 좀 꺼내줘요. 나 좀 꺼내주세요! 이 지옥은 악바리 같은 사람도 통하지 않는 곳이에요. 나, 최진실이가 지옥에 있다고 전해주세요!"

이렇게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비정상적인 '유일신'과 '지옥론'을 교리로 삼고 있는 경기도 한 작은 교회 관계자들이 만든 동영상이다. '최진실 지옥의 외침' 혹은 '지옥의 소리 최진실의 외침' 등의 검색어를 지닌 이 동영상은 구글의 유튜브(Youtube)를 시작으로 국내 포털 사이트 블로그와 카페 등에서 확산되고 있다.

최진실 최근 경기도의 한 작은 교회 관계자들이 '최진실 지옥의 소리'라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해 충격을 주고 있다.

▲ 최진실 최근 경기도의 한 작은 교회 관계자들이 '최진실 지옥의 소리'라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해 충격을 주고 있다. ⓒ 김대오


소름까지 돋는 이 불편함, 그래도 종교의 자유인가요?

최진실의 한 지인이 이런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했을 때 '미친 사람들 아니냐? 참 웃기는 사람들'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지인은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기분이 더럽다"며 "가족이라도 이 소식을 들으면 어떻게 하느냐? 내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기독교인이 아니기에 지옥론을 믿지 않을뿐더러,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최진실의 진짜 목소리일 수도 없다. 죽은 최진실이 그 교회 관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없다. 한발 양보해 살아생전 그 교회 관계자와 교분을 나눴을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 상식적으로만 생각하면 이 동영상은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같은 '픽션'에 불과한 것이다.

기독교를 믿지 않거나, 적어도 정상적인 기독교인이더라도, '픽션'에 불과한 이 동영상을 접하면 단박에 소름까지 돋는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이런 불편함은 연예인과 기자로 만나 20년 간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친구이기 때문도 아니고,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 날 밤, 최진실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이라고 답해야 하는 죄를 지닌 사람이기 때문도 아니다.

혹시 가까이에서 인연을 나눴기 때문에 가당치도 않은 '픽션'에 지레 불편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최진실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들려줬지만'. 그 불편함은 같았다. 비기독교인이거나, 다른 종교를 지닌 사람이거나, 남녀노소 모두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심지어 소름 돋는 동영상을 만든 이들이 믿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까지도 말이다.

더구나...최진실 뿐만이 아닙니다

이들이 만든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내용은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겠다. 동생 최진영를 비롯해 자살한 연예인 모두가 지옥에 함께 있다는 내용부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이야기들, 살아생전 있지도 않았던 일들을 언급하며 자신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공포의 주문을 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언급하고 있는 것은 최진실 뿐만이 아니다. '지옥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만든 동영상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에는 앙드레 김으로 추측되는 유명 디자이너, 김일성 주석, 5.18 당시 희생된 여대생 등을 거론한 비슷한 내용의 음원도 담겨있다.

석가모니도, 마호메트, 단군 심지어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되기 이전에 살던 모든 사람이 지옥에 있다는 이들의 터무니없는 신앙은 종교적 이단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들 정도다.

이들의 교리는 '유일신'과 '지옥론'으로 집약된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것이다. 이런 두려운 동영상을 만든 목적도 '지옥의 공포'를 알면 하나님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유일신을 위한 '지옥의 공포 체험'인 셈이다.

명예훼손 아니라고? 외려 사탄으로 낙인찍겠다고?

그렇다면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최진실의 죄는 무엇일까? 딱 하나 '자살'했기 때문이다. 자살은 백만 번, 수천만 번 이야기해도 옳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유일신이든, 지옥론 속에서 '자살'과 '지옥'의 연관성을 상식적으로 판단할 근거는 전혀 없다. 적어도 이들의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는 논리 속에 만들어진 이 동영상을 통해 상식적인 자살방지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것만으로도 가족이나 지인들, 그리고 최진실 팬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가운데 더욱 안타까운 일도 있다. 현행 법률상으로도 사자에 관한 명예훼손이 분명한데도 처벌도 쉽지 않고, 동영상을 비롯한 게시물들을 삭제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최진실의 전 소속사 관계자는 "경찰청을 통해 이번 동영상을 고발하고 싶어도 친고죄이기 때문에 가족만이 고발이 가능"하다며 "가족들 모르게 이 일을 해결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몇몇 최진실 팬들이 교회 관계자에게 항의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교회 측 관계자는 "가족들이 상처받는 것 자체도 주님이 그것을 선택한 것"이라면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최진실이 자기 모습을 알리라고 해서 간증을 한 것이며 명예훼손이나 이런 것은 걱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의 어처구니 동영상을 문제삼는 사람들은 '사탄'으로 낙인찍겠다는 것이다.

최진실 최근 경기도의 한 작은 교회 관계자들이 '최진실 지옥의 소리'라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최진실의 묘소.

▲ 최진실 최근 경기도의 한 작은 교회 관계자들이 '최진실 지옥의 소리'라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최진실의 묘소. ⓒ 김대오


'최진실 지옥의 외침', 이건 아닙니다

기자는 '죽음을 막지 못한' 죄인의 자격으로 최진실과 진영 남매의 추도식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그때마다 이들 남매의 어머니는 이렇게 탄식한다.

"이렇게 좋은 날씨,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있는데 왜 떠났니? 좀 더 아이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지...뭐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추도식을 빠지지 않고 집례하는 목사님 역시 볕 좋은 곳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이들 남매의 안타깝고 허망한 선택을 하나님의 말씀을 빌려 사랑으로 꾸짖곤 한다. 비기독교인지만 두 손 모으고 함께 기도를 한다. 남은 삶 속에서의 인연을 버린 남매에 대한 야속함이 이젠 다시 볼 수 없는 그들의 평안으로 온전히 전해지길 기원한다.

가족과 지인들 모두 야속한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들의 평안을 이처럼 희망하고 있다. 더 많은 시간 함께 하며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함께 느끼고 널리 알렸으면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남은 사람들에게 그리움의 형벌을 내리고 떠났다.

그래도....'지옥의 목소리', 이건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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