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방송 3사 수목 드라마들이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중에 <옥탑방 왕세자>의 고군분투가 괄목할만하다.

처음 드라마가 시작할 때는 당연히 이재규 감독의 <더 킹>이 압도적일 줄 알았지만, 뚜껑을 열자 의외로 분투한 것은 복수극 <적도의 남자>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 <옥탑방 왕세자>는 쭉 일관되게 2위의 자리를 지킴은 물론 막방을 바라보는 이 즈음, 일부 시청률 조사기관에서는 1위에를 차지하기까지 했다.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포스터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포스터 ⓒ SBS


<옥탑방>의 성공, 그 출발점은 작가 이희명

하지만 시청률로만 가늠할 수 없는 주인공 박유천을 여심을 흔드는 남주인공 1위로 만든 성과라든가, SNS 반응 최고의 드라마라는 평가를 보면(특히 요즘 TV 시청권이 중장년층에 기울어져 있고, DMB나 다운로드를 이용하는 젊은 층이 많다는 점을 봤을 때), <옥탑방 왕세자>가 꽤 성공적인 드라마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옥탑방 왕세자>가 이렇게 젊은 층들에게 꽤 먹히는 드라마가 된 이유는 무얼까? 그 중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바로 스토리의 힘!

<옥탑방 왕세자>의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 작가로는 드물게 남자 작가인 이희명씨다. 이 분은 일찍이 김희선과 장나라를 청춘 스타로 등극시켰던 <토마토>와 <명랑소녀 성공기>의 작가다.

또 최근 스타 작가들의 귀환 성적이 여전히 자기 복제를 벗어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이희명 작가의 경우에는 이른바 '약 빨고 쓰지 않냐'는 네티즌들의 말처럼, 회마다 그려내는 옥탑방을 둘러싼 스토리에 시청자들이 울고 웃는다.

 3월 방영 예정인 SBS 새 수목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의 집필을 맡은 이희명 작가. 그는 <미스터큐> <토마토> <명랑소녀 성공기> 등의 시청률 40%가 넘는 인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SBS 수목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의 집필을 맡은 이희명 작가. 그는 <미스터큐> <토마토> <명랑소녀 성공기> 등의 시청률 40%가 넘는 인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 SBS


물론 이희명 작가 스토리텔링은 고전적이다. 하지만...

그런데 이희명 작가 스토리는 아주 전통적이다. 착한 여자와 그녀를 괴롭히는 나쁜 여자, 그리고 한결같이 착한 여자 옆에서 그녀를 위해 물심양면 도와주는 멋진 남자. 일찍이 콩쥐팥쥐, 신데렐라로 이어지는 동서양 고전의 한결같은 스토리텔링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옥탑방 왕세자>에서도 과거에서든 현재에서든 박하 혹은 부용은 그녀의 언니 세나 혹은 화용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혹자는 이런 스토리가 막장이 아니냐고 고개를 젖겠지만 그건 신화나 설화를 모르고 하는 말씀. 어린이 동화책에야 온갖 잔인한 내용 다 빼고 오로지 권선징악의 고전적 모티브만 남아있지만, 자매간의 한 남자를 둔 피 튀기는 혈투와 관련된 설화나 신화 혹은 전래동화는 전 세계에 차고도 넘친다.

어떻게 자매간에? 하지만 그것이 신화학으로 들어가 보면,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상징이라고도 하고, 혹은 성서에서도 카인과 아벨의 비극에서처럼,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익과 관련된 애증이 걸리면 물불 안 가리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에 대한 경계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박하가 착하고 사랑을 얻어가면 갈수록, 그녀의 언니 세나는 악의 화신이 되어 그녀의 것을 빼앗는데 올인한다.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스토리의 당연한 전개이며, 어릴 적 읽었던 그 전래 동화이래 이런 스토리에 본능적으로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옥탑방 왕세자>는 고전적 스토리에 '타임 슬립' 요소를 더했다

<옥탑방 왕세자>는 고전적 스토리에 '타임 슬립' 요소를 더했다 ⓒ SBS



고전적 스토리를 '타임 슬립'으로 뒤틀다

물론 이희명 작가의 <옥탑방 왕세자>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단지 전통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예전 작가들이 상황 설정을 달리해도 여전히 자신의 예전 스타일을 벗어 던지지 못한 것과 달리, 이희명 작가는 그가 해왔던 고전적 방식을 뒤틀고 거기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여러 흥미로운 요소들을 곁들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타임 슬립! <옥탑방 왕세자>의 기본적 매력은 바로 과거의 왕세자비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는 왕세자와 그의 신하 3명이 우연하게 현대의 박하가 사는 옥탑방에 떨어졌다는 것인데, 여기서 그들이 겪은 우연이 알고 보니 운명이었다는 것이다. 왕세자 일행은 현대에서도 과거의 일을 고스란히 다시 겪게되고 그 과정에서 과거의 뒤틀린 인연을 깨닫고 사건도 풀어간다.

그러기에 타임 슬립이라는, 드라마로써는 모험적인 장치를 지니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가 수미상관한다는 컨셉에 따라 시청자들은 논리적으로 드라마에 접근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된다.

게다가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매회 도무지 다음 회를 예측할 수 없는 스릴과 추리극에 곁들여 코믹까지, 극의 또 다른 재미를 풍성하게 보충하면서 진행하니, 중도에 '신규 유입'이 어려운 점은 있지만 드라마적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놓치기 힘든 매력을 지닌다.

 FOX 채널에서 방영된 <원스 어폰 어 타임>

FOX 채널에서 방영된 <원스 어폰 어 타임> ⓒ FOX


그리고 <원스 어폰 어 타임>과도 통한다

이런 이희명 작가의 방식은 최근 미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빈번하게 차용되는 방식이다. FOX 채널에서 방영되는 <원스 어폰 어 타임>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과거 사건의 트라우마를 해결하지 못한 채 백설공주를 증오한 왕비의 저주를 받고 한 마을에 모여 살면서 사건에 부딪치게 된다는 이야기다.

또한 CGV의 <그림형제>는 동화 속 사건들이 현대판 살인 사건으로 재현되고, 그 옛날 이야기를 채집하던 그림의 후손은 형사가 되어 그 사건을 해결한다는 스토리이다. 어디 드라마뿐인가, 얼마 전 개봉한 <백설공주>나 이번 달 말에 개봉을 앞둔 <스노우 화이트> 모두 백설 공주의 원본을 뒤틀거나 재해석한 영화들이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고전들을 재해석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옥탑방 왕세자>도 크게 봤을 때 이러한 '온고지신'의 한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전의 재해석은 우선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토리에 접근하는 친근한 맛을 살리면서, 그것이 뒤틀어지고 재해석됐을 때 느끼는 통쾌함을 보다 극대화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낯선 이야기를 잘 하는 것보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한결 수월하면서도 그것이 달라질 때 느끼는 짜릿함은 모르는 이야기의 감동보다 배가가 되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가 꾸준히 실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요, 그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전이라는 영역으로 장르가 확장되고 있는 최근의 트렌드요, <옥탑방 왕세자>는 영리하게 그 전략을 써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영화 <백설공주>

영화 <백설공주> ⓒ 누리픽쳐스


옥탑방 왕세자 이희명 백설공주 원스 어폰 어 타임 스토리텔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