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황태자 루돌프 역의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이승현이 25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황태자 루돌프 역의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이승현이 25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2012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뮤지컬 <엘리자벳>. 운 좋게도 이 작품으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른 배우가 있다. 바로 이승현이다. 그룹 포커즈에서 '이유'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그는 본명보다 '설운도 아들'로 알려졌다. 그렇다. 가수 설운도가 그의 아버지다.

<엘리자벳> 공연장을 찾았을 때, 이승현의 사진을 보고 솔직히 놀랐다. 포커즈에서 탈퇴했다는 소식을 전했던 그가 뮤지컬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태자 루돌프 역을 맡아 쟁쟁한 뮤지컬 배우 사이에서 가능성을 내비쳤고, 오는 11일 무대에서 서울 공연을 마무리하는 이승현을 만났다.

"<엘리자벳> 오디션 배려해준 JYJ 김재중, 내 삶의 은인"

댄스 가수로 활동하며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를 두루 소화했지만 '종합예술'이라는 뮤지컬과는 사뭇 달랐을 터. 이승현은 "리듬을 타는 등 그룹 활동할 때의 버릇이 뮤지컬에서는 좋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면서 "평소 자세가 구부정한 편인데 무대 위에서는 꼿꼿하게 서 있어야 했다. 모델 워킹까지 배웠는데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라고 운을 뗐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황태자의 포스'를 풍겨야 했기에 쉽지 않았다고.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황태자 루돌프 역의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이승현이 25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현 ⓒ 이정민


연기 경험도 없는데다 댄스가수 출신. '데뷔작'이라고 하기에 <엘리자벳>은 대작이었다. 그가 어떻게 <엘리자벳>에 합류하게 됐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승현은 "다 JYJ 김재중 형의 덕"이라며 "내 삶의 은인"이라고 털어놨다. 김재중은 포커즈에서 나온 뒤 방황하던 이승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08년 <해피투게더 시즌3>에서 시작됐다. 이승현은 "그 뒤로 재중이 형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왔는데 지난 2011년, 형이 '뮤지컬 오디션 볼 생각 없느냐'고 물어보더라"면서 "평소 내가 '뮤지컬 하고 싶다'고 했던 것을 기억해두고 있다가 <엘리자벳>에 캐스팅된 준수 형을 통해 오디션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자포자기 심정이었어요. 가수 활동만 했지, 연기한 적도 없었고요. 엄청난 로망을 갖고 있었지만 뮤지컬이라는 어려운 장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거든요.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고요. 3일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2곡을 연습했고, 외국인 연출가에게 스스로 분석한 캐릭터에 대해 소신껏 말씀드렸어요. 그 부분을 높게 사주신 것 같아요."

"매일이 <뮤직뱅크>고 매일이 <인기가요>"

'루돌프'라는 인물은 그의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 항상 들떠 있던 이승현은 루돌프 역을 맡으며 말수가 줄었고, 점잖아졌다. 첫 공연 후 만난 친구들은 그에게 "차분해진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루돌프라는 캐릭터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었다"는 이승현은 "첫 작품부터 뭔가를 터뜨리기보다는 욕구를 억누르는 내면 연기를 해야 했다. 나를 제외한 두 분(전동석 김승대)이 워낙 베테랑인데 난 아직도 관객에게 내 감정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황태자 루돌프 역의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이승현이 25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현 ⓒ 이정민


"제 성격처럼 밝은 캐릭터라면 쉬웠겠지만 극 중 루돌프는 아버지에게 방황하고 반항하다 결국 죽음을 맞는 비극적인 역할이잖아요. 부모님에게 버림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갈피를 못 잡았었어요. 그러다 제가 내린 결론은 '어떻게 노력해도 29살의 혁명가가 될 수는 없겠다'는 것이었죠. 방황하는 사춘기 청년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승현은 <엘리자벳>을 통해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첫 공연 후 커튼콜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율을 느꼈다는 그는 "그 후 '너무 단편적인 부분만 생각해서 내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급급했던 게 아닐까' 반성하게 됐다"면서 "첫 공연이 끝난 뒤 더욱 열심히 뮤지컬을 파헤쳤다. 항상 생방송이라 매일이 <뮤직뱅크>고 매일이 <인기가요>"라고 미소 지었다.

"악성 댓글 당연...'설운돌프' 별명 싫지 않아"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는 이들 또한 여전히 있다. 끊임없이 노래를 들으며 연습하다 정작 무대에 설 타이밍을 놓치는 대형 사고를 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본 자질도 없는 사람이 무대에 선다' '티켓을 환불하고 싶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승현은 일명 '황태자 실종사건' 이후 뮤지컬 관객에게 거센 질타를 받았다. 혹자는 아버지 이름과 그의 캐릭터를 붙여 '설운돌프'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악성 댓글(악플)에 시달리고 있어요. 좋지 않은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죠. 전 아무것도 모르는데 (뮤지컬을) 오래 하신 분들을 제치고 루돌프 역에 앉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눈에 거슬릴 거에요.

동안 남의 시선과 악성 댓글에 대해 잊고 살았는데 막상 한꺼번에 쏟아지니까 감당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처음엔 스트레스받고 자책했는데 '열심히 하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일일이 해명하기도 웃긴 것 같고요. 조용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좋게 보실 거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황태자 루돌프 역의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이승현이 25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현 ⓒ 이정민


이승현은 <엘리자벳> 서울 공연이 끝나면 지방 공연에도 나선다. 다음 작품에 대해 묻자 "바로 하기가 죄송해서 당분간은 연습을 열심히 할 계획"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승현은 "수없이 고민했는데 바로 다음 작품을 하게 되면 발전이 없는 느낌"이라며 "조금 더 갈고 닦아서 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을 때, 무대에 오르겠다"고 덧붙였다.

"올 연말까지는 열심히 배워서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작품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채찍보다는 당근으로 어르고 달래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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