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줬던 배우 김수현이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전 9시 인터뷰에, 3분 일찍 도착한 김수현. 도착하자마자 그는 문자로는 옮기기 힘든 타령조의 콧노래와 함께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사진은...? ⓒ 이정민


김수현을 만나기 전, 사실 조금은 '쫄았다'. 남들은 '스타를 보는데 좋은 거지 무슨 걱정이냐'고 했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를 만나는 건 부담스러웠다. 한동안 TV 채널만 돌리면 그의 얼굴이 나오고, 포털 사이트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에 관련된 온갖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 속에 살았으니 말이다.

걱정도 만만치 않았다. 드라마 종영 이후 하루에 열 몇 개씩 인터뷰 일정을 강행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는 오전 9시. '칼출근'도 이만한 칼출근이 없다. '한 순간에 톱스타가 되었는데 혹시 스타병에라도 걸리지 않았을까', '계속되는 일정에 한 말을 또 하고 또 했을 텐데, 피곤한 내색이라도 비추면 어쩌지'…. 전날 밤까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기우였다. 아침 9시보다 3분 일찍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문자로는 옮기기 힘든 타령조의 콧노래와 함께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쾌활한 모습이었다. 인터뷰 중간, 기자의 이름으로 된 삼행시를 보고는 5분간 폭소를 터뜨리며(그것도 복식호흡으로) 웃기도 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자, 그럼 다시 인터뷰로 돌아가자.

10 : "10년 후, 내 색깔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10년만 지켜봐 주십시오!" 2년 전 한 연말 시상식에서 김수현은 자신의 10년 후를 기약했다. 이는 당시의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김수현이 10년이면 괜찮은 배우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내놓았던 말이었으며, 동시에 '10년만 죽어라 노력하자, 괜찮은 배우가 되자'며 스스로에게 가하는 채찍질이기도 했다.

지금도 자신의 연기에 합격점을 줄 수 없다는 그는 그래서 <해를 품은 달> 제작발표회에서도 연신 "믿어 주십시오"라고 말했단다. 그러고 보면, 김수현은 참 욕심 많은 배우다. 몇 해 전 한 제작발표회에서 울음을 터뜨렸던 것도 순전히 자신의 연기 때문이었다.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 역의 배우 김수현이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자신의 연기가 C+이라 했다는 한 인터뷰를 보았던 기억이 남아서였다. "만족할 땐 만족하기도 한다"는 그는 "그래도 너무 만족하면 그것만 생각할 것 같아서" 중심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 이정민


"그 땐 제가 연기를 잘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완성본을 보고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그냥 막 놀았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0년 후엔 '진정한 의미로 놀 수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촬영을 즐기고 잘 할 수 있는 배우요.

아직 저에 대한 이미지가 확실치 않다고 앞에서 말했죠? 10년 후엔 그 이미지가 확실한, 제 색깔이 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그 색깔이 무엇이 될지 찾아가는 중인 셈이죠."

1 : "연기 말고는 딱히 다른 길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무슨 질문을 해도 이야기는 한 곳으로 돌아온다. 연기를 위해서 사는가, 살다 보니 연기를 하게 된 건가. 한참 헛갈릴 무렵 직구를 던졌다. "한 길로만 가는 건 지겹지 않느냐"고. 김수현이 답했다.

"오래 전부터 연기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연기를 했거든요. 다른 배우들 인터뷰를 보면 부모님이 연기하는 걸 반대해서 더욱 연기를 하고 싶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런데 제 경우엔 어머니가 연극을 하라고 권유하셨거든요. 다른 생각 없이 연기를 쭉 해온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도 한참 부족하단다. "연기는 '벽을 깨는 작업'"같다던 그는 "지금의 제가 이만큼(이라면서 김수현은 손으로 약간의 공간을 표시했다)이라면, 살면서 계속 벽을 부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만의 '연기학 개론'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는 거예요. 제가 연극을 했을 때부터 알고 지낸, 존경하는 형님께서 '연기하는 인물이 되려고 하지 말고 그 인물에 너의 일부를 조금씩 넣어라'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차차 더 다양한 저의 모습을 인물들 속에 담아낼 수 있는 거겠죠."

24 : 스물넷 김수현? '도전자'입니다!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줬던 배우 김수현이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수현이 후속작으로 선택한 영화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은 겉으로는 동네 바보지만 알고 보면 북한에서 내려온 '살인 병기' 간첩 원류환 역을 맡았다. ⓒ 이정민


이쯤 되니 김수현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 웬만큼 하고, 연기도 곧잘 하고, 말도 잘 하고, 혹시...'궁극체'?(기자 주-한 만화에서 진화를 끝낸 생물이라는 의미로 붙인 말) 이 말에 "감사합니다"라며 웃음을 참던 그는, "과분한 평가"라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저를 두고 진지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그런 면도 있지만, 또 제 또래 같은 면도 있어요." 

스스로를 "아직 남자가 되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한 소년도 아니"라는 김수현. "남자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 '남자'란 아마도 배우로서의 이상향,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지향점일 것이다.

그가 후속작으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선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분명 김수현은 착실히 '남자'가 되는 길을 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의 앞길을 찬찬히 지켜보는 건, 어쩌면 매주 토요일 되지도 않는 숫자를 맞춰보며 한숨 쉬는 것보다 더 값진 '로또'가 아닐까. 이쯤해서, 그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을 전한다.

"스물넷의 김수현은 어떤 사람인가요?"
"…(손을 번쩍 들며) 도전자 김수현입니다!"

[인터뷰 속의 인터뷰] 이대로는 보낼 수 없다! 김수현의 즉문즉답

 인기리에 막을 내린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 역의 배우 김수현이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팬들로부터 SNS로 질문을 받았다는 말에 김수현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질문엔...땀을 흘렸다는 후문. ⓒ 이정민


총 7개의 숫자로 그를 묘사하기엔 너무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 아까웠다. 그래서 SNS를 통해 그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을 모았다. 이 자리를 빌려 아이디어를 전해 주신 그의 팬들께 배꼽 인사. 꿉뻑.

- 직장 상사에게 '컬러링이 좋아 매일 밤 전화하고 싶다'는 CF를 봤어요. 실제 김수현의 컬러링은 뭔가요?
"…클래식이에요. 곡목은 정확히 모르겠네요."

- 주량이 적던데. 혹시 특별한 술버릇은 있나요?
"주량이 소주 3~4잔이죠. 조금씩 마시다가 한계치에 다다르면 그냥 자요. 그때부턴 남들의 '짐'이 되는 거죠. (웃음)"

- 그럼 잠버릇은요? 잠들기 전 하는 생각은?
"정말 잘 자는 거요. 숙면! 너무 잘 자서 생각도 안 해요. 하하하."

- 다시 한 번 연기해 보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정은표 선배님이요. 흐흐."

-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요리는?
"…요리를 못해요."

- 인생의 멘토는 누구인가요?
"(정말 오래 생각하다) 배용준 선배! (동석한 소속사 직원을 비롯한 기자가 폭소하자 손을 내저으며) 아니, 진짜에요! 진짜!"

* [숫자로 읽는 배우 김수현 1편]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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