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 역의 배우 김수현이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 역의 배우 김수현이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분명 그는 '재미없는' 사람이다.

반듯한 말투. 반론의 틈을 주지 않는 대답. 설령 없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겨우겨우 꺼낸 반박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 농담을 최대한 배제한, 진지한 말들. 한 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친 후엔 '혹시 따로 인터뷰 학원에라도 다닌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불쑥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재미없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그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다고 고백한다. 본인은 한사코 부인하지만, 자신의 재능으로 빛나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배우'와 시시껄렁한 농담에 온 얼굴을 구기며 푸흐흐 웃던 스물넷의 '자연인' 김수현 사이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7개의 숫자로 이를 풀어봤다. 이름하여 '김수현 코드'다.

33 : 많은 것을 남긴 드라마 <해를 품은 달> 

32.9%. 화제란 화제는 다 불러 모으며 종영한 MBC <해를 품은 달>의 평균 시청률이다. 그런데 김수현은 "<해를 품은 달>에서 내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한 마디로, "부담이 많았다"는 것이다.

김수현은 이를 두고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 속에는 여러 의미가 숨어 있었다. 전적으로 극을 끌어가야 하는 인물로서 느껴야 하는 부담감, 많은 대선배들과 팽팽한 신경전을 펼쳐야 하는 부담감….

하지만 김수현은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친구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작들에선 선배들의 아역을 연기하거나, 연기를 처음 하는 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야 했다"며 "그런데 <해를 품은 달>에서는 양명 역의 정일우나 운 역의 송재림 등 '또래 배우'가 많아 서로 의지하며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또 다른 것을 얻고 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여러 의미에서 김수현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 역의 배우 김수현이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또 다른 것을 얻고 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여러 의미에서 김수현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 이정민


15 : 'CF스타' 김수현? "걱정 마세요"

SBS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KBS 2TV <드림하이>를 통해 그의 매력을 발견한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해를 품은 달>이 끝난 이후, 김수현은 말 그대로 '왕창 떴다'. 치솟은 대중성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척도는 바로 물밀듯이 쏟아지는 CF다.

드라마 종영 이후 그가 15개의 광고를 찍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물론, 그 수는 지금도 증가하고 있겠지만. 어느 광고 속에서 그는 시크한 표정으로 수영선수 박태환과 블랙&화이트로 깔맞춤한 옷을 입고 있고, 또 어느 광고에서는 직장 상사에게 '컬러링이 좋다'며 '밤마다 전화해도 되냐'고 묻는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이 들었다. 동쪽에서 번쩍, 서쪽에서 번쩍. 그렇게 CF에만 나오다간 자칫하다 배우가 아니라 CF스타로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어렵사리 꺼낸 질문에 김수현은 "그건 괜찮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소비'가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기도 하는데, 아직 완전히 배우라고 불릴 만한 위치도 아닌 걸요. 소비될 이미지라는 게 아직 뚜렷하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어떻게 보면 광고를 많이 찍는 것도 제가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죠."

46 (10+16+20) : '김수현은 울려야 제 맛'

 인기리에 막을 내린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 역의 배우 김수현이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터뷰 자리에서의 그는, 화면을 통해 보던 김수현과는 확연히 다르다. 목소리 우렁차고, 잘 웃고, 동작이 큰 스물넷 청년이다. ⓒ 이정민


이 생뚱맞은 조합은 사실 <해를 품은 달>에서 김수현이 오열 연기를 펼친 회를 합친 숫자다. 참 울기도 잘 울었다. 굵은 눈물을 떨어뜨리다, 그도 안 되면 숨도 제대로 못 쉬며 끅끅거리는 그의 모습에선 '김수현은 울려야 제 맛'이라던 지인의 평가가 절로 떠오를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김수현은 오열할 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드라마를 보면 오열할 때 가슴을 치잖아요. 전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왜 주먹으로 가슴을 치지?"

의문이 풀린 건 책 한 권을 읽고 나서였다. 그 비장의 책은 2007년 발간된 <가시고기>.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김수현은 이 책을 읽다가 한 대목에 '꽂혔다'.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손짓발짓을 동원해가며 당시 느꼈던 감회를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한 대목을 읽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한동안 울다가, 눈물이 안 나올 것 같으면 다시 그 대목을 읽으면서 (이 말을 하며 김수현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흐어어' 하고 울었죠. 그렇게 울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주먹으로 가슴을 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와중에 '어라라?'하는 생각이…. (웃음) 그때 깨달았죠. 아, 이런 감정에선 가슴을 치면서 우는 거구나."

6 : '연예인'으로서의 삶..."감당해야 할 몫"

배우, 나아가 연예인으로서의 삶은 화려하다. 그러나 그 이면엔 고독이 묻어 있다.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흔히 '공인'이라는 이름 아래 이들에게 무결점의 생활을 요구한다. 이들의 작은 것 하나하나가 '대중의 관심'이라는 변명 뒤에 숨어 쉽게 소비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김수현 다리털'이 검색어에 오르고, 그의 가족사가 줄줄이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했겠나.

2007년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로 데뷔했으니 김수현도 어느새 6년차 배우가 됐다. 적지 않은 시간을 연예계에서 보낸 그도 느낀 바가 있을 터였다. "그런 데서 자유로울 수는 없죠." 한참을 생각하던 김수현은 말을 골랐다. 쉽지 않은 주제인 만큼,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수도 있겠다.

"분명 그런 면도 있다"던 김수현은 이내 "그런데 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제가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높은 빌딩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일도 없겠죠. 많은 분들이 저를 위해서 이렇게 신경을 써 주실 일도 없을 거고요. 그래서…감당해야 할 몫인 것 같아요."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 역의 배우 김수현이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7월 개봉하는 영화 <도둑들>에도 출연한다. 예전부터 도둑 역할을 해 보고 싶었다는 그는, 정작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젠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 이정민


* [숫자로 읽는 배우 김수현 2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수현 해를 품은 달 해품달 은밀하게 위대하게 가시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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