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사진촬영을 하기에 앞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사진촬영을 하기에 앞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 이정민


배우 김고은과 처음 대면한 순간 그가 했던 첫 발언은 "안녕하세요? 오! 기타다!"였다. 인사와 동시에 주변 사물에 관심을 보였던 모습에서 스무 살 자연인 김고은 만의 매력이 한껏 느껴졌다.

그새 은교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물론 아직 은교가 김고은 속에서 튀어나와 '귀여운 척 좀 그만하라'는 친구들의 핀잔을 듣기도 한단다. 은교와 김고은이 어우러진 느낌이랄까.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이제 만 스무 살, 갓 스크린에 데뷔하는 신인에겐 분명 이해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를 김고은은 참 훌륭히도 수행했다.

오죽했으면 사석에서 만난 정지우 감독은 그를 두고 '본능적인 연기, 동물적인 배우'라고 표현했을까. 그만큼 캐릭터를 온몸에 담아냈다는 말일 게다.

영화 이야기를 준비했었지만 김고은은 이미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은교> 연기에 대한 심정과 그 과정에 대해 반복해서 털어놓았던 터였다. 이 생기발랄한 스무 살 배우를 앞에 두고 더이상 노출 연기니, 가족들의 반응이니 따위를 다시 물을 순 없었다. 그리하여 동의를 구하고 '잡담'을 가장한 김고은 탐구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① 감독이 꼽은 최고의 연기, 거기에 대한 김고은의 해명

영화 개봉 직전 정지우 감독은 "김고은의 연기 중 백미는 바로 교실에서 조용하게 필통을 흔드는 모습"이라고 꼽았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냥 흔든 게 아닌 '조용하게'. 분명 필통을 흔드는 장면은 설정돼 있던 거였지만, 구체적으로 연기를 하는 모습에서 소심한듯 조용히 흔들어 보이는 건 김고은의 해석이었다.

정 감독의 말은 이거였다. "친구들이 많은 교실에서 은교라는 아이의 성격과 동시에 노시인 이적요에 대한 그의 공감력을 탁월하게 해석한 연기"였다고. 분명 이건 영화에서 이적요를 이해하고 그의 모습에 감동했던 은교를 김고은 식으로 잘 해석했다는 게 요지였다.

"감독님이 그 연기를 마음에 드셨다고 했는데 전 은교가 필통을 흔들었다는 자체가 감동이었어요. 교실에서 혼자 필통을 흔드는 게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잖아요. 눈치를 보는 느낌도 있었고, 애들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을 때 흔들어 본 거예요.

저라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지만 은교는 할아버지와 가장 길게 얘기했고 할아버지가 연필 부딪히는 소리가 슬프다고 했을 때, 그 슬픔을 알고 싶었던 거 같아요. 아, 할아버지가 이렇게 슬펐구나, 할아버지는 이런 감정이었구나..."

감독의 말에 대한 김고은의 해명 아닌 해명이었다. <모던보이> <해피엔드>를 통해 김혜수·전도연이라는 최고 여배우를 재발견한 정지우 감독이었다. 그와의 작업이 부담되거나 떨리진 않았는지 물으니, 전혀 없었다고. 단지 작품이 너무 크고 은교 역할에 대한 부담만 있었을 뿐이었단다. 김고은, 이 친구 정말 영락없는 배우 체질이 아닐까. 오히려 김고은은 정지우 감독의 작업 방식에 감사해 하고 있었다.

"감독님이 절 굉장히 생각하고 아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신인이다 보니 많이 모르고 헤맬 때도 있었겠죠. 그래도 감독님은 절 배우로 대해줬어요. 정말 사소한 것에도 제 의견을 물어봐 주셨거든요. '고은씨 어제 밤새 고민했는데, 이건 어때?' 이러시면서요. 신인에게 혹독한 촬영이겠구나 생각하며 사실 전 각오하고 갔는데(웃음)."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② 사실 김고은, 혼자서도 잘한다?...독립적인 '신녀성'

호기심을 가득 영화 속 은교와는 달리 막상 김고은은 남의 이야기를 오히려 많이 듣는 편이란다. 정작 자신의 힘든 부분과 속마음은 지인들에게 얘기할까 하다가도 대부분 혼자 자신에게 되묻곤 한다고.

"흐느낄 정도로 슬퍼도 내가 뭣 때문에 슬프지를 생각해요. 나중에서야 '아, 이것 때문이구나' 깨닫고 그래요. 그러다 종종 친구가 물으면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정작 힘들 땐 좀 남을 잘 안 찾는 거 같긴 해요. 그래서 '왜 넌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냐'라며 섭섭해 하는 친구도 있어요."

노파심에서 혹시 혼자 노냐고 물으니 김고은은 "친구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야 하죠!"라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영화 속 '은교'와 비교해 실제 고등학교 생활은 어땠는지를 물었다. 교복을 입은 채 이리저리 활발하게 뛰어 다니던 왈가닥 소녀였을까. 

"친구들이랑 활발하게 지내긴 했는데 혼자서 뭔가 하는 걸 좋아했어요. 여자들이 화장실 같이 가고, 매점을 같이 가곤 하잖아요. 이해가 안 갔어요. 매점도 전 수업 끝나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혼자 그냥 빨리 갔다 오고는 했어요. 근데 그게 이상해요?(웃음)"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③ 사실 김고은, '작업의 선수'?...들어는 봤나, 리듬 망치질과 쌍 드릴 소리

김고은은 아직은 배워가야 할 게 많은 학생이기도 했다. 불과 1년 전엔 지금처럼 영화 속 주인공이 돼 많은 언론 매체와 인터뷰하는 모습은 상상도 못했다던 그였다. '그간 연기 참 많이 연습했죠?'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가관이었다.

"1학년 땐 연기를 했던 기억보다 작업했던 기억이 더 많은데요? '극장실습'이라는 수업이 있어요. 공연이 올라가는 무대 세트를 만들어가는 수업인데 제가 작업을 좀 한대요(웃음).  학교에 미술과가 따로 있는데 연극원에 쌍드릴을 쥐고 리듬 망치질을 하는 친구가 있다고 거기까지 소문났대요. 그게 저예요(웃음)."

군대에서 작업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해머와 사포질에 대해 늘어놓으니 김고은은 반기면서 자기도 안다며 한껏 목청을 높였다. 사포질만큼은 고등학생 때부터 지겹도록 했다고. 이거 분명 스무 살짜리 대학생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작업' 이야기로 통할 수 있다니 인터뷰 중 문득 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처음 배웠던 게 사포질이에요. 20시간 동안 아무 감정 없이 사포질만 해보셨어요? (웃음) 예고라서 맨날 공연 연습하고 작업하니까 교복보다 트레이닝복을 많이 입었어요. 중학교 때까진 옷에 참 관심 많았는데 언젠가부턴 제 옷장엔 트레이닝복만 잔뜩 있게 됐죠. 대학 때도 애용했어요. 대학 때 제 별명이 사실 빨간 트레이닝복이었는데...(웃음)"

인정하자. 배우 김고은은 타고난 '작업의 선수'기도 했다.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④ 사실 김고은, 자존심도 무척 강하다?

먹을 것을 무척 즐긴다기에 물었다. 요즘 빠져있는 음식이 무엇인지. 다름 아닌 매운 짬뽕이란다. 김고은은 스스로 맵고 짜고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전형적인 한국인 혀를 갖고 있다고 살짝 부끄러워하며 밝히기도 했다. 혹시라도 매운 짬뽕을 먹고 땀을 찔끔 흘리는 그녀에게 자상하게 우유를 쥐어주는 과오는 범하지 말자. 자존심이 있어서 우유는 절대 안 먹는다니까.

중국에서 살았던 만큼 훠궈(중국식 샤브샤브)와 양꼬치도 무척 좋아한단다. 훠궈를 먹어봤다며 아는 체를 하니 김고은은 발음이 잘못됐다며 성조를 맛깔나게 살린 중국식 발음으로 교정해 주기도 했다. 훠궈의 중국식 발음은 훠!구어~!에 가까웠다.

음식에 대한 경건함이었을까. 스스로 오리지널을 추구한다는 김고은은 인천 차이나타운에 본토 방식을 살려 요리하는 집이 있다는 고급 정보도 흘려주었다. 추후에 함께 먹으러 가기로 약속했다.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⑤ 사실 김고은, 높은 곳을 좋아한다?...책도 높이 쌓아 놓고 본다

기분이 울적하거나 감정을 정리하고 싶을 때 김고은은 위로 간단다. 본인에겐 높은 곳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면서 집의 옥상, 학교의 옥상, 건물의 옥상 등 다양한 옥상의 예시를 들어주었다.

좋아한다는 책도 평소에 여러 권을 쌓아 놓고 보는 타입이란다. 알고 보니 소설 <은교> 역시 캐스팅되기 훨씬 전부터 순수한 독자로서 이미 독파한 상태였단다.

또한 사람이 많은 강남 중심부 일대는 절대 나가지 않는단다. 대신 평일의 삼청동 골목, 비오는 날 벚꽃이 막 진 길거리 감상을 좋아한다고. 배우 김고은을 만나려면 일단 각 건물의 옥상 혹은 한가한 날의 삼청동 거리 일대를 뒤지면 되겠다.

인터뷰 말미, 혹시 신변잡기로만 끝날까봐 뻔하지만 진지함을 잔뜩 담아 질문 하나를 던졌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말이다.

"이제 막 <은교>를 했잖아요. 평생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냥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많이 깨지고 그만큼 다듬어 지기도 할 각오가 돼 있어요."

자신의 내면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던 소녀는 어느새 영락없는 배우 김고은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영화 <은교>에서 은교 역의 배우 김고은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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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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