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영현 22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진행된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2> 첫 녹화에 참석한 이영현

▲ 가수 이영현 22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진행된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2> 첫 녹화에 참석한 이영현 ⓒ MBC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주말이면 빠짐없이 만났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이름은 '만나면 좋은 친구', MBC였다. 철자에 주의해야 한다. 'MB씨'가 아니라 MBC다.

이 친구는 우선 유머 감각이 넘쳤는데, 그의 웃음 코드는 특히 토요일 저녁 빛을 발했다. 그렇다고 그가 마냥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의 감수성은 주로 일요일 저녁에 만나볼 수 있었다.

<무한도전>(아래 무도)을 보며 '깔깔깔' 웃고, <나는 가수다>(아래 나가수)를 통해 가슴 뭉클했던 지난해 주말은 그렇게 '만나면 좋은 친구'와 함께해 왔다. 그 시절은 감히 MBC 주말 예능의 황금기라 불러도 될 정도로 손색없었고, MBC 예능은 한마디로 말해 소위 '잘나갔다'.

하지만, 황금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문제는 일요일을 책임지던 <나가수>였다. <나가수>에는 늘 빛과 그림자가 함께 했다. '신들의 경연'이라는 찬사 이면에는 재도전 논란, 캐스팅 논란, 고음 논란, 편집 논란, 순위조작 논란 등 끊임없이 그늘이 따라 붙었다. 각종 논란은 결국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고, 마땅한 해법이 보이지 않자 <나가수>는 '재정비' 결정과 함께 휴식기에 들어갔다.

'생방송' 카드를 들고 시즌2로 돌아온 <나가수>

 12명의 가수가 참여한 MBC <나는 가수다2>

12명의 가수가 참여한 MBC <나는 가수다2> ⓒ MBC


2011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프로그램 치고는 쓸쓸한 말미였으나, 그래도 초창기 '신드롬'으로 평가받을 당시의 <나가수>를 다시 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는 게 많은 시청자의 여론이었다.

그리고 <나가수2>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나가수>의 산파 역할을 한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가 다시 돌아왔고, '생방송'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카드를 집어 들었다는 점은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지난 29일 <나가수2>가 처음으로 전파를 탔다. 오프닝쇼 성격의 녹화방송이었지만, <나가수>를 기다린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설과 달리 잘 차려진 산해진미가 오감을 자극하는 모양새였다.

생방송에 앞서 녹화방송으로 1회를 진행한 것도 영리한 판단이었다. <나가수2> 첫 방송 이후 뜬금없이 황정음의 의상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가수들의 무대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나가수2> 이달의 가수 예선전 선정 방식

<나가수2> 이달의 가수 예선전 선정 방식 ⓒ MBC


늘어난 참여가수, 달라진 진행방식 등의 정보 전달도 충분히 이뤄졌다. 남은 것은 본격적인 생방송 경연에서 얼마만큼의 흥분과 감동을 자아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만약 첫 회 부터 생방송이 진행됐다면, 시청자는 달라진 탈락 시스템과 늘어난 가수, 그리고 생방송이라는 변수에 혼란을 느꼈을 것 같다.

<나가수2>는 어차피 마라톤이다. 처음부터 스피드를 올려버리면 후반부에 힘이 빠진다. 첫 방송을 녹화방송으로 진행하면서 시청자는 <나가수2>를 즐길 여유를 찾게 됐고, 제작진은 '홍보효과'를 누림과 동시에 생방송을 위한 준비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밥상은 차려졌다. 생방송이 전해주는 긴장감 속에서 가수들이 만들어낼 멋진 축제 한 판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시청자가 생방송 시스템에 익숙해질 만한 상황에서 꺼내들 '히든카드'만 준비돼 있다면(그것은 깜짝 캐스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나가수2>의 1년 농사는 걱정없어 보인다.

'웃음담당' <무도>는 언제쯤 돌아올까?

 2011년 8월 방송된 MBC <무한도전> 우천시 취소' 특집

2011년 8월 방송된 MBC <무한도전> 우천시 취소' 특집 ⓒ MBC


그 짧았던 황금기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 그러니까 1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수차례의 롤러코스터 행보를 계속한 <나가수>가 돌아온 지금 MBC의 상황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MBC 주말예능의 '웃음담당' <무도>가 13주째 결방되고 있는 상황은 MBC 주말 예능의 황금기를 재현하는데 있어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노조원들은 파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무도> 결방으로 20여억 원의 광고비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를 김태호 PD가 배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나가수>의 재정비 기간과 <무도> 결방이 겹쳤던 지난 몇 주간, MBC 주말 예능의 시청률은 곤두박질쳤고, 심지어 '종편 시청률',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굴욕을 당해야만 했다. 그만큼 MBC 주말예능에서 <무도>와 <나가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특히, 수년간 MBC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지켜오며 수많은 '팬덤'을 보유한 <무도>는 그야말로 대체불가였다.

비록 스폐셜 방송으로 동시간대 다른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에서는 밀리고 있지만, <무도>가 방영되던 그 시간대에 다른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노조의 파업에 맞서 외주제작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사측조차 토요일 저녁은 다른 대체재를 찾지 못한 채 <무도> 스폐셜 방송을 내보내고 있지 않은가.
무한도전 월페이퍼 "어차피 인생은 끝없는 도전인 것임에, 우리는 오늘도 세상에 무한도전"

▲ 무한도전 월페이퍼 "어차피 인생은 끝없는 도전인 것임에, 우리는 오늘도 세상에 무한도전" ⓒ MBC


김재철 사장이 언제까지 버틸지는 모르겠지만, <무도>가 이나영 특집을 위해 촬영을 재개했다는 점과 19대 국회 개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은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이다. 무엇보다 <무도> 내부적으로 언제라도 돌아올 준비는 돼 있다는 뜻이고, 야당에서도 현 정권의 언론장악에 대해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과반의석에는 못 미치지만 18대보다 규모가 커진 19대 야당의 요구가 계속되고, <무도>의 정상 방영을 바라는 시청자와 국민들의 여론이 MBC 노조에 힘을 계속 실어준다면 <무도> '컴백'도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김재철 사장, "잘 나갔다"는 칭찬 들을 수 있을까?

어쨌든, 절치부심한 <나가수>는 시즌2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남은 것은 <무도>다. MBC 주말 예능의 황금기를 재현하는데 있어 <무도>와 <나가수>는 최고의 조합이자, 최선의 선택이다.

한때 '잘나갔던' MBC 주말 예능을 위해 김재철 사장이 결단을 내려주면 고마운 일이다. 비록 떠나야할 때를 알고 떠나지 못해 그 뒷모습이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한마디 칭찬쯤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잘 나갔다"고.

일요일 저녁 <나가수2>도 좋지만, 그에 앞서 토요일 저녁 <무도>를 보고 싶다. 돌아온 <나가수>를 보니 <무도>가 더욱 그립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카루스의 추락(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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