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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노래로 순위를 매긴 뒤, 가장 낮은 순위를 부여받은 한 명씩 탈락시키는 포맷이다. '신들의 전쟁'이라고 애써 아름답게만 포장하기엔, 가뜩이나 순위와 생존 경쟁에서 얽매이는 우리 사회가 끝내 가수들마저 신자유주의의 한 복판으로 밀어 넣은 것 같은 죄책감과 불쾌감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우려했던 대로 가수들을 일렬로 줄을 세워, 생존과 탈락이란 일희일비로 모욕감을 주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이란 불손함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나,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최고 가수들이 긴장하는 모습과, 온 힘을 다하는 가수들의 숨 막히는 향연. 1등을 한 가수는 물론, 심지어 아쉽게 탈락하는 가수들 모두 박수받는 희한한 풍경. 무엇보다도 아이돌에 밀려 한동안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실력파 뮤지션들이 재조명받는 고귀한 순기능에 시청자들은 <나가수>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냈고, 방송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파급하는 일종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워낙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프로그램이기에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아무래도 7명 중 누군가 한 명은 '잔인하게' 탈락시켜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생기는 필연적인 결과였다. 시청자와는 괴리된 '청중평가단'의 감동이 이른바 '막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막귀논란'은 현장에서 경연을 지켜본 청중평가단의 평가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비아냥에서 출발했다. 상대적으로 성량이 풍부하고 고음을 질러야 높은 순위를 받고 살아남는다는 일종의 악순환이 <나가수>를 향한 기대치를 점점 떨어트리는 함정으로 전락해버렸다.

애초 가수의 노래가 메인이 되는 <나가수>에 있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탈락이니 순위 또한 요즘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악을 통한 감동을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허나 가수들의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수단의 압박이 '본질'을 훌쩍 뛰어넘는 순간, <나가수>는 자연 몇몇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살아남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절박함만 남았다.

결국, 재정비를 이유로 오랜 휴식 끝에 <나는가수다2>로 돌아왔지만, 영 시기가 좋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나가수2>가 방영하고 있는 MBC는 장기 파업 중이고, 연출을 맡고있는 김영희PD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태다. 외부 인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차질 없는 방송을 하겠다고 하나, 시즌1처럼 녹화 방송도 아니고 생방송을 문제없이 잘해낼 수 있을까 또한 의문이다.

그럼에도 <나가수2>가 굳이 어려운 생방송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나가수>를 침체시킨 일종의 '막귀 논란'을 극복하고, 보다 많은 대중들의 취향을 수렴해 애초 의도 했던 대로 보다 다양한 음악적 색깔이 공존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것. 그것은 <나가수> 제작진뿐만 아니라, 다수의 시청자들이 <나가수>에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가수> 제작진은 생방송 이외에도, 시청자 투표를 적극 반영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다만 지난 29일 방영한 <나가수2> 오프닝 무대는 생방송이 아니라, 녹화였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모니터 평가단으로 청중 평가단의 평가에서 비롯된 한계를 최소화하고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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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1>의 '성량이 풍부하고 지르는 창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 

하지만 오프닝 무대로 새 시작의 포문을 연 <나가수2>는 여전히 '성량이 풍부하고 지르는 창법'이 주목받는 시즌1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한 아쉬움을 보여준다. 그러나 청중평가단이 선정한 가장 기대되는 가수 1위와 모니터 평가단이 선정한 1위가 다르다는 점은 앞으로 시작될 시청자 투표가 더욱 폭넓고 다양한 평가가 반영될 수도 있다는 위안을 준다.

반면 여전히 평가에서 드러나는 약간의 문제점에도 이를 상쇄시킨 것은 순위 그 자체보다 자신의 확고한 음악적 개성을 드러내고자 한 가수들의 태도였다. 이미 <나가수>를 경험해보고, 유심히 지켜본 그들은 어떤 음악이 <나가수> 청중평가단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마 그들도 본격적으로 경연이 진행되면, 자신의 본래 스타일이 아닌 청중평가단의 귀를 단박에 사로잡는 편곡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긴 하다.

하지만 아직은 순위와 탈락에서 자유로운 오프닝 무대라는 것이 가수들을 마음 놓고 오직 자신들의 평소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하였고, 오히려 순위보다 음악만으로 감동할 수 있었던 초창기 <나가수>를 보는듯한 감흥을 안겨준다.

가수는 5명 늘어난 대신, 각개 개성이 뚜렷한 뮤지션을 섭외하여 <나가수>가 이루지 못했던 음악적 다양성을 꽤 하고자 하는 <나가수2>. 일단 5월 6일 '죽음의 조'라고도 불리는 A조 예선을 시작으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순위와 탈락의 역효과를 줄이고 대신 음악을 앞세우고자 하는 김영희PD의 새로운 도전은 긍정적이다.

오프닝만으로 작년 3월 <나가수> 초창기 때 느꼈던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데 성공한 <나가수2>. <나가수> 이후 진정한 음악에 목이 말랐던 대중들로서는 2012년에도 꿀맛 같은 오아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큼 큰 행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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