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특별기획드라마 <무신>에서 갑이 역의 배우 진선규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방문,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특별기획드라마 <무신>에서 갑이 역의 배우 진선규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방문,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배우 진선규. MBC 주말드라마 <무신>의 시청자라면 김준(김주혁 분)의 곁을 지키는 '갑이'로 더 익숙한 인물이다. 한예종 출신으로 연극계에선 베테랑 중 베테랑인 그는 2010년 MBC <로드 넘버원>으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관객의 시선을 받는 것에 익숙했던 그가 오롯이 카메라 한 대에 자신을 내보이려는 것은 어찌 보면 도전이었다.

시작은 그저 '죽으러 간 셈'이었다. "전쟁 드라마니까 '죽는 역'이 많다는데, 오디션을 한 번 봐라"는 한 선배의 권유에 덜컥 오디션을 봤고, 연출자인 김진민 PD가 그의 연기가 좋다며 고만용 역을 맡기면서 일이 커졌다. 그리고 "한 번도 (TV 드라마를) 안 해본 신인을 그렇게 써주신 것도 감사했다"는 진선규는 무거운 극에서 웃음을 선사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무신>의 김진민 PD는 2년 전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 오디션을 봤다. 김진민 PD와 머리를 맞대고 등장하는 인물을 찬찬히 살피다가, '딱 맞는 옷'을 발견했다. 김준과 노예 시절부터 만나 그와 함께하는 인물. 그렇게 진선규는 '갑이'로 살게 됐다.

"<무신> 속 갑이, 진취적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려는 사람"

 MBC특별기획드라마 <무신>에서 갑이 역의 배우 진선규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방문,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무신> 속 갑이에게 더해주고 싶은 것으로, 그는 '러브라인'을 꼽았다. "주혁이 형과 이야기를 했는데, '오래 형 옆에 붙어 있으려면 전쟁보다는 러브라인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더니 '생길지도 모르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다들 짝이 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네요." ⓒ 이정민


일단 <무신>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극의 특성상 배우들은 연기 말고도 갖가지 고충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바로 '계절' 그 자체다. 옷이라는 것이 겨울엔 따뜻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입어야 하는데 드라마 속에서는 배역에 따라 의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해 11월 말에 첫 촬영이었는데, 그 날이 유독 추웠어요. 노예니까 옷도 그렇고 신발도 제대로 없는데, '어떻게 겨울을 나지'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젠 또 날이 따뜻해져서…. 신분이 상승해서 갑옷을 입는데, 처음에 갑옷을 입어보니 덥더라고요. 게다가 색깔까지 검은색이야(웃음). 추울 땐 덜덜 떨면서 따뜻해지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제 또 겨울이 그립네요."

사극에선 단골로 등장하는 '말 타기'도 배우들에겐 또 하나의 숙제다. 멋있게 말을 타고 질주하는 모습만 찍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규모 전투 신에서 말을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이라도 촬영하게 되면 고생은 배가 된다. 그런데 <무신>은 드라마 초반 하이라이트로 격구 신을 넣었다. 한 신 정도가 아니라 몇 회 분량이었다.

"감독님께서 갑이가 정말 말을 잘 타야 하는 역할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전부터 하루 6~7시간씩 말을 탔는데…정말 죽기 살기로 배웠어요.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 하체에 힘을 줘서 내내 근육이 뭉친 상태였다니까요. 이제는 편해요. 한 달 반 정도를 오전 6시 반부터 해질 때까지 말 위에 있으니까, 이제 남들보다 말 타는 연기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격구 촬영도, 배우보다 말이 더 힘들었을 거예요. 우리는 말이라도 듣지, 말들은 고삐로 신호를 받잖아요. 말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또 생각대로 안 움직여 주니까, 촬영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격구 촬영이 끝나는 날 모든 액션배우들과 주혁이 형이 환호에 차서 막 사진도 찍고 그랬어요. 겨우 8부 찍어놓고 무슨 쫑파티 하는 것처럼, 종영 분위기였다니까요. (웃음)"

 MBC특별기획드라마 <무신>에서 갑이 역의 배우 진선규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방문,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선규는 최근 촬영을 끝낸 영화 <아부의 왕>에서 모습을 비춘다. "기자 1 역할이에요. 현장에선 '엔딩기자'라고 하는데, 거의 끝무렵에 특종을 보도하거든요. 저번에 쫑파티를 했는데 '잘 했다'는 칭찬을 들었어요." ⓒ 이정민


항간에선 갑이를 두고 후에 김준의 동생인 김충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김준과 도원결의를 맺고 그를 '형님'이라 부르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무신> 시놉시스에서 갑이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인물이다. 그래서 진선규는 스스로 인물의 배경을 상상했다고 전했다.

"김준의 아버지가 만적의 난에 참여했잖아요. 갑이도 그 난에 참여했던 노예 출신의 아버지가 있었고, 어떻게든 싸움에서 살아남으려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것이라 설정했어요. 그래서 싸움을 잘 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사람인 거죠. 그렇다고 악이 받친 사람이 아니라, 진취적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려는 사람 같아요."

"계속 연기하고 있으면 언젠간 '좋은 배우'라 인정받지 않을까"

전쟁드라마인 <로드 넘버원>에 사극 <무신>까지, 진선규는 브라운관 데뷔 후 고생을 거듭하고 있지만 촬영장에서만큼은 즐겁게 지내고 있다. "무언가를 할 때, 함께 즐겁게 하는 게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본을 한 번 보고, 그걸 앞의 사람에게 이야기하면서 외운다"는 그는 "일단 여러 버전을 만들어 놓고 상대방과 (대본을) 맞춰볼 때에 '이게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것은 그가 연기를 처음 시작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고등학교 때 친구 따라서 극단엘 놀러 간 적이 있어요. 붕어빵을 먹으면서 뭔가 옹기종기하게 놀고 있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 따뜻한 분위기 때문에 그 때부터 연기를 가르쳐 달라고 했죠. 연기를 배우면서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 즐거웠어요. 그러다 보니까 배우가 천직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그 전까진 체대에 가서 선생님이 되려 했거든요.

그때, 처음에 따뜻하게 사람들과 놀이하듯 연기했던 그 마음이 지금도 있어요. 그래서 대본도 혼자 외우지 않으려는 거고, 분위기가 밝지 않으면 마음이 안 좋아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연기를 하겠어요. 그래서 (연기를 하면) 사람들과 어서 친해지려고 해요. 더 가까워져야지만 나에게 편한 공간이 되는 거고, 그래야 연기도 즐거워지는 거니까요."

 MBC특별기획드라마 <무신>에서 갑이 역의 배우 진선규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방문,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MBC특별기획드라마 <무신>에서 갑이 역의 배우 진선규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방문,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만능 배우'일것만 같은 진선규에게 '피하고 싶은 배역을 물었다. "배우가 어떤 역할이든 잘 해야 하는데, 제가 경상도 남자라 그런가 약간 여성적인 느낌으로 표현해야 하는 역할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두려움이 약간 있어요. 그런데 한 번 해 보니 할 만 하더라고요. (웃음)" ⓒ 이정민


<무신>에선 같이 촬영하는 신이 많은 배우 김주혁이 도움을 많이 준다. 카메라에 익숙지 않은 그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들려준 것도 김주혁이다. 진선규는 김주혁을 두고 "정말 형 같은 느낌"이라며 "진중하지만 무겁기만 한 사람은 아니고,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장난꾸러기 같고 골목대장 같은 사람"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원래 꿈대로 선생님이 되었다면 지금쯤 안정적인 삶을 살 수도 있었을 법하다. 하지만 진선규는 "후회하지 않는다"며 "아직도 공부해야 할 것이 많고, 연기로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살아보며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새롭게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익숙해지는 것도 배우로서의 목표 중 하나다. 그는 "아직 브라운관에 나오는 내 얼굴과 목소리가 익숙하지 않은데, 주혁이 형도 '아직 나도 내 연기를 보면 이상하다'고 말하며 그게 없어지는 때가 올 것이라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좋은 배우가 뭔지 모르겠어요. 돈을 많이 버는 배우? 연기를 잘 하는 배우? 죽을 때까지, 제가 대사를 못 외울 때까지 그 의문을 풀어나가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냥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계속 하고 있으면 언젠간 남들이 '좋은 배우'라고 인정해 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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