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대호가 타석에서 공을 기다리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겨울 적당한 몸무게인 127kg까지 살을 빼 날씬해졌다.

오릭스 이대호가 타석에서 공을 기다리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겨울 적당한 몸무게인 127kg까지 살을 빼 날씬해졌다. ⓒ SBS CNBC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 내야수 이대호(30)가 시즌 초반 고전하고 있다. 이대호는 정규시즌 12경기에 출전해 홈런 없이 3타점, 타율 0.222(45타수 10안타)를 기록 중이다. 타율 순위는 오릭스가 속한 퍼시픽리그의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가운데 거의 꼴찌에 가까운 공동 27위다.

2루타 이상의 장타는 단 한 번도 없어 장타율이 타율과 같은 0.222다. 볼넷은 5개를 얻어 팀 타자들 가운데 가장 많지만 타율이 낮아 출루율은 0.300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였던 이대호에게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이대호는 시즌 개막 이래 큰 스윙을 하지 않았다. 공을 멀리 보내기보다 방망이에 맞추는 데 더 신경을 쓰면서 신중하게 나서고 있다. 제대로 상대해본 경험이 없는 일본 투수들에 대해 자신만의 적응기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아직 홈런이 없다. 그 사이 팀 동료인 T-오카다와 고토 미쓰타카는 홈런을 한 개씩 때렸다. 4번 타자로 나서는 이대호는 홈런은 물론 장타도 없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주위에서 조금씩 성적에 대한 압박을 할 시점이 됐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 타자'... 기대가 큰 오릭스

올해 이대호는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서 뛰고 있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뛸 때는 한국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간판타자였다. 그러나 올해는 한국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서 오릭스가 영입한 외국인 선수 신분이다. 모든 외국인 선수가 그렇듯 부진이 길어지면 비난의 강도가 세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릭스가 이대호를 상당히 많은 돈을 안겨주면서 영입했다는 점이다. 어느 리그나 몸값이 비싼 외국인 선수는 구단이 더 신중히 대접한다.

오릭스는 지난해 12월 6일 이대호와 2년간 7억6000만 엔(약 106억 원)에 계약했다. 동갑내기인 한화 이글스 내야수 김태균(30)이 2009년 11월 지바 롯데 마린스와 3년간 5억5000만 엔(약 78억 원)에 계약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돈이다.

오릭스가 이대호에게 높은 연봉을 지급한 건 그만큼 기대가 커서다. 오릭스는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한 내야수 이승엽(36)과 계약을 이어가는 대신 이대호에게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보다 젊고 약점도 그다지 많지 않은 이대호가 더 나은 대안이라고 본 것이다.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이 선수를 믿는 성향이라는 점은 이대호의 적응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카다 감독은 오릭스 1년 선배인 이승엽이 부진할 때 끝까지 신뢰를 보내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본에서 외국인 선수를 믿는 지도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오릭스 구단도 한국 선수에 대한 대접이 남다르다.

지난겨울 13킬로그램 감량...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오릭스 이대호는 지난해까지 롯데의 간판타자였다. 올해는 오릭스의 4번 타자로 시즌을 시작했다.

오릭스 이대호는 지난해까지 롯데의 간판타자였다. 올해는 오릭스의 4번 타자로 시즌을 시작했다. ⓒ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지난겨울 일본 무대 정복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몸무게를 뺀 게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이대호는 지난해 오른 발목에 통증을 느껴 훈련에 지장이 생기면서 몸무게가 무려 140kg을 넘어섰다. 키가 194cm라고 해도 지나친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127kg까지 살을 빼 배가 쏙 들어갔다. 유독 살이 잘 찌는 체질인 그가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대호는 타고난 타격 재능을 갖췄다. 2010년 보여준 타격 7관왕 기록은 노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성과다. 올해는 여기에 엄청난 노력까지 더해졌다. 부진이 지나치게 길어지진 않을 거란 예상을 그래서 할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지난해부터 반발력이 낮은 통일구를 쓰고 있다. '날지 않는 공'이라고 불리는 통일구로 장타가 크게 줄었다. 특히 홈런이 매우 뜸해졌다. 2010년 1605개였던 일본 프로야구 홈런 수는 이듬해 통일구를 쓰면서 939개로 41.5%나 줄었다. 퍼시픽리그에선 12개 홈런을 때린 선수 4명이 이 부문 공동 9위로 10위권에 들 정도였다. 올해도 홈런 가뭄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3년간 롯데에서 연평균 30개가 넘는 99홈런을 때렸다. 하지만 올해는 무대가 달라져 30개 이상 홈런을 기록하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삼성에서 56홈런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던 이승엽은 다음해 지바 롯데에서 14홈런을 날리는 데 그쳤다. 일본 무대가 그만큼 만만치 않다는 증거다.

이대호는 더디긴 하지만 조금씩 일본 무대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부산 사나이 특유의 무덤덤한 성격이 낯선 환경에서 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 서서히 대포를 가동할 시점이 됐다. 이대호는 17일부터 19일까지 홈구장인 교세라돔에서 열리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3연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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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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