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 내한 공연 반대운동이 일어나고 있군요. 이번엔 기독교 탈레반들. 레이디 가가가 사탄을 숭배하고, 그녀가 방문한 나라는 동성애가 합법화됐기 때문이랍니다. 동성애 불법화한 정권이 있었죠. 히틀러라고.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은 최소한 50%는 맞습니다. 예수 잘못 믿으면 머리에 히로뽕 맞은 상태가 됩니다."

진중권 교수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unheim)에 올린 글이다. 그리고 결국 진중권 교수의 독설대로 내한 공연 반대운동은 현실에 영향을 미쳤다. 4월 27일로 예정된 레이디 가가 내한공연에는 버젓이 '18금 딱지'가 붙었다.

 일부 기독교 단체들에 의해 '사탄' 논란에 휩싸인 레이디 가가

일부 기독교 단체들에 의해 '사탄' 논란에 휩싸인 레이디 가가 ⓒ google.com


레이디 가가 '18금 딱지' 소식에 SNS도 '소름의 물결'

공연 주관사 현대카드는 30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지난 22일 레이디 가가 내한 공연을 만 18세 이상(1994년 4월 27일 이전 출생자) 관람가로 분류했다"며 "레이디 가가 노래와 공연의 선정성이 지적을 받았다. 이미 티켓을 구매한 미성년자 예매자들에게는 (티켓값을) 전액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SNS 상에서의 논란도 불이 붙었다.

"서울 시내 곳곳에 버젓이 성매매하는 업소들이 즐비한데, 레이디 가가 공연의 선정성 운운은 낯간지럽다." (@tak0518 탁현민 교수)

"레이디 가가 18세 유해 판정. 우리나라도 정말 갈 길이 먼 것 같다. 기도 열심히 해서 내한 취소하자는 글들 보고 소름 끼쳤다, 무서워서." (@hyeinjeon_XXX)

"현대카드는 레이디 가가라는 악마를 한국에 불러오는구나." (@WeliveinDrXXX)

이 같은 판정은 일부 개신교 단체들과 신도들이 레이디 가가 내한 반대운동을 거세게 진행하면서 영등위 등급 판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지난 19일 한국교회언론회 측에서 내놓은 '레이디 가가 한국공연의 문제점' 자료 중 일부다. 

 한국교회언론회가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사탄' 레이디 가가의 증거 자료들

한국교회언론회가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사탄' 레이디 가가의 증거 자료들 ⓒ 한국교회언론회 홈페이지 캡처


"가가가 공연하는 국가는 동성애 허용 법안이 쉽게 통과된다" 

"레이디 가가는 공연 중에 기독교를 비하하고, 기독교인들을 조소하는가 하면, 관객들을 향해서 함께 지옥으로 가자고 권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사탄의 전략 중 하나이다. 레이디 가가가 공연하면 그가 공연했던 국가마다 동성애를 허용하는 법안 통과가 쉽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녀는 2009년 8월 이후 두 번째 한국 공연인데 첫 번째 공연이었던 2009년 하반기 이후, 국내 동성애 허용에 대한 요청이 거셌던 것을 기억한다. 또 2010년 SBS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 무산되었던 법무부의 동성애차별금지법안의 재검토가 있었고, 이어 2011년 3월 군동성애허용법안에 대한 논쟁, 그리고 얼마 전 학생인권조례안 통과까지 연이어지는 동성애가 우리 사회 화두가 되었다.

이번 공연의 주제가 'The Born This Way Ball'로, 2011년 5월에 발매되어 6백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Born This Way' 앨범 발매 이후 펼쳐지는 첫 월드투어 공연이다. 이번 행사의 주최와 주관은 현대카드사이다.

이에 대하여 한국교회의 대응과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즉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동성애와 음란문화에 물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우상숭배에 동참하는 꼴이 되는 공연에 참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어둠과 죽음의 영으로 미혹하는 사탄의 궤계를 물리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2012년 대한민국 대중문화계의 한 풍경

 오는 4월, 한국 공연 예정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

오는 4월, 한국 공연 예정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 ⓒ 현대카드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다. 2009년에는 중학생도 볼 수 있는 공연이 2012년에 '18금'으로 둔갑하는 현실 말이다. 도대체 레이디 가가는 3년 새에 더 야해지고, 더 선정적인 가수로 변신이라도 했단 말일까.

지난 22일 등급 판정 이후 현대카드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럴 것이 2009년 예로 등급 판정에 별 무리가 없어 보였기에 청소년들에게까지 예매를 허용했던 터다. 더욱이 레이디 가가의 이번 내한공연은 2012년 월드 투어의 첫 공연이기도 하다.

레이디 가가 측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해외 아티스트의 공연에 청소년 유해 판정이 적용된 사례는 2005년 마릴린 맨슨의 내한 공연 이후 7년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회언론회의 동성애 혐오는 이번만이 아니다. 2010년 <인생은 아름다워> 방송시에도 "동성애는 개인의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문제도 안고 있다"며 "AIDS와 같은 중병에 걸릴 확률이 700배 이상 높다는 것과 출산율 저하 증대로 사회 산업 인력의 감소,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한 부정적 환경을 조장하게 된다"고 주장했었다.

또 당시에도 "이제라도 교회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분명한 가르침을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하여 성경적 가르침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적극적인 교육으로 기독교이나 청소년들이 동성애의 유혹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한국기독교신앙실천협의회, 한국세계선교협의회 등과 함께 SBS 시청거부 운동 및 광고 안내기 운동을 펼친 바 있다.

영등위 결정도 시대착오적 '자가당착'

레이디 가가의 퍼포먼스와 음악은 포스트모던이란 범주에 속하는 대중예술 영역이다. 굳이 '표현의 자유'를 운운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만약 레이디 가가의 공연이 유독 선정적이라 해도 영등위의 이번 결정은 2009년의 등급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다. 평소 보수적인 잣대로 비판을 받아 왔던 영등위가 기독교 단체의 압박에 쉽게 '백기투항'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일부 기독교 단체들의 '사탄' 운운하는 압박에 심의의 잣대가 흔들리는 현실. 2012년 대한민국 대중문화계의 현 풍경이다. 

레이디 가가 현대카드 영등위 기독교 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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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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