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운 역의 송재림이 1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송재림 송재림이 들려주는 <해품달> 오디션 이야기 "처음엔 내 작품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전체 오디션을 할때, <꽃미남 라면가게> 제작발표회 때문에 못 갔거든요. 아쉬움이 남아서 다시 찾아갔지만 오디션을 못 봤는데, 다행히 한 번 더 기회가 있었죠." ⓒ 이정민



"사실 제 나이 또래의 삶이 핑크빛이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저희 세대를 일컬어 '88만원 세대'라 부르기도 하고, 또 주변의 많은 것들이 급변하는 시기죠. 그래서 더욱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송재림은 <해를 품은 달> 오디션을 보기 전까지 스스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그는 꽤 잘 나가는 모델이었다. 숱한 톱스타들과 화보를 찍었고, CF와 뮤직비디오에도 얼굴을 비쳤다. 하지만 일면 화려해 보이는 생활 속에서 정작 송재림이 고민했던 것은 '나는 누구인가'였단다.

"나는 어떤 걸 표현할 수 있나, 내가 뭘 잘할 수 있나, 나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나"라는 생각에 천착하던 시절. "나 하나 추스르기도 바쁘다는 생각으로 혼자만 지내던" 시절. '28살 송재림'을 고민하며 자기 안에 침잠하던 나날을 거치고, 송재림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출발선에 섰다. "세상에 나를 보여주려 한다"는 단단한 목표와 함께 말이다.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운 역의 송재림이 1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송재림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보면, 정신이 낙타에서 사자로, 그리고 아기로 변해요. 저는 그동안 자라오면서 억눌려왔던 걸 이제 세상에 표현하기 시작했으니까, '새끼 사자' 쯤이 된 것 아닐까요? (웃음)" ⓒ 이정민


"지금은 억눌렸던 스스로를 표현하는 중...나를 더 드러내고 싶다"

- 질문 하나에 키워드 하나, 각각의 일문일답 먼저, '공돌이'. 막연히 연예 활동과 관련된 대학을 다닐 줄 알았는데, 공대생이다. 원래부터 공학도를 꿈꿨나.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이과였다. 그런데 고3때 떼를 써서 문과로 바꿨다. 사실 도저히 수2를 못 따라가겠어서였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도 잘 몰랐던 것 같다.

지금은 '프리랜서'도 일종의 직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당시 나에겐 학교에서 나눠주는 책자에 써 있는 직업군이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의 전부였다. 결국 그렇게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문과로) 수능을 봤고, 교차지원이 가능한 곳을 갔는데, 대학 1학년 생활을 해보니 또 수학이...(웃음)"

- 모델. 그렇게 대학 1학년을 마치고 모델 일을 했고, 또 지금은 연기자가 됐다. 원래부터 무대 위에서의 생활을 꿈꿨나.
"자라면서 '겸손이 최고의 미덕'이라 배웠고, 나를 너무 많이 드러내지 않도록 교육을 받았다. 대학 진학 즈음 '다른 사람들 눈엔 내가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자의식이 커갔던 것 같다. 그 후 집을 떠나 생활하면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모델일도 그 때 처음 하게 됐다.

사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고 있었는데, 모델을 하며 (지금까지) 꿈 주변에 맴돌며 산 셈이다. 그래서 모델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연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도 별다른 (내적) 갈등은 없었다. 갈등보단 연기에 대한 갈증이 더 컸다."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운 역의 송재림이 1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송재림 "배우 최민수나 제임스 딘이 '터프가이', '청춘'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저도 하나의 키워드로 불리고 싶어요. 한정적이지 않으면서도 나라는 색깔이 확실한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 이정민


- 나쁜 남자. 과거 이야기를 꺼낸 김에, 하나 더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2NE1 뮤직비디오에서 씨엘의 남자친구 역할로 출연했는데, 당시 씨엘을 때리는 장면이 크게 회자된 적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이 자리에서 말해야겠다(웃음). 그냥 연기였다. 씨엘 양이 주인공이니까, 내가 더 나쁘게 굴고 세게 때려야 (씨엘에게) 동정표가 가지 않나. 발로 차는 장면도 실제로 때린 게 아니라 아스팔트를 발로 찬 거였다. 차는 시늉만 하면 아무래도 리얼리티가 안 사니까. 발은 발대로 아팠는데, 욕은 욕대로 먹고...촬영장 분위기? 정말 화기애애했다."

- 연기자. 연기자로 살아가는 이상, 앞에서 말했던 대로 작품 속 모습 때문에 오해를 받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아무래도 사생활에 제약도 있을 테고. 그럼에도 연기자로 살아가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보면, 정신이 낙타에서 사자가 되고 마지막엔 어린아이로 변한다. 억압받고 자신을 숨기다가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게 되고, 마지막엔 모든 것에 초연해진다는 의미다. 나도 자라오면서 억눌려왔던 스스로를 세상에 표현하게 된 것 같다. 낙타에서 사자의 단계로 막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 나를 더 드러내고, 더 표현하고 싶다.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건 당연하고."

- 진지남. 마치 철학 강의라도 듣는 것 같다. 제작발표회 때도 그렇고, 인터뷰에서도 느낀 건데 참 진중해 보인다. 송재림이 생각하는 송재림은 정말 진지남인가.
"분명 내면에는 진중함과 묵직함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가끔은 웃기고. 즐거운 것도 좋아한다. 그런데 일우는 '형이 너무 무덤덤하게 웃긴 얘기를 하는 게 웃긴다'고 말한다(웃음). 그게 연기 성향에도 드러난다.

나중에 판타지적인 드라마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단, 너무 현실적이라서 오히려 위로가 되는 연기를 하고 싶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재벌 2세 같은 역할은 사양이라는 의미?'냐고 묻자) 아니, 하긴 할 거다. '하고 싶은 것만 하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다."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운 역의 송재림이 1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송재림 '28살 송재림'을 고민하며 자기 안에 침잠하던 나날을 거치고, 송재림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출발선에 섰다. 유명 모델의 생활을 접고 시작한 연기자 생활. <꽃미남 라면가게>와 <해를 품은 달>을 통해 그는 얼굴을 제대로 알렸다. ⓒ 이정민


- 버킷 리스트. 죽기 전까지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 질문에서 송재림은 한참을 고민했다) 음...UN지정 공식 언어 5개를 다 배우는 게 꿈이다. 영어를 비롯해 프랑스어·스페인어·러시아어·중국어가 포함된다고 알고 있다. (최근 아랍어가 UN지정 공식 언어에 추가됐다) 그래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현지 사람들 사이에 녹아드는 생활을 해 보고 싶다. 돈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건 아니다. 코스모폴리탄(우주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싶다고 해야 하나. 죽기 전엔 뭔들 못 해보겠나."

- 로망. 마지막 질문이다. 연기자 송재림으로서의 '로망'은 무엇인가.
"배우 최민수를 생각하면 뭐가 떠오르나. 제임스 딘은? 그들이 '터프가이', '청춘'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나도 하나의 키워드로 불리고 싶다. '송재림'이라고 했을 때, 특정한 느낌 같은 게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도록 말이다. 아직 그 느낌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니 찾아가야겠지만, 언젠가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정적이지 않으면서도 나라는 색깔이 확실한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송재림 해를 품은 달 최민수 씨엘 정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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