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월페이퍼 "어차피 인생은 끝없는 도전인 것임에, 우리는 오늘도 세상에 무한도전"

▲ 무한도전 월페이퍼 "어차피 인생은 끝없는 도전인 것임에, 우리는 오늘도 세상에 무한도전" ⓒ MBC


또 목요일입니다. 또 토요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무한도전> 방송 소식이 어디서도 들리지 않습니다. 어느새 9주 째로 접어듭니다. '다시 보기'로 갈증을 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듯 합니다.

그동안 '금단 증상'을 해소하려고 나름 노력했어요. '무한상사 종무식&새해인사 편' 윷놀이에서 처음 누가 무엇을 던졌는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나름 가수다' 편 방청객 얼굴까지 외울 정도입니다. 뿐인가요? '김수로 역몰카 편', 전설의 '이경규 아하 게임 편'까지 몇 년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닌 듯 합니다. 포털 연관 검색어만 봐도 '무한도전 결방 언제까지', 특히 '무한도전 재밌는편', 이 말에서 '동료애'를 느끼며 한편 가슴이 싸-했습니다. 그럼에도 '하하 vs 홍철' 그 다음 대결을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요.

'오버'하지 말라고요? <무모한 도전>이 2005년 4월부터 방영됐으니, 햇수로 7년이 다 돼 갑니다. <무도>팬에게는 분명히 '생활'이자, 중요한 '낙'이었다는 말입니다. 조기 축구 애호가라면, 축구를 두 달 넘게 못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하하 말대로 이거 '미추어 버리겠네' 아니겠습니까.

 MBC노조 파업 26일째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이진숙 홍보국장과 함께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MBC사옥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 ⓒ 유성호


당신이 우리 회사 사장이라면...답은 나옵니다

그래도 MBC 파업 지지합니다. 작년 연초에 '연말정산 뒤끝공제' 특집에서 김어준 총수가 말했던 그대로 "얼마든지 기다려 줄 용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9주 째로 접어드니 화가 뻗친다는 말입니다. 생활의 중요한 낙을 내가 왜 이렇게 뺏겨야 하는지, '과녁'을 분명히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 그 '과녁'은 김재철 사장입니다. 그렇다고 무슨 공정보도, 언론자유, 이런 이야기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다른 곳에 맡겨도 충분하니까요. 그냥 단순하게요, 김재철 사장을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 사장이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보수든 진보든, '퍼랭이든, 빨갱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딱 두 가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 볼까요. 첫째, 우리 회사 사장이 2년 동안 법인카드를 긁은 회사 공금이 무려 7억원에 가깝다, 그 대부분이 화장품, 명품가방, 목걸이 등 사적 사용으로 의심된다, 납득할 만한 해명도 부족하다, 저, 당장 머리띠 두르겠습니다.

게다가 주말이나 공휴일에 사용한 호텔 결제 건수가 98건이나 되고, 그 금액만 1억5천만원, 이거 역시 '뚜껑' 열리는 일 아닙니까. 내 월급이 얼마고, 야근을 밥먹듯 하는데...어떻게 이런 '호텔왕'을 모실 수 있겠습니까. 당신 나가라!, 당장 파업이죠.

 <무한도전>의 재도약을 예고했던 2010 '무한도전 연말정산' 편

<무한도전>의 재도약을 예고했던 2010 '무한도전 연말정산' 편 ⓒ MBC


MBC 파업 때문에 <무도>를 못 보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 '뭐라뭐라' 했더니만, 이 양반이 회사 모든 사원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계약직 인력 대거 채용하고 나옵니다. 내 '밥그릇'까지 없애려고 덤벼드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먹여 살리는' 가족들까지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결사항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MBC 파업 때문에 <무한도전>을 못 보는 것이 아니다, 김재철 사장 때문에 <무한도전>을 못 보는 것이다! 왜냐, 이 정도 '뽀록' 났으면, 모양새 잘 정리해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정상이니까요.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 저 모양새가 확실히 비정상이니까요.

그런데 얼씨구, 어제(28일), 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더군요. MBC 사장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이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고 합니다. 덕분에 아주 중요한 선례 만들어졌습니다. MBC 사장은 예산 규모가 훨씬 큰 서울시장보다도 법인카드 많이 긁어도 된다!

이렇게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다 보니까, 일각에서는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는 모양입니다. MBC 없이 총선을 치르는 게 득이 된다, 이것이 '청와대의 의지'다. 만약 그렇다면 김재철 사장님, 당신의 이름은 분명히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MBC를 권력에 바친 '호텔왕'으로 말입니다.

당신의 도전, 그것은 결코 '무한도전'이 아닙니다

그걸 원하십니까. 그 대신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뭐 그리 크겠습니까. 또 뭐 그리 길겠습니까. 세상에 못 믿을 게 바로 권력 아닙니까. 그것은 결코 '무한도전'이 아닙니다. 끝이 뻔한 '유한도전'입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자신의 이름을 소중히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당신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 호랑이가 아니지 않습니까.

김재철 사장님, 다시 금요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제 결정으로 방문진은 이미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부정했습니다. 당신의 인사권은 이제 국민의 손으로 넘어올 것입니다. 시청자들의 인내, 그 '임계점'에 육박하고 있으니까요. 김재철 사장님, <무도> 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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