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가 4일 첫 생방송을 시작했다. 생방송에 진출한 Top 10이 무대 위에 섰다. (왼쪽부터) 백지웅·백아연·박지민·이승훈·이미쉘·이하이·이정미·윤현상·김나윤·박제형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가 4일 첫 생방송을 시작했다. 생방송에 진출한 Top 10이 무대 위에 섰다. (왼쪽부터) 백지웅·백아연·박지민·이승훈·이미쉘·이하이·이정미·윤현상·김나윤·박제형ⓒ SBS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TV를 지배한 시대다. 언제부터인가 이 말을 꺼내는 것조차 지겨운 일이 됐다. 현재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2>, SBS < K팝 스타 >, KBS 2TV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 Mnet <보이스 코리아>, JTBC <메이드인유> 등이 방영 중인 데 이어 KBS Joy <글로벌 슈퍼 아이돌>, KBS 2TV <톱밴드2>, Mnet <슈퍼스타K4>가 추가로 방영을 앞두고 있다. 23일 tvN에서는 <슈퍼디바>라는 여성 전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새로 방영됐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남발에 따른 대중들의 피로감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가수 지망생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렇다. 오죽하면 한 포털사이트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오디션 프로그램 지겨워'가 나올까.

그래도 방송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청자가 아무리 지겨워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멈추지 않고 쏟아진다. 왜일까. 일선 프로듀서와 국장급 책임자들이 둔해서? 사실 그들만큼 대중의 반응에 민감한 사람은 없다. 시청률의 변화에 따라 얻어낼 수 있는 광고 수익의 규모는 하늘과 땅 차이다.

시청률 하락에도 서바이벌 프로그램 넘치는 이유

시청률 하락 우려에도 각 방송사가 서바이벌 프로 제작에 열을 올리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방송사의 음원 유통 시장 진출 때문이다. 방송국은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를 현장에서 녹음해 믹싱과 마스터링 등의 과정을 거쳐 음원으로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한 음원은 멜론, 엠넷, 벅스뮤직 등 스트리밍 업체에 공급된다.

이 과정에서 음원을 생산한 방송국은 음원의 유통 마진과 판권 소유에 따른 수익을 얻는다. 일종의 음원 도매상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방송국은 때론 특정 스트리밍 업체와 음원 유통에 관한 선점 계약을 맺기도 한다. < K팝 스타 >와 <불후의 명곡2>는 멜론, < 슈퍼스타K >는 엠넷, <위대한 탄생2>는 네오위즈인터넷에서 음원을 우선 제공하는 식이다.

방송국의 음원 시장 점유율은 2011년을 기준으로 이미 10%를 넘어섰다. 온라인 공인 음악차트 가온차트가 2월 17일 공개한 '2011년 디지털(음원) 종합차트 TOP 100 분석'에 따르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포함한 예능 프로에 출시된 음원 중 15곡이 톱100에 진입했다. 이를 점유율로 환산하면 14.2%에 달한다.

2011년 <슈퍼스타K3>와 <나는 가수다>의 편곡 음원이 차트에 쏟아질 때만 해도 방송국의 음원시장 잠식 문제는 기우에 불과해 보였다. 같은 해 3월, SM·YG엔터테인먼트 제작자가 속한 KMP홀딩스가 제작자 긴급회의를 소집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이 사안을 제작자들이 부리는 통상적인 수준의 텃세 정도로만 인식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폭발력이 줄어들면서 시장도 안정을 찾게 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단 한 번의 무대를 위한 일회성 리메이크곡들이 음원 시장을 10% 이상 잠식하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음악 시장의 대안 될 수 없는 이유

 MBC <스타오디션 - 위대한 탄생 2>의 다섯 멘토들. 왼쪽에서부터 윤상, 박정현, 이선희, 이승환, 윤일상.

MBC <스타오디션 - 위대한 탄생 2>의 다섯 멘토들. 왼쪽에서부터 윤상, 박정현, 이선희, 이승환, 윤일상.ⓒ MBC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음원 유통이 그 자체로 해악은 아니다. 예능에 음악이 본격적으로 결합하면서 음악에 대한 접근성은 더 확대됐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음악을 접하고 그로 인해 빛을 본 뮤지션들과 아마추어 보컬리스트가 생겨났다. 존박과 박완규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소수 보컬리스트가 덕을 봤다 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이돌 위주의 음악 산업 전반에 대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집을 마련해줬던 프로그램 <러브하우스>가 주택정책 전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특히 제작자 입장에서 봤을 때 방송국의 음원 시장 진출은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방송국과 스트리밍 업체는 창작 활동에 관여하지도 않았음에도 음원 수익의 60% 이상을 가져간다. 2011년 4월 <나가수> 출연진과 방송국의 수익 배분 문제가 논란이 된 건 그 때문이다. 

가수와 작곡가는 소속사나 협회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오디션에 참가한 가수 지망생은 그마저도 어렵다. 가수 지망생은 자신들의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전혀 행사할 수 없다. < K팝 스타 >의 윤현상을 보자.

그는 자신의 자작곡이 음원으로 출시되고 있음에도 저작권 수익을 챙길 수 없다. 생산한 창작물의 저작권이 모두 해당 방송사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음악을 해석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는 있어도 산업적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인권'없는 오디션 출연자 동의서...뜨고 싶으면 일단 '동의'해라? 참조)

사실 수익 배분 문제는 부차적이다. 작곡가가 음원 수입에서 10% 미만을 가져가는 건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장 이전에도 그랬다. 도매상이 하나 더 끼나 안 끼나 상황이 열악한 건 매한가지다.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의 질이다. 프로그램을 위해 만든 일회성 곡들이 몇 개월간 공들여 만든 정규 앨범의 음원에 비해 완성도가 높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마감시간에 얽매이는 작곡가, 무대에 맞춰진 음악

방송사의 편곡 의뢰를 받은 작곡가로서는 음악을 만드는 관점을 기존과 달리할 수밖에 없다. 음악을 듣는 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보다 TV에서 어떤 임팩트를 줄 것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라이브 무대에서 뜨는 음악과 이어폰으로 들을 때 뜨는 노래는 구성 자체를 다르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사운드의 완성도 이전에 퍼포먼스를 계산해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쉽게 말해 음악에 무대를 맞추는 게 아니라 무대에 맞춰 음악을 제작하게 되는 셈이다.

방송을 위해 편곡된 음악의 질이 반드시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신곡보다 떨어진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방송을 위한 작곡은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모든 작업을 1, 2주 내로 해내야 한다. 스튜디오 녹음의 경우 사운드에 색깔을 입히는 과정이 여러 과정에 걸쳐 이뤄진다. 가수의 스타일과 노래의 스타일에 적합한 사운드를 찾는 데에만 시퀀싱, 마이킹, 믹싱, 마스터링 등 열 가지가 넘는 과정이 따라온다.

라이브를 위한 일회성 편곡은 이러한 과정을 축소시킨다. 어차피 스튜디오 음원이 아니라 라이브 무대에서만 표현될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면밀히 거칠 시간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대중이 서바이벌 프로그램 경연에서 듣는 노래의 퀄리티가 뛰어나다고 느끼는 이유는 잘 갖춰진 밴드 스코어에 있다. 가수의 성향, 연출하고자 하는 무대, 노래의 스타일에 따라 밴드가 라이브 연주로 맞춤 지원된다. 대중이 사운드의 완성도나 색깔과 관계없이 그 완성도를 높게 사는 이유다. 달리 말하면 신곡을 선보이는 신인 가수의 무대에 라이브 사운드를 입혀도 이런 반응을 끌어오는 게 가능하다는 소리다. 음악적으로만 본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음악적 도식이 실제로 먹히진 않는다. 그렇다면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정재형, 이효리의 유앤아이>에서도 따로 음원을 출시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함정이 있다. 예능이라는 장치. 오디션 참가자들이 공연을 앞두고 벌벌 떠는 모습,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서 온 힘을 쏟는 가수들이 무대를 내려와 무너지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 음악이 진정한 날것이라 느낀다.

방송국의 음원유통 시장 진입, 재벌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그 날것의 음악이 높은 완성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 노래들이 음원 시장에서 아이돌 음악의 대안으로 느끼게끔 한다. 우리가 접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속 음악은 방송국의 연출, 스토리텔링, 뮤지션의 외모가 결합된 기획의 산물이다. 엄연히 말해 그 속의 음악 역시 음악이되, 예능의 일부다. 아이돌 시장의 대안으로 평가받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사실은 음악의 예능 종속화를 더욱 강화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방송국의 음원 시장 잠식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소재가 바닥날 때까지는 말이다. 어쩌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MBC가 MBC게임 채널을 폐지하고 MBC뮤직 채널을 개설한 것이 음원 시장의 본격적인 진출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문득 재벌의 골목상권 진출이 떠오른다. 재벌이 골목상권을 죽인다고 보도하던 지상파 방송국의 음원 유통산업 진출 구상이 재벌의 그것과 다른 것은 뭘까. 중은 몰라도 방송국만큼은 자기 머리 잘 깎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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