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해를 품은 달>의 극본 집필을 맡은 진수완 작가

▲ 진수완 작가 MBC <해를 품은 달>의 극본 집필을 맡은 진수완 작가 ⓒ 팬엔터테인먼트


<첫사랑> <모래시계> <허준> 등, 한때 '대박 드라마'가 시청률 50%를 돌파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채널이 다양해지고 대중의 TV시청 패턴이 변화하는 만큼 점점 시청률 20%만 넘겨도 '성공', 30%가 넘으면 '대성공'으로 '대박 드라마'의 기준은 낮아져 갔다.

42.4%. 총 20부작인 MBC <해를 품은 달>이 기록했던 최고 시청률이다. 가상의 왕을 내세우고 그가 외척과 세력싸움을 벌인다는 '사극'적 성격에 '무속신앙'이라는 판타지적 요소와 첫사랑이라는 '로맨스'를 버무린 이 드라마는 탄탄한 원작에서 그 힘을 얻었지만, 배우들의 호연 역시 인기 요소로 빼놓을 수 없다. 대본을 맡은 진수완 작가에게 오랜 시간 극중 인물로 살아온 배우들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김수현] "처음엔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6부가 아역인 여진구에서 김수현으로 넘어가는 첫 회였죠? 아역의 잔영이 많이 남은 상태였고, 아역에게 아직 안녕을 고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성인이 된 훤이 나오는데 처음엔 너무 힘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아역이 너무 잘 하고 퇴장해서 그런지, '긴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하던 대로 하면 되는데…. 다행히 바로 톤 조절에 들어갔더라고요. 김수현의 훤은 저보다 시청자들이 더 빨리 받아들여주신 것 같아요. (웃음)"

 MBC <해를 품은 달>의 한 장면

▲ 배우 한가인 진수완 작가는 인터뷰에서 "한가인 아닌 다른 배우가 하는 다른 연우는 상상이 안 돼요"라며 그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 MBC


[한가인] "한가인 아닌 다른 연우는 상상 안 된다"

"일단은 드라마가 제대로 전개되기도 전에 마녀사냥을 당한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팠어요. 각색에는 항상 캐스팅 논란이 따라올 수밖에 없어요. 소설에서 (독자) 각자가 생각한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그에 반하는 캐스팅이 됐을 때 거부감이 더 클 수 있겠죠. <풀하우스>에 송혜교 씨가 캐스팅됐을 때도 그랬잖아요? (연기력 논란이) 잠잠해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렸어요. 한가인 아닌 다른 배우가 하는 다른 연우는 상상이 안 돼요."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양명군 역할을 연기한 정일우

▲ 배우 정일우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양명군 역할을 맡은 정일우가 촬영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김수현, 송재림 등 동료배우들과 장난을 치고 있다. ⓒ 판타지오


[정일우] "한 마디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배우'다"

"제가 낯가림이 심해 배우들과 따로 연락을 하거나 친하게 지내질 못하는데, 배역에 고민이 많다길래 한 번 만났는데 참 진지하더라고요. 전작(<꽃미남 라면가게>)의 캐릭터에서 다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묻고 고민하더군요. 그게 고마웠어요. 부담이 될까 '계산하지 말고 연기하라'고 했죠. 그 어려운 와중에 최선을 다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한 마디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배우'였어요."

[김민서] "지문보다 더 복잡미묘한 눈빛이...'영리한 배우'"

"김민서 역시 고민이 많았죠. 대본 연습 때부터 '진심으로 훤을 좋아하는 것인지, 권력 때문에 좋아하는 것인지' 이야기하더라고요. 당시엔 둘 다 맞다고 이야기해줬는데,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 어느쪽이라 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고 했더군요. 영리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보경의 어머니가 데려온 아이를 바라보는 신이 인상깊었어요. 지문엔 '불안한 눈빛으로'라고만 적혀 있었는데 더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표현했더라고요."

 MBC <해를 품은 달>에서 김제운 역할을 맡은 송재림

▲ 배우 송재림 진수완 작가는 송재림을 두고 "주어진 일을 행복하게 하는 배우"같다며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배우였다"고 회상했다. ⓒ AM엔터테인먼트


[송재림] "주어진 일을 참 행복하게 하는 배우"

"원작에선 김제운에게 멜로적인 요소가 많은데, 드라마는 많이 벗어났죠. 원작을 읽어 봤다면 자기가 얼마나 멋있는 역인지도 알고 있었을 거예요. (드라마에서) 로맨스는 없어지고 벗과 주군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 됐죠. 그럼에도 주어진 일을 참 행복하게 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현장 사진을 보면 얼굴에 불만이 하나도 없어 보이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보여요. (웃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배우였어요."

 MBC <해를 품은 달>에서 민화공주 역을 맡은 남보라(왼쪽)와 허염 역의 송재희

▲ MBC <해를 품은 달> MBC <해를 품은 달>에서 민화공주 역을 맡은 남보라(왼쪽)와 허염 역의 송재희 ⓒ MBC


[송재희] "캐스팅 논란도 웃음으로 넘기던 어른스러운 배우"

"참 어른스러워요. '캐스팅 논란'이 있었잖아요? 배우에겐 상처가 될 수 있는 일인데도, 우스갯소리로 어른스럽게 넘기더라고요. 극 후반부에 염의 역할이 중간중간 빈 적이 있어요. 극의 중심에서 큰 사건들이 터지고 있을 때, 염이나 민화공주는 거기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이거든요. 그런데도 (감정을) 놓치지 않고 극 후반부에 (감정이 폭발할) '이 순간'이 있음을 알고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남보라] "어린 배우인데도...'내공'이 있더라"

"후반부엔 완전 감동이었어요. 훤과의 대립을 겪는 신에서 '혼신을 다하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역할에 흡입력이 생기더라고요. 민화공주도 (자신이 연우의 거짓 죽음과 직접적으로 얽혀 있다는) 마지막 반전이 밝혀질 때까진 '염바라기'로만 있어야 하잖아요? 어린 배우인데도 그 마지막 순간을 위해 흐트러짐 없이 잘 견디다 순간 터뜨릴 줄 아는 내공이 있더라고요. 감정의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영애·김응수] "처음부터 걱정하지 않았던 분들, 믿음 있었다"

"김영애 선생님은 실제로 보면 귀여우세요. (웃음) 어떻게 드라마 속의 그런 카리스마가 나오나 싶을 정도에요. 처음부터 이 분들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았어요. '(대본이) 모자라도 잘 채워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지문을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쓰면 기분나빠하실 거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웃음) 첫 회의 첫 장면이 김응수 선생님과 김영애 선생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는데요. 초반부에 아역이 등장하니 잘못하면 '어린이 드라마'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극의 중심을 잡으려는 거였어요. 이분들 덕에 시너지 효과가 났죠."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MBC 수목미니시리즈 <해를 품은 달> 제작보고회에서 송재희,정일우,남보라,윤승아, 한가인, 김민서, 김수현, 송재림이 아자를 외치고 있다.

▲ MBC <해를 품은 달> 지난 1월 열린 MBC <해를 품은 달> 제작발표회 당시 주요 출연진들의 모습. 왼쪽부터 송재희, 정일우,남보라,윤승아, 한가인, 김민서, 김수현, 송재림. (자료사진) ⓒ 이정민


한가인 김수현 정일우 해를 품은 달 진수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