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청춘그루브>에서 서창대 역의 배우 봉태규가 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청춘그루브>에서 서창대 역의 배우 봉태규가 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커트 코베인 이야기가 절실히 다가왔다. 생의 마지막 무대에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 달라"며 절규에 가깝게 부르짖었던 무대 위 코베인의 모습에 함께 눈물 흘렸다던 그였다. 커트 코베인 그 표정이 그의 얼굴 어디엔가 숨겨져 있었다.

강남 어느 카페에서 만난 봉태규에게 대뜸 안부를 건넸다. 안부라지만 그간 영화와 드라마 모두에서 활동이 뜸했던 데에 대한 물음도 곁들인 터. 무거울 수 있는 질문에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그 짧은 대답엔 많은 생각과 고민의 흔적이 담겨있는듯 했다. 

"스물여덟, 스물아홉까진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이었어요. 적절한 타이밍에 쉬게 된 거죠. 오히려 저보단 제 주위 분들이 '괜찮냐'고 자꾸 물으시니 나도 헷갈리더라고요. 내가 괜찮은 건가?"

영화 <청춘 그루브>엔 봉태규 그대로의 모습이 짙게 녹아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스물아홉 청춘들의 성장통에 대한 영화는 당시 서른이었던 봉태규의 일부와도 같았던 것이다.

  영화<청춘그루브>에서 서창대 역의 배우 봉태규가 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청춘그루브>에서 서창대 역의 배우 봉태규가 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꿈과 현실에서의 갈등...알기에 더 아팠다

영화는 2010년 제작된 이후 개봉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그 사이 봉태규에게도 변화가 있었으니 언제부턴가 연극과 뮤지컬에 매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간 자신에게 덧씌워져 있던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고픈 생각이 있었단다. 여기에 개인적인 아픔도 겪었다. 부친의 사망과 허리 부상의 재발이었다.  

2년이란 시간을 거꾸로 돌려 보는 느낌 아니었을까. 당시 나이 서른, 이젠 어느덧 20대의 터널을 지났지만 영화 속에서 그가 연기한 인물인 '힙합퍼' 서창대 처럼 봉태규 역시 성장통을 겪고 있는듯 했다.

"배우로서의 꿈이 있고 현실은 또 다르고, 꿈을 쫒으면 행복할 거 같은데 현실은 빡빡하죠.  꿈과 현실 중 무얼 쫓아야 할지 고민하잖아요. 왠지 타협하면 질 것 같고 꿈을 쫒자니 막연하고 결국 선택의 문젠데 현실적인 선택을 하자니 미련 때문에 꿈에 버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시기를 겪어보니 어느 한쪽도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이미 마음에서는 꿈이 중요해라고 결론을 내놓고 현실과 마주치니 힘든 거죠.

차라리 20대는 겁이라도 없잖아요. 30대엔 무언가를 어설프게 알아서 더 두려운 것 같아요. 철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사회화 되면서 생긴 착각 아닐까 생각도 했어요. '나는 이제 다 안다' 이게 위험하다는 걸 알았죠." 

더 이상 단정 짓지 않고 판단하지 않기로 했단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고달픈 이십대'였다. 그리고 그는 후회한다고 했다. 20대 때 지나쳐 온 일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30대가 있잖아요" 자책과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할 수 있는 말이었다. 20대의 긴 터널을 고스란히 지나온 이후 봉태규의 다짐은 '끝까지 궁금해 하기'였다.

"몇 십 년 산 부부도 성격차이로 갈라지고 하는데 끝까지 궁금해야 해요.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되든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정도면 다 안다? 어떻게 그래요. 몇 십 년을 해도 파악조차 안 되는 게 수두룩한데.

지금요? 예전보다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아요. 과거에 저만이 할 수 있었던 캐릭터가 있었다면 지금은 다르죠.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다른 아역 배우 출신 분들도 그럴 겁니다. 사람들 인식에 아역배우라는 이미지가 있고 거기에 갇혀있어 아픈 거지 않나 생각해요."

 영화<청춘그루브>에서 서창대 역의 배우 봉태규가 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청춘그루브>에서 서창대 역의 배우 봉태규가 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자연인 봉태규, 배우 봉태규가 멀지 않았으면...

산책하면서 생각 정리하기, 술이 아닌 차 마시기. 봉태규가 평소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영화는 정말 편할 때 본단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분석을 하게 된다고. 그래서 그보단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단다. '사랑', '동행' '서른 살' '재래시장' 이러한 주제를 파고드는 다큐에서 영감을 얻는다던 봉태규였다.

사람과 삶에 대한 관심은 그의 풍부한 감성적 기질에서 나오는 법 했다. 배우의 삶을 살기 전 봉태규는 그림에 대한 꿈을 갖고 있던 소년이었다. 평소에도 연습장에다가 자신의 감성을 그림으로 풀어놓곤 한다는 그는 지금껏 가장 후회했던 순간으로 미술을 포기했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짚었다.

"고3때 팔이 부러져 포기했었거든요. 아시겠지만 그래서 배우를 하게 되었어요. 그걸 포기하지 말걸. 그때 차라리 배우 일을 하면서도 끝까지 미술에 대한 욕심을 놓지 말고 대학에 원하는 과를 들어갈 걸 하는 생각을 해요. 충분히 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빨리 승부를 낸 게 아닌가 하는 거죠."

당시의 선택에 대한 배움이었을까. 배우로서 앞으로 한창 여러 캐릭터를 하고 싶을 때인데도 봉태규는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히려 성급해지더라고요. 여러 상황과 시기가 맞아떨어져야지 할 수 있는 것들이죠. 주어지는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배우로서 계획보다도 전 자연인 봉태규와 배우 봉태규랑 거리감이 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대 땐 그 간극이 너무 멀어서 놓치고 가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그 간극을 좁혀서 조금 더 일상적으로 살고 싶어요. 어떤 계획에 얽매이지 않으려고요. '30대에 생각할 것들', '30대에 누리고 싶은 것들' 이런 게 어떤 지점들을 정해놓는 거 같은데 계획대로 안 되면 받아들이기 어려워지니 크게 열어두고 살고 싶어요."

 영화<청춘그루브>에서 서창대 역의 배우 봉태규가 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청춘그루브>에서 서창대 역의 배우 봉태규가 7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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