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공연을 열기 전 JYJ (왼쪽부터)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이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공연을 열기 전 JYJ (왼쪽부터)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이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또 7시쯤에 잠이 깨버렸어...어제 일찍 잔 것도 아닌데...고요한 아침이다... 음...하루하루...그 안에서 참 많은 경험을 한다...오늘은 또 어떤 시련으로...아님 어떤 기쁨으로 날 채우려나...그게 행복이면 좋겠다...모두 다 같이 나눌 수 있는 그런 행복."

20일 오전 JYJ 멤버 김준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리며 '행복'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들의 시련은 목하 현재진행형이다. 

19일 오전 한 인터넷 매체가 'JYJ 사생' 관련 녹취 파일을 재차 공개했다. 이 매체는 지난 6일에 이어 인터넷 상에 음성파일을 두 번째 공개하며, '사생으로 덮은 본질? … JYJ, 팬폭행의 불편한 진실'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JYJ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측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오로지 JYJ 멤버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악의적인 기사라고 생각한다. 계속되는 음해와 악의적인 기사들에 타협할 수 없어, 부득이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명예훼손 고소를 금일 중 접수할 예정"이라면서 "특히 박유천의 부친상으로 멤버들의 마음의 상처가 깊은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질문에 답하고 있는 JYJ 김준수

지난 8일 칠레 산티아고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JYJ 김준수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팬이 아닌 사생이라는 이분법적인 태도?

소속사 측이 즉각적인 법적 대응을 시사한 가운데, JYJ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측은 "불법적으로 녹음한 파일을 당사자 확인도 없이 실명으로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사생활 침해"라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이번 문제의 본질은 '폭행'이다. '나태한 귀납'으로 스타의 팬폭행을 가릴 수 없는 것이다. 팬이 아닌 사생이라는 이분법적인 태도도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김재중은 악질적인 스토커를 특정해 손찌검을 날린 게 아니다. 불특정 다수의 사생팬을 향해 상습적인 폭행을 시도했다."

'뉴스는 팩트다'를 모토로 내건 이 매체가 19일자 기사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매체는 4건의 6일자 기사에서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분석'하면서도, '종합' 기사에서는 이 사건이 2009년 여름에 일어났다는 것은 명시하지 않았다. 종합기사만 본 독자들의 경우 충분히 현시점에 일어난 사건으로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했다.

또 왜 이 녹취 파일을 현 시점에 공개해야 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물론 녹취 파일에 등장하는 피해자 본인의 입장과 JYJ 측의 반론도 빠져 있었다. 오로지 JYJ 멤버들의 폭행과 폭언에 무게를 실었다. 그리고 같은 날 '민효린, JYJ와 함께 봄 신상품 화보 촬영'이란 기사를 버젓이 내보내기도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JYJ 박유천

지난 8일 칠레 산티아고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JYJ 박유천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물리적 폭력이 이 사건의 본질인가

녹취 파일의 공개 시점 또한 절묘했다. 6일은 JYJ가 남미투어를 떠나는 날이었다. 이후 JYJ는 8일 오후(현지시간) 칠레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폭행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사생팬도 팬이기 때문에 과분한 사랑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일상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부탁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김준수)

더불어 그들의 입으로 신분증을 이용한 통화내용 노출, GPS 설치와 위치추적, 숙소 무단 침입과 키스 시도 등 김준수가 밝힌 사생팬의 실체는 충격적이었다. 이후 인터넷에서는 한 사생팬이 박유천의 관심을 받기 위해 그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까지 떠돌아 다녔다.

12일 <중앙일보>(사설 '사생팬 극성 도를 넘었다')와 <동아일보>(시론 '일그러진 팬덤문화 안타깝다')까지 나서 사생팬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물리적 폭력'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3년 전 사건이 묻혔던 이유가 스타와 사생팬이라는 특수한 관계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은 공공연한 현실이다.

 질문에 답하고 있는 JYJ 김재중

지난 8일 칠레 산티아고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JYJ 박유천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언론은 '징벌자'가 아니다

폭력이란 것은 단지 물리적·육체적인 범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녹취 파일 공개 이후 '사생팬'들에 대해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던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연예가중계>의 자문위원이기도 한 한 문화평론가는 'JYJ, 왜 법보다 트위터를 더 믿을까'라는 칼럼을 통해 "사생팬 문제가 웬만한 아이돌이라면 일정 수준 이상 겪고 있는 일이며, 왜 적극적으로 법적 조취를 취하지 않고 트위터에나 사정을 설명했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사생팬의 폐혜로까지 논란이 확대된 것은 '연예인 인권'과 맞닿아 있는 문제 때문이라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 폭행을 넘어선 폭력의 문제는 기본적인 인권 문제와 더불어 보도 윤리나 폭로에 대한 문제제기로 확대할 수 있는 사안이다.

언론의 일방적인 재차 폭로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돌은 인내가, 사생팬은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짐짓 양비론을 펼쳐 본들, 이 뉴스에 팩트는 빈약해 보인다. 연예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정신적 폭력, 다시 말해 사생팬의 '폭력'에는 눈을 감고 있는 한 말이다.

JYJ JYJ 폭행사건 연예가중계 동방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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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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