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프로그램에 토크(이야기)가 길게 들어간다면? 음악과 토크의 비중이 반반일 경우 이런 포맷(구성)을 뭐라 불러야할까? 서울방송(SBS)의 새 프로그램 <정재형·이효리의 유앤아이>가 바로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첫 방송된 <유앤아이>는 동시간대의 다른 뮤직쇼에 비해 '토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아주 높다. 노래와 노래 사이에 게스트와 진행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만 본 시청자는 '버라이어티 토크쇼'가 아닌가 착각할 수 있다.

지난 11일 방송에 나왔던 가수 조정치가 이튿날까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는데, 노래 때문이 아니라 이효리의 연인 이상순과 트위터에서 신경전을 벌인 일화를 공개했기 때문이었다. 자막과 편집에서도 예능적인 요소가 듬뿍 들어가 있다. 문화방송(MBC)의 <나는 가수다>와 한국방송(KBS) 2TV의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음악 프로그램에 부분적으로 '유머'를 결합했던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앤아이>처럼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음악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SBS의 새 음악 프로그램 <정재형·이효리의 유앤아이>

SBS의 새 음악 프로그램 <정재형·이효리의 유앤아이> ⓒ SBS 화면 갈무리


시청률 등 대중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

시청자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도 <유앤아이>에 대한 기대와 격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3월 4일 방청객이었다는 박진선씨는 "자유분방하고 편안하고 색다른 진행 덕분에 방청시간이 너무 즐거웠다"는 후기를 남겼다. 같은 날 방청했다는 이자원씨도 "한국 방송 역사에 남을 만한 음악방송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제작진에게 힘을 주었다.

지난달 27일 <유앤아이>의 첫 방송분 시청률은 3.6%(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 심야시간대 치고는 결코 나쁜 수치가 아니었다. 이미 자리를 잡은 동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3월 9일 시청률은 3%였다. 물론 개편 초반 화려한 출연진의 반짝 효과일 수도 있다. 유브이(UV), 아이유, 루시드폴, 싸이, 브로콜리 너마저, 세븐 등이면 한국 대중음악의 주류와 비주류를 아우른 최고의 게스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유앤아이>는 다른 음악 프로그램에 비해 게스트들과 토크를 나누는 시간이 길다. 무대가 아닌 별도의 세트에서 토크가 진행된다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유앤아이>는 다른 음악 프로그램에 비해 게스트들과 토크를 나누는 시간이 길다. 무대가 아닌 별도의 세트에서 토크가 진행된다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 SBS 화면 갈무리


친근한 두 진행자, 객석과 가까운 무대가 호응 극대화

그러나 <유앤아이>의 산뜻한 출발은 무엇보다 좋은 진행자(MC) 덕이 아닐까 싶다. 진행을 맡은 정재형과 이효리의 존재감은 <유앤아이> 최고의 강점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대부분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들은 MC 1명에게 의존해 왔다. 이소라, 김정은, 유희열 등이 대표적. 이와 달리 <유앤아이>는 오랜 음악 친구로 알려진 정재형과 이효리의 2MC 체제를 선택했다. 프로그램 책임감독(CP)을 맡고 있는 남형석 피디(PD)는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장의 무기는 당연히 정재형 이효리 두 진행자"라며 두 사람에게 큰 기대감을 보였다.

이런 제작진의 기대에 화답하듯 정재형과 이효리는 지난 세 차례 방송에서 군더더기 없는 진행 솜씨를 뽐냈다. 두 MC는 토크를 이끌어 가는데 그치지 않고 노래와 연주에도 참여해 음악적 내공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4일 방송 오프닝에서 이효리가 기타를 치며 자우림의 '위로'를 부르는 장면은 늦은 시간까지 TV 앞을 지켰던 시청자들에 큰 선물이 되기에 충분했다.

<유엔아이>의 포맷은 자칫 토크에 치중하다가 음악프로그램에서 더 중요한 '음악'을 놓칠 위험도 없지 않다. 이런 위험을 피하려면 현재의 무대 배치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앤아이>의 무대는 다른 음악프로그램들에 비해 가수와 관객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 관객석과 출연진이 앉는 자리의 세트 높낮이도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관객들이 무대 주위를 둘러싸고 앉기 때문에 가수와 관객이 서로 눈을 맞추며 공연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UV와 싸이가 관객들의 열광적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독특한 세트 디자인이 한몫을 했다. 앞으로도 이런 무대 배치를 잘 활용한다면 자칫 취약해 질 수 있는 공연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일 방송에서 자우림의 '위로'를 열창하고 있는 이효리.

지난 4일 방송에서 자우림의 '위로'를 열창하고 있는 이효리. ⓒ SBS 화면 갈무리


 관객과 가수가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앤아이>의 무대.

관객과 가수가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앤아이>의 무대. ⓒ SBS 화면 갈무리


'심야 뮤직쇼의 진화 보여줄까' 기대감

정재형과 이효리가 진행을 맡는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화제를 일으켰던 <유앤아이>는 이제 심야 뮤직쇼의 새로운 '진화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끝까지 성공할지 여부는 결국 토크와 음악, 웃음과 노래를 어떻게 절묘하게 배분할 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시청자의 기대에 세심하게 부응한다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뮤직쇼가 자리를 잡으면서 지상파방송 3사의 심야음악시간대가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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