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스캔들> 홈페이지 화면

<미각스캔들> 홈페이지 화면 ⓒ JTBC


"'5대 짬뽕'이건 '신이 내린 짬뽕'이건, '조선일보가 보증하는 짬뽕'이건 맛없는 건 맛없는 거다. 조선일보 한현우 기자에게 이 글을 바친다."

방송은 기본이요, 기사 AS도 실천하는 방송이 등장했다. 에드워드 권의 '짝퉁 학벌'을 폭로했던 그가 '조선일보 5대 짬뽕'의 진실을 폭로한다. 스타 단골집의 실체와 매운맛의 진실도 까발린다. 그렇게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의 '레시피'는 역시 독하지만 맛깔 난다.

2회까지 방영된 JTBC <미각스캔들>이 작년 여름 방송가 안팎에 파문을 일으켰던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를 TV 브라운관으로 이식했다. 매회 50분 안에 'TV음식'이라고 명명된 맛집프로그램들의 실체가 낱낱이 해부된다. 이른바 음식프로그램의 <PD수첩>이요, <추적60분>이다. 그런데 화면을 보고 있으면 왠지 헛웃음과 함께 분노가 인다.

블로거의 손가락에서 조선일보까지, 어이없는 '5대 짬뽕' 탄생 비화

음식·맛집 블로그계를 강타한 '5대 짬뽕' 사건이 그 예다. 한 블로거의 진담 반 농담 반이 섞인 글을 유력매체들이 앞다퉈 '발굴'하면서 시작된 '5대 짬뽕' 열풍은 허상이었다. 11일 방송에서 <미각스캔들> 제작진은 군산·대구·평택·공주·강릉을 돌며 오전부터 관광객들이 줄을 설 만큼 흥하고 있는 짬뽕들의 맛과 재료를 비교하고 분석한다.

재미있는 것은 인터넷과 타지역 사람들에게서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 짬뽕들이 정작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 제작진은 일반 고객으로 가장해 매장을 방문, 품질, 위생,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이른바 '미스터리 쇼퍼'를 지역 음식 관련학과 대학생들로 구성, 맛 칼럼니스트들과 함께 짬뽕 맛을 품평하게 했다.

"정성껏 우려낸 육수 맛과 신선한 재료, 볶는 기술"이야말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짬뽕 맛의 비결. 그러나 맛 칼럼니스트들은 물론 대학생들까지도 '5대 짬뽕' 중 두 곳의 양과 질, 재료의 신선도에 의문을 표했다. 수북이 쌓인 해산물이 눈길을 끌었던 TV화면과 달리 양이 적고 재료가 빠진 것은 기본이요, 깨진 조개와 씹히는 진흙, 매운 맛만 강조된 국물 등도 <미각스캔들>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멀리 있는 곳을 일부러 찾아와서 먹어 봐야지 대한민국 짬뽕의 수준을 논할 수 있다고는 말씀 못드리겠습니다. 또 오고 싶지도 않고 누구에게 권할 맛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한 칼럼니스트의 평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러한 '5대 짬뽕'의 열풍을 타고 레시피의 전수는커녕 그저 간판이나 홍보 문구에 '5대 짬뽕'만 강조하고는 심지어 체인점까지 모집하고 있는 일부 음식점의 경영 실태까지 고발했다. 더 심각한 것은 역시 '5대 짬뽕'의 탄생 과정이다.

처음으로 이 순위를 선정했던 미식 블로거는 "재미삼아 포스팅한 것이 일간지에도 언급이 되니까 재미있고 신기하더라. 전부터 유명한 곳이고 세다 보니 손가락이 5개길래 그냥 '전국 5대'는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고 고백했다. 그리고는 "'전국 4대 탕수육' '전국 7대 단무지'도 선정해야 봐야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5대 짬뽕'은 한 블로거의 손가락에서 탄생한 셈. 이를 두고 황교익 칼럼니스트는 "저 짬뽕을 두고 맛있다고 한 평들을 보면서, 그것도 기자들의 글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왔다(중략) 겨우 6000원짜리 짬뽕 한 그릇에 독자가 신문사 간판 내리라 하겠는가 어쩌겠는가. 하하하..."라며 열풍을 조장한 무책임한 언론 종사자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미각스캔들>은 각종 제보를 받고 있다

<미각스캔들>은 각종 제보를 받고 있다 ⓒ JTBC


이효리 단골집? 진짜 스타 단골집은 42개 중 7개

"내 단골집? 가로수길 주얼리샵 말고는 다 처음 듣는데구만. 이런 걸로 순진한 사람들 낚지 맙시다."

스타 단골집에 대해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연예인은 역시 이효리였다. 지난 2월 MBC 에브리원 <대박코드 777>이 첫 회 스타 단골집의 아이템으로 이효리의 단골 곱창 가게, 김밥 가게, 브런치 레스토랑 등을 선정해 보도자료까지 돌렸으나, 이에 대해 이효리 본인이 반박하고 나선 것.

그만큼 TV를 통한 스타 마케팅의 위력은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각스캔들>의 김재환 PD는 <트루맛쇼>에 이어 사기에 가까운 스타 마케팅의 실체를 파헤쳤다. 지난 1회에서 제작진은 한류스타 '욘사마' 배용준, 원빈의 단골 음식점 등과 직접 접촉, 연예인들이 찾지 않은 지 6~7년이 넘었다거나 한두 번 찾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까발렸다. '이효리 단골집' 중 몇 곳 또한 제작진의 강요와 권유에 의해 방송을 허락했다고 고백했다.

더욱이 지상파 맛집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스타의 단골집' 포맷 역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사실 또한 씁쓸한 대목이다. 제작진은 연예인 매니저들과 직접 통화를 한 끝에 "맛집 프로그램 제작진이 소개해 출연을 목적으로 한 것일 뿐이었다"는 증언을 이끌어 냈다. 심지어 그러한 홍보를 위한 제작진과 식당 업주 사이의 거래 의혹까지 제시했다. 이른바 거짓말을 종용하는 TV와 식당들의 불편한 동거.

TV맛집과 조선일보 비판, 지상파 방송 안 맞는다고?  

 김재환 감독. 사진 속은 겸손한 포즈가 아니나, 인터뷰 내내 웃음과 겸손을 잃지 않았다

<트루맛쇼>의 김재환 감독. ⓒ 김재환 / 영화사 하늘

이렇게 <미각스캔들>은 2011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스타 단골집 형식에 출연한 47명의 스타 중 총 42명에게 확인한 결과, 진짜 단골집은 7개뿐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고작 19%의 진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믿어야 할까"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렇게 <미각스캔들>은 김재환 PD의 <트루맛쇼>의 주제를 확대재생산해 나간다. 대중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인 하나인 음식과 음식점과 관련해 시청률과 홍보를 위해 거짓과 사기와 속임수를 서슴지 않아 왔던, 그리고 지금도 그러한 지상파 맛집 프로그램의 음흉한 관행 말이다.

<미각스캔들>은 이외에도 '매운 맛의 실체'와 '산양삼의 비밀'과 함께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 프로젝트'라 할 만한 '편의점 음식으로 한 달 살기'를 진행 중이다. 맛과 음식에 관해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대한민국이 무궁무진한 아이템을 품은 나라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JTBC가 종편이고, 종편 안 본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 때문에 <미각스캔들> 시청률도 낮다"라며 아쉬워했다. 분명한 것은 <미각스캔들>의 형식이 지상파 방송엔 분명 어울리지 않다는 점이다.

지상파 맛집 프로그램의 허점과 영업 비밀을 까발리고, <조선일보>의 헛발질을 과감히 발굴하는 김재환 PD의 작업이 쉽게 용인될 채널이 얼마나 될까. <미각스캔들>은 어쩌면 0% 시청률에 허덕이는 종편, 그 중 선두라는 JTBC의 최대 수확으로 꼽힐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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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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