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공연을 열기 전 JYJ (왼쪽부터)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이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공연을 열기 전 JYJ (왼쪽부터)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이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기사수정 11일 10시 40분]

JYJ 세 남자의 지상파 첫 출연은 참혹했다. 게다가 새로울 것 없이 논란을 확인하는 수준의 '부관참시'였다. 시청률 10%를 넘보는, 십수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토요일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이 '사생팬'의 존재를 까발렸다는데 의의를 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을까. 

10일 방송된 KBS 2TV <연예가중계>가 최근 불거진 JYJ 사생팬 논란을 다뤘다. JYJ는 지난 6일 한 언론이 2009년 경 녹음됐던 'JYJ 팬폭행 음성파일'을 공개하면서 '폭행논란'에 휘말렸다.

K-POP그룹 중 사상 첫 남미 투어를 진행 중인 JYJ는 지난 8일(현지시간) 칠레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사생팬도 팬이기 때문에 과분한 사랑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하지만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일상은 무너져 내렸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부탁하고 싶은 마음뿐이다"며 공식사과와 함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예가중계>는 JYJ의 목소리보다는 음성파일을 편집해 들려준 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사생팬의 입장을 듣고는 '폭행사건'의 논란을 재점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게다가 방송 전 홈페이지를 통해 "스타의 비밀 사진과 동영상을 제보해 달라"며 소정의 제보료를 준다는 공지까지 버젓이 내걸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JYJ 사건을 다룬 <연예가중계>의 한 장면

JYJ 사건을 다룬 <연예가중계>의 한 장면 ⓒ KBS


심각성 못 깨달은 사생팬, "이리 오라해서 한 대 맞은 거 밖에 없어요"

"같이 있던 언니가 녹음한 건데, 그 언니가 (음성파일을) 뿌릴 줄은 몰랐는데요. 딱 맞은 게 한 대만 맞은 거고, '아' 소리가 나는 게 저고 '헉' 소리가 저에요. 저는 그렇게 많이 맞지도 않고 이리 오라고 해서 한 대 맞은 거 밖에 없어요."

<연예가중계>가 통화한 익명의 사생팬의 목소리에 사태의 심각성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제작진 또한 스타들을 스토킹하는 '사생' 행위에 대해 구체적인 정황이나 심리를 캐물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시기와 상황만을 짧게 확인해 방송에 내보냈다.

대신 '팬 이상의 감정으로 연예인을 따라 다니며 모든 사생활을 파헤치고 다니는 열성팬'이란 설명과 함께 일반 팬들의 인터뷰를 묶어 사생팬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를 덧붙였다. 반면 음성파일 속 JYJ 멤버 김재중의 목소리는 수차례 방송을 탔다. 그러나 칠레 기자회견 당시 공식적으로 사과한 JYJ 멤버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연예가중계>는 JYJ가 남미로 출국한 시점에 기사를 내보냈던 해당 매체의 기자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심지어 "모든 가수들의 대응법이 똑같지는 않았고요. 어느 정도 가수들이 욕설을 하고 이런 부분은 있었지만 실제적으로 폭행을 하거나 이런 건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라는 인터뷰를 통해 폭력 부분을 재차 강조하며 기사의 신뢰성을 더해주기도 했다.

JYJ는 부재 중? 균형있는 목소리 담지 못한 기획 취재

이어 한 변호사를 통해 JYJ의 행위가 폭행죄는 성사될 수 있으나 처벌은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변호사를 통해 "폭행죄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연예인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

한편 <연예가중계>는 절묘한 편집의 묘미도 발휘했다. 한 대중음악평론가의 발언을 제작진의 의도에 맞게 적절하게 배치하기도 했다. 

<연예가중계>는 "(사생팬들은) 스토커죠. 이 정도만 되면 스토커라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얼마든지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는 행위들을 하고 있는 거죠"라는 이 평론가의 발언은 전반부에, "스타들이나 스타들을 보호해주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자기들의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서 절대로 폭력적인,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그들을 제재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내용은 후반에 배치해 폭행 사건의 책임을 JYJ에 전가시키는 뉘앙스를 보여줬다.

이어지는 리포터의 멘트는 "스타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팬들,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극단적인 스타들의 대응 또한 올바른 건 아니겠죠. 좀 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할 때입니다"였다. 기계적인 중립을 내세운 전형적인 양비론에 다름없었다. JYJ측의 입장은 단 한마디도 듣지 않은 이 리포트를 어떻게 심층 취재로 포장할 수 있었을까. 

 (좌로부터) JYJ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

(좌로부터) JYJ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보료 드립니다, 스타의 비밀 사진 및 동영상을 제보해 주세요~!   

이미 <연예가중계>의 이러한 불충분하고 자극적 보도는 예견된 것이었다. <연예가중계>는 10일 홈페이지 시청자 제보란을 통해 '나만이 알고 있는 스타의 비밀을 사진 및 동영상으로 제보해주세요! 채택된 분들은 소정의 제보료를 드립니다'라고 공지했다. 사생 행위를 근절하기 보다 오히려 부추길 수 있는 행태다.

이어 보도자료를 통해 "동방신기 시절부터 활동해 온 사생 팬을 만나 최근 불거진 김재중과 박유천의 '팬 폭행사건'에 대한 사실 여부와 사생 팬의 활동 실태에 관해 물었다.

이번 직격 인터뷰를 통해 택시를 빌려 연예인을 쫓는 일명 '사생택시' 실태에서부터 사생 팬의 일과와 심리 그리고 사생팬에 대응하는 각 연예인들의 대응 태도 등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연예가중계>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또 다른 음성파일을 입수했다. 이 파일 속에는 사생 팬 때문에 휴가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지내야 했던 김재중의 처지와 사생택시를 직접 잡아 실랑이하는 김준수의 음성까지 담겨있어 사생 팬에 대한 JYJ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괴로운 심경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자극적인 내용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 "이번 논란으로 드러난 스토킹에 가까운 사생 팬들의 실체와 문제점, 그리고 극성 팬에게 폭력을 행사한 연예인의 행동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택시를 빌려 연예인을 쫓는 일명 '사생택시' 실태에서부터 사생 팬의 일과와 심리 그리고 사생팬에 대응하는 각 연예인들의 대응 태도 등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많은 내용을 5분 여의 편집된 화면에 담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연예가중계>의 MC 배우 신현준과 박은영 아나운서

<연예가중계>의 MC 배우 신현준과 박은영 아나운서 ⓒ KBS


JYJ의 실질적 KBS 예능 첫 출연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전 동방신기 멤버로 구성된 JYJ가 SM과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얼굴없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왔다. <연예가중계>의 10일 방송은 JYJ의 실질적인 KBS 예능 첫 출연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음성파일 속 김재중의 목소리와 뮤직비디오, 2010년 < KBS 연기대상 > 시 공연 모습과 칠레 기자회견의 짧은 영상으로 출연하는데 그쳤다. 

이러한 <연예가중계>의 보도에 JYJ 팬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예가중계>의 시청자 게시판은 방송이 나간 11일까지 수백 건의 항의 글이 올라온 상태.

아이디 'vipchj'를 쓰는 시청자는 <연예가중계>를 이렇게 비판했다.

"첫째, JYJ가 2년간 그 어떤 연예인보다 왕성한 활동을 했는데 좋은 소식 한 번도 보도해주지 않았으면서 JYJ에게 타격이 될 만한 사생관련 보도를 한 점. 둘째, 오늘 한국최초 남미단독콘서트가 칠레에서 있었는데 한마디 언급하지 않은 점. 셋째, 사생이 얼마나 긴 세월 JYJ 이들을 스토커수준으로 괴롭혀왔는지를 자세히 보도하지 않고 단순한 극성팬정도로 비치게 보도한 점. 넷째, 사생관련보도로 팬들은 분노와 같은 심정인데 보도가 끝나고 메인 MC분이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에서 놀림감이 된 듯한 느낌. 다섯째, 9년간의 긴아이돌 시간내내 극심한 괴롭힘을 사생으로부터 받았으며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에 있었는데 보통의 연예인과 비교 했다는 점이다."

SNS 또한 "KBS 연예가중계 폐지했으면 좋겠다. 리트윗!! 얼마나 되는지보자!"란 글이 반복해서 리트윗되며 항의글이 줄을 잇고 있다.

과연 <연예가중계>가 JYJ 음성파일 폭로로 촉발된 '사생팬 폭행사건'을 다각도로 조명했는지, 또 폭행 여부의 잘잘못을 제대로 가렸는지, 폭행사건이 수면위로 올라온 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사생팬의 심각성까지 균형 있게 다뤘는지는 의문이다. JYJ의 KBS 예능 첫 출연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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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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